[비즈한국] 회생절차 종료 시한이 임박한 홈플러스가 공익채권 분할 상환 동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현직 임직원을 대상으로 임금과 퇴직금의 지급 유예 및 분할 상환에 대한 동의를 요청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직원들이 홈플러스 정상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퇴직자들 사이에서는 퇴직금 지급 지연과 지연이자 포기 등을 두고 반발도 커지고 있다.

직원들 “감수할 수밖에” 분할상환 동의율 75%
최근 홈플러스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익채권 분할 상환에 대한 동의 요청 절차에 들어갔다. 직원들에게 미지급 임금과 상여금의 지급 시기를 늦추거나 나눠 지급하는 방안에 동의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임금을 기존 지급일보다 두 달 늦춰 지급하고, 상여금은 6개월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채무자회생법상 근로자의 임금과 퇴직금 등은 일반 회생채권과 달리 우선적으로 변제해야 하는 공익채권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지급받아야 하는 홈플러스 임직원도 공익채권자에 포함된다.
홈플러스는 공익채권자의 분할 상환 동의율이 회생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할 상환 동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홈플러스가 단기간에 갚아야 할 금액이 늘어나 자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측은 당장의 상환 부담이 커질 경우 법원이 회생계획의 실제 수행 가능성을 낮게 평가해 인가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채권자협의회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체 공익채권 잔액은 약 1조 999억 원에 달한다.
홈플러스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존속이 고용과 직결된 만큼 현실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직원은 “홈플러스가 살아야 직원들도 직장을 지킬 수 있는 만큼, 당장 임금 지급이 늦어지더라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지금은 무엇보다 회사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직원들이 동의에 나서고 있다”며 “현재 동의율은 75%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퇴직금 수년 뒤 지급, 이자도 포기해달라 요구에…
반면 퇴직자 사이에서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부족한 퇴직연금 적립금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충당한 뒤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퇴직자들에게 동의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를 청구하지 않는 내용도 동의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의 퇴직연금 적립 여력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홈플러스 DB형 퇴직연금 적립 현황’에 따르면 올해 2월 현재 기준책임준비금은 4661억 1100만 원이지만 실제 적립금은 3728억 3500만 원에 그쳤다. 적립률은 79.9%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1%보다 3.2%포인트 하락했다. 기준책임준비금에 약 932억 7600만 원이 부족한 수준이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이 21%가량 부족한 상황인데, 회사는 이를 2030년까지 모두 적립한 뒤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여기에 지급이 늦어지는 데 따른 이자까지 포기해달라고 하니 퇴직자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퇴직자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지연이자 포기다. 현행 퇴직급여 관련 법령상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율은 최대 연 20%에 이를 수 있다. 지급이 수년간 미뤄질 경우 이자 규모도 상당해지는 만큼, 퇴직자 사이에서는 퇴직금 수령을 미루는 데 더해 지연이자까지 포기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동의받는 과정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일부 퇴직자들은 회사가 지급 조건과 지연이자 포기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거나 협의하기보다는 동의 확보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회사를 떠난 퇴직자들에게 전화와 문자 연락이 반복되면서 동의 절차에 대한 거부감도 커지고 있다.
앞서의 노조 관계자는 “퇴직자들도 당장 퇴직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회사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퇴직금 지급을 수년간 미루는 데다 지연이자까지 포기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라며 “퇴직자들이 반발하면 회사 측은 ‘법원에서 요구하는 절차’라는 취지로 설명한다. 정확한 설명 없이 무조건 동의하라고 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오는 9월 2일 관계인집회를 앞두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홈플러스가 제출한 제2차 수정 회생계획안을 심리하고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 결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이틀 뒤인 9월 4일이다.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가결되면 법원의 인가를 거쳐 회생계획이 본격적으로 이행된다. 반면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회생절차가 다시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관계인집회가 임박하면서 홈플러스의 공익채권자 동의 확보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공익채권자들은 관계인집회에서 직접 표결하는 주체는 아니지만, 동의 확보 수준은 회생계획의 수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홈플러스 측은 “재개장 이후 회생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회생계획안 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는 얼마나 많은 공익채권자들의 동의를 확보하느냐가 홈플러스 회생의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