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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서 세 번 막힌 HLB, 담관암으로 FDA 문턱 넘었다

HLB 미국 자회사 엘레바가 글로벌 상업화 권리 보유

[비즈한국] 간암 치료제 허가에 세 차례 실패한 HLB가 담관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 문턱을 넘었다. HLB가 오랜 기간 미국 허가에 도전했던 리보세라닙이 아니라 2024년 말 외부에서 도입한 리라푸그라티닙이 먼저 FDA 승인을 따냈다.

이번 승인으로 HLB는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항암 신약을 처음으로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엘레바)가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직접 보유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글로벌 상업화 주도권까지 쥐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FDA는 23일(현지시간) 엘레바의 리라푸그라티닙(미국 제품명 리픽투)을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기타 재배열을 보유한 절제불가능 국소 진행성·전이성 담관암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했다.

리라푸그라티닙은 FGFR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다. 미국 바이오텍 릴레이테라퓨틱스가 RLY-4008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하던 물질이다. 엘레바는 2024년 12월 릴레이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전 세계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엘레바는 올 4분기 중으로 미국 시장에 리라푸그라티닙을 출시할 계획이다.

HLB가 FDA로부터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 승인을 받았다. 사진=HLB 제공

리보세라닙보다 먼저 FDA 승인…리라푸그라티닙 글로벌 판권도 HLB가 보유

HLB가 오랫동안 공들여왔던 리보세라닙이 아닌 리라푸그라티닙이 FDA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리라푸그라티닙은 HLB 파이프라인에 편입된 지 약 2년 만에 FDA 허가를 확보했다.

FDA 승인의 근거가 된 글로벌 1·2상 임상에서 리라푸그라티닙은 ORR(객관적반응률) 46%, mDOR(반응지속기간 중앙값) 11.8개월을 기록했다. 앞서 공개된 분석에서는 객관적반응률 46.5%,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 11.3개월, OS(전체생존기간) 중앙값 22.8개월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이번 승인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 판권 구조다.

리라푸그라티닙에 앞서 FDA 승인을 받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발과 판매 주도권이 얀센에 있다는 의미다.

반면 리라푸그라티닙은 원개발사가 미국 릴레이테라퓨틱스지만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가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엘레바는 계약에 따라 릴레이에 선급금과 규제·판매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5억 달러(6834억 원)와 글로벌 매출에 따른 단계별 로열티를 지급하면 된다. 매출 전체가 HLB그룹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상업화의 주체가 엘레바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분명하다.

진양곤 HLB그룹 이사회 의장이 24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리라푸그라티닙 FDA 승인 소식을 알리고 있다. 사진=HLB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글로벌 항암신약에 17년…진양곤의 뚝심, 리라푸그라티닙으로 첫 결실

이번 승인은 진양곤 HLB그룹 이사회 의장이 17년간 이어온 글로벌 항암 신약 사업에도 의미 있는 변곡점이다.

진 의장이 리보세라닙을 계기로 항암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9년이다. 당시 리보세라닙을 개발하던 미국 LSK바이오파트너스에 투자를 결정한 것을 시작으로 HLB는 이후 글로벌 임상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목표로 항암제 사업을 확대해왔다.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리보세라닙은 여러 암종을 거쳐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 방향을 잡았고,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병용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다. HLB는 이를 토대로 2023년 FDA에 NDA(신약허가신청)을 제출했다.

하지만 허가는 세 차례나 문턱에서 막혔다. 2024년 첫 CRL(보완요구서한)을 받은 데 이어 2025년 두 번째, 올해 세 번째 CRL까지 이어졌다. 임상 결과와 별개로 제조시설과 허가 절차 문제가 반복되면서 시장에서는 HLB가 강조해온 FDA 승인 가능성을 둘러싼 회의론도 커졌다. 회사의 예상과 실제 심사 결과가 엇갈릴 때마다 투자자들의 비판과 피로감도 누적됐다.

그럼에도 진 의장은 글로벌 항암제 사업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리보세라닙 허가를 계속 추진하는 한편 미국 자회사 엘레바를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했다. 2024년 말에는 미국 릴레이테라퓨틱스로부터 리라푸그라티닙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HLB에 첫 FDA 승인 항암제를 안긴 것은 17년간 공을 들인 리보세라닙이 아니라 뒤늦게 합류한 리라푸그라티닙이었다.

이제 HLB에 던져진 질문은 앞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실제 처방과 매출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리라푸그라티닙의 승인으로 허가라는 첫 관문을 넘어선 만큼 진 의장의 글로벌 항암제 사업의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최영찬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출입하고 있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공부해 정확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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