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비즈한국

FDA 문턱 넘은 HLB, 남은 과제는 ‘상업성 증명’

엘레바 직접 상업화 가능성…김태한·양은영 영입하며 사업화 조직 정비, FGFR2 고형암으로 적응증 확대

[비즈한국] HLB가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성공하면서 이제 관심은 상업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는 리라푸그라티닙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FDA 허가까지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걷어낸 만큼 앞으로는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처방되고 실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특히 리라푸그라티닙은 이미 경쟁약이 존재하는 만큼 임상적 차별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보험급여와 판매망, 환자 발굴까지 해결해야 하는 게 과제가 될 전망이다.

리라푸그라티닙과 페미가티닙, 푸티바티닙의 ORR(객관적반응률), mOS(전체생존기간 중앙값), mDOR(반응지속기간 중앙값) 비교표. 사진=HLB IR 자료

2034년 글로벌 담관암 치료제 시장 5조 원…기존 치료제와 차별점은

미국암학회(ACS)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약 8000명의 담관암 환자가 새롭게 진단된다. 간내 담관암과 간외 담관암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진단이 어렵거나 다른 암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어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많을 수 있다.

글로벌 담관암 치료제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코히어런트마켓인사이트와 그랜드뷰리서치 등에 따르면 세계 담관암 치료제 시장은 2024년 약 8억 달러(1억 934억 원)에서 2030년 약 18억~20억 달러(2조 4601억 원~2조 7334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FDA가 승인한 리라푸그라티닙 적응증은 이전 치료 경험이 있고 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기타 재배열이 확인된 절제불가능 국소 진행성·전이성 담관암 환자인 만큼 담관암 치료제 시장 전체가 타깃은 아니다.

여기에 현재 미국에서는 인사이트의 페미가티닙과 다이호온콜로지의 푸티바티닙 등이 FGFR2 융합·재배열 담관암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페미가티닙은 ORR(객관적반응률) 36%, mOS(전체생존기간 중앙값) 17.5개월, mDOR(반응지속기간 중앙값) 9.1개월을 기록했고, 푸티바티닙은 ORR 42%, mOS 21.7개월, mDOR 9.7개월을 보였다. 리라푸그라티닙은 ORR 46.5%, mOS 22.8개월, mDOR 11.8개월을 기록했다. HLB는 약물 사용 이후 고인산혈증 발생률도 리라푸그라티닙 20.7%, 푸티바티닙 85%, 페미가티닙 60%로, 설사 발생률은 각각 21.6%, 39%, 44%로 제시했다.

기존 FGFR 표적치료제는 FGFR2뿐 아니라 다른 FGFR 아형도 함께 억제한다. 페미가티닙은 FGFR1·2·3을, 푸티바티닙은 FGFR1~4를 억제하는데, 표적 이외의 FGFR 아형까지 함께 억제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치료의 한계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 왔다.

리라푸그라티닙은 이러한 한계를 줄이기 위해 FGFR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도록 설계됐다. 전임상 연구에서는 FGFR1보다 약 250배, FGFR4보다 약 5000배 높은 FGFR2 선택성을 보였다.

HLB는 리라푸그라티닙이 글로벌 담관암 치료제 시장에서 20~30%의 점유율을 확보할 경우 연간 2억~3억 5000만 달러(2733억 원~4783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리보세라닙 위해 만든 미국 판매망, 리라푸그라티닙이 먼저 활용하나

HLB에게 리라푸그라티닙의 또 다른 의미는 미국 상업화를 직접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HLB는 당초 리보세라닙의 FDA 승인 이후 미국 직접 판매를 염두에 두고 엘레바의 상업화 조직을 구축해 왔다. 엘레바는 세일즈와 시장접근 관련 임원을 영입하는 등 미국 신약 출시를 위한 조직을 사전에 정비했다.

올해 들어 HLB그룹 본사의 인적 구성도 연구개발 이후의 사업화 단계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HLB그룹은 지난해 말 삼성바이오로직스 초대 대표를 지낸 김태한 전 대표를 바이오부문 총괄 회장으로 영입했다. 김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초기부터 회사를 이끌며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한 수주와 생산시설 확장, 사업화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HLB가 리보세라닙과 리라푸그라티닙의 허가 및 상업화를 앞둔 시점에 글로벌 바이오 사업 경험을 가진 인사를 바이오사업 총괄에 배치한 것이다.

김태한 HLB그룹 바이오부문 총괄 회장이 지난 4월 9일 열린 통합주주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지난 5월에는 양은영 전 차바이오그룹 최고사업책임자(CBO)를 HLB그룹 바이오사업개발부문장 사장으로 영입했다. 양 사장은 HLB그룹의 바이오 파이프라인을 대상으로 글로벌 기술수출과 기술도입, 공동개발, 전략적 제휴뿐 아니라 상업화 단계에서 필요한 글로벌 판매 파트너십과 사업화 전략을 총괄한다.

양 사장은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도 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했으며 한국과 미국 약사 면허를 보유한 글로벌 BD(사업개발) 전문가다. HLB가 김태한 회장에 이어 양 사장까지 영입한 것은 주요 파이프라인의 무게중심을 임상개발에서 허가 이후 사업화로 옮기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엘레바 역시 올해 1월 HLB 대표를 지냈고 현재 HLB US와 이뮤노믹테라퓨틱스 대표를 겸하고 있는 김동건 대표를 신임 CEO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미국과 한국에서 30년 이상 M&A(인수합병)와 기업금융, 투자 업무를 경험했으며 엘레바 대표 취임 당시부터 NDA 이후 상업화 전략 실행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리보세라닙을 위해 준비했던 미국 현지 판매 인프라에 HLB그룹 차원의 글로벌 사업화 인력이 더해진 만큼, 리라푸그라티닙을 미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판매하고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안착시킬지가 관심사다.

엘레바가 리라푸그라티닙의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국내 제약사가 해외 파트너사로부터 판매 로열티를 받는 구조와 달리 엘레바가 직접 미국 판매 주체가 될 경우 제품 매출이 그룹 실적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담관암만으로는 좁다…FGFR2 고형암으로 적응증 확대

리라푸그라티닙의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엘레바는 현재 담관암을 제외한 FGFR2 융합·재배열 양성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리라푸그라티닙의 글로벌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첫 환자가 투약됐고 미국 모피트암센터에서도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임상은 미국과 한국,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진행된다.

위암이나 췌장암, 두경부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FGFR2 융합·재배열을 기준으로 환자를 선별해 리라푸그라티닙의 효과를 확인하는 전략이다. 장기적으로는 암이 발생한 장기가 아니라 특정 유전자 이상을 기준으로 사용하는 암종불문 항암제로 적응증을 넓힐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유럽 진출도 병행되고 있다. 엘레바는 지난 15일 EMA(유럽의약품청)에 FGFR2 융합·재배열 진행성·전이성 담관암 2차 치료제로 리라푸그라티닙의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허가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결국 리라푸그라티닙의 상업적 성공은 FDA 허가 자체보다 미국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처방 기반을 확보하고 유럽 등으로 판매 지역을 넓히며, FGFR2 변이를 가진 다른 암종까지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최영찬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출입하고 있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공부해 정확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chan111@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형광펜 추가
✕ 형광펜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