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교통사고 사례를 다뤄온 한문철 변호사가 앞으로 보험사명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한된 영상과 정보만으로 개별 사고의 사실관계가 단순화될 수 있는 데다, 보험사 실명 공개가 사고 내용과 결합될 경우 당사자 특정 등 개인정보 침해 우려와 불필요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문철 변호사는 9월 30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라이브 방송에서 앞으로 교통사고 사례에 등장하는 보험사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협업을 이어오던 DB손해보험을 제외한 다른 보험사들은 ‘빅4 중 하나’ 등으로 불렀지만 앞으로는 각 보험사의 이름을 공개하고 보험사별 입장과 자신의 의견을 함께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보험사 실명 공개가 특정 보험사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나 담당자마다 교통사고 과실비율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각 보험사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자신의 의견을 함께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DB손해보험도 잘못된 판단이라고 보는 사례는 기존처럼 지적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의 계기로 한 변호사는 A 보험사 직원이 제보한 교통사고 사례를 소개했다. 해당 사고는 양측 차량 모두 같은 보험사에 가입돼 있었지만 담당자들이 서로 다른 과실비율을 예상했고, 사고 당사자 중 한 명은 자신의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양측의 동의를 받은 A 보험사 직원이 한 변호사에게 과실 비율 판단을 요청했다.
한 변호사는 이를 통해 보험사 직원들이 고객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교육과 판단 기준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손해보험협회의 과실비율 기준이나 경찰의 판단 등에서 벗어나 법원의 합리적인 판단에 가까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한 변호사의 결정을 두고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사명 공개 과정에서 사고 내용과 영상 등이 함께 노출될 경우 사고 당사자가 특정되는 등 개인정보나 권리가 침해될 수 있고, 불필요한 이슈나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손해보험사 관계자 A 씨는 “사고는 개별 사안인 만큼 가해자와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사명 공개로 불필요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해보험사 관계자 B 씨 또한 “보험사명을 공개하는 것은 방송에 공개된 제한된 자료만으로 복잡한 사실관계나 법률 판단이 단순화되고, 개인정보나 분쟁 당사자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했다.
다만 업계는 보험사명을 공개하더라도 한 변호사의 방송 등 외부의 판단이나 이를 통해 형성된 여론이 실제 과실비율을 결정하는 법적·제도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개별 사고의 과실비율은 사고 영상과 현장 조사 내용,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 인정기준, 관련 법령과 판례 등을 토대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 변호사가 방송을 통해 과실비율 판단을 제시하는 방식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과실비율을 둘러싼 분쟁은 이미 과실비율분쟁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재심의, 소송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다툴 수 있다”며 “정해진 기준과 절차가 있는 상황에서 방송이나 여론을 통해 판단하려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손해보험협회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과 과실비율분쟁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보험사나 공제사 간 과실비율에 이견이 있을 경우 대표협의회와 소심의위원회, 재심의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칠 수 있다. 심의 결과에 불복하는 사고 당사자는 보험사를 통해 소송을 진행해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