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등이 제기한 600억 원 규모 위약벌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을 봉합하기 위해 만들어진 ‘4자 연합’ 내부 갈등이 거액의 소송전으로 번졌는데, 법원은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1심 판결인 만큼 향후 송 회장과 임 부회장 등의 항소 여부와 함께 향후 4자 연합이 기존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눈길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재판장 김석범 부장판사)는 1일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킬링턴유한회사가 신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위약벌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원고들이 모두 부담하도록 했다.
송 회장 측은 신 회장이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과 관련한 합의를 어기고 이사회를 개최한 데 대해 100억 원, 사업 참여에 반대하는 표결을 한 데 대해 다시 100억 원의 위약벌이 발생했다며 세 주체가 200억 원씩 모두 60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사이언스는 2025년 6월 5일과 10일 두 차례 이사회를 열어 반포 시니어케어 사업 참여 여부를 논의했다. 1차 이사회에서는 서울성모병원의 적극적인 협력을 조건으로 160억 원을 투자하기로 조건부 승인했지만 닷새 뒤 2차 이사회에서는 서울성모병원의 구체적인 확약이 어렵고 투자금 회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기존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송 회장·임 부회장 측은 신 회장이 이미 사업 참여에 합의하고도 이를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 회장 측은 조건 없이 투자하기로 한 확정적 합의 자체가 없었고, 2차 이사회는 1차 이사회에서 정한 조건의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후속 절차였다고 맞섰다.
1심 법원은 신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1차 이사회 결의가 조건부 승인인 만큼 2차 이사회에서 사업 투자 여부를 다시 논의한 것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안건을 임의로 상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 회장이 2차 이사회에서 사업 투자에 반대한 것이 주주간계약 위반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4자 연합이 반포 사업의 투자 여부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합의한 것을 넘어, 실제 투자까지 확정적으로 합의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신 회장 측은 판결 직후 “처음부터 사실관계와 법리는 분명했고 예상했던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사이언스 빠진 반포 사업은 계속…가톨릭대와 MOU
한미사이언스가 참여하지 않기로 한 이후에도 반포 사업은 다른 사업 주체들을 중심으로 계속 추진되고 있다.
현재 서울 서초구 반포동 옛 쉐라톤팔래스호텔 부지에서는 폴코리아반포PFV가 주거·호텔·헬스케어를 결합한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부지는 올해 4월 서울시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됐다.
폴코리아반포PFV는 지난 6월 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과 단지 내 웰니스 시설인 메디컬 허브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가톨릭대 산학협력단은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한 부속 의료기관과의 연계 서비스 지원과 의료·헬스케어 서비스 기획 등에 협력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당시 신 회장 측이 서울성모병원의 적극적인 협력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사업 참여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600억 소송 이어 100억 가압류 맞불…4자 연합 어디로
4자협약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이번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신 회장은 임 부회장이 4자협약에서 정한 의결권 공동행사 의무를 위반했다며 임 부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에 대해 100억 원 규모의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7월 이를 인용했다.
문제가 된 것은 임 부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것으로 밝힌 한미사이언스 지분 9.15% 가운데 2.7%다. 임 부회장은 이 주식을 에쿼티퍼스트와 환매조건부로 거래했는데 이후 주식이 시장에서 매각되면서 2025년과 2026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신 회장 측은 이를 공동 의결권 행사 의무 위반으로 봤다.
송 회장·임 부회장·킬링턴 측은 신 회장이 4자 협약을 위반했다며 600억 원의 책임을 물었고, 신 회장은 반대로 임 부회장의 협약 위반을 주장하며 주식 가압류에 나선 상황이다.
신 회장은 가압류 결정 이후에도 “4자 연합에 본질적 균열이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수백억 원대 소송과 상대방 보유 주식에 대한 가압류까지 이어진 만큼 연합의 신뢰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지에 의구심을 보인다.
다만 한미약품그룹은 주주 간 법적 분쟁이 회사 경영에 미칠 영향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미 구축한 만큼 4자 연합의 법정 공방이 회사 사업과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