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00년 전, 한글을 둘러싼 두 역사가 같은 날 시작됐다. 1926년 11월 4일 조선어연구회는 처음으로 우리 글을 기념하는 ‘가갸날’ 행사를 열었다. 같은 날 송암 박두성은 시각장애인이 우리말을 읽고 쓸 수 있도록 만든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글을 지키고 기념하려는 움직임과 누구나 한글을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이 올해 나란히 100년을 맞았다.

한글날은 1926년 11월 4일 조선어연구회가 ‘훈민정음’ 반포 8회갑(480년)을 기념해 서울 종로의 요릿집 식도원에서 기념식을 연 데서 시작됐다. 한글날의 첫 이름은 ‘가갸날’로, 당시 한글을 익힐 때 사용하던 ‘가갸 거겨 고교’ 순서의 첫 두 글자를 따 이름 붙었다. 가갸날 제정은 일제강점기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는 움직임의 하나였다.

첫 가갸날이 11월 4일이었던 데는 당시의 역사 해석이 작용했다. 조선어연구회는 1446년 음력 9월에 훈민정음을 책자로 완성했다는 실록의 기록을 근거로 음력 9월 29일을 훈민정음이 세상에 나온 날로 봤다. 이를 1926년 양력으로 환산한 날짜가 11월 4일이었다.
가갸날이 제정된 같은 날,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 ‘훈맹정음’도 세상에 나왔다. 제생원 맹아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송암 박두성은 시각장애인들이 일본어 점자를 써야 하는 현실 속에서 1920년부터 한글 점자 연구에 나섰다. 이후 1923년 제자들과 조선어점자연구위원회를 조직한 뒤 여러 점자 체계를 시험한 끝에 1926년 한글 점자를 완성해 11월 4일 훈맹정음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훈맹정음은 여섯 개 점의 조합으로 자음과 모음 등을 표현한다. 배우기 쉽고 점의 수가 적으며 글자끼리 혼동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 아래 만들어졌다. 한글의 초성과 중성, 종성을 점자로 나타낼 수 있도록 해 시각장애인이 우리말을 직접 읽고 쓸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훈맹정음은 이후 한글 맞춤법과 점자 사용 환경의 변화에 맞춰 여러 차례 정비됐다. 한글 점자는 1997년 정부가 점자 규정을 고시하면서 국가 차원의 규범을 갖췄고, 이후 개정된 ‘점자법’에 따라 매년 11월 4일이 ‘한글 점자의 날’로 지정됐다.
가갸날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했다. ‘한글’이라는 명칭이 널리 자리 잡으면서 1928년부터 한글날로 이름을 바꿨다. 기념 날짜도 여러 차례 달라지다 1940년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책이 1446년 음력 9월 상한에 완성됐다는 기록이 확인되면서 지금의 10월 9일이 한글날로 자리 잡았다.
두 100주년이 겹친 올해는 지난 한 세기의 역사를 되짚는 전시와 행사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는 지난 2일부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한글날 제정 100주년 기획특별전 ‘일구이륙 무한이륙’을 열고 있다. 전시는 1926년 첫 가갸날을 시작으로 한글날의 탄생과 변화, 한글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서울시도 한글날을 맞아 9일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놀이마당에서 한글날 제정 100주년 기념행사 ‘서울이 한글로 와글와글’을 개최한다. 행사에서는 한글 맞춤법과 한글 간판 전시를 비롯해 시민 체험 프로그램과 우리말 노래 공연 등이 진행된다.
훈맹정음 반포 100년을 돌아보는 행사도 진행된다.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송암점자도서관은 지난 7일 인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기획특별전 ‘점에서 세상으로: 훈맹정음 100주년’을 개막했다. 한글 점자의 탄생 과정부터 지난 한 세기 동안 점자가 시각장애인의 배움과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아온 과정을 소개한다.

한편 금융권에서도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한글날을 맞아 지난 8일부터 연 5.8% 금리를 제공하는 발행어음 특판을 판매하고 있다. 금리 5.8%에는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의 의미를 담았고, 총 판매한도 100억 원과 1인당 가입 한도 100만 원은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상징한다. 만기는 3개월이다.
NH농협은행은 모바일 플랫폼 NH올원뱅크에서 오는 16일까지 한글날 제정 100돌 기념 이벤트를 진행한다. 고객이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뮷즈’에 응모하거나 ‘한글날’을 주제로 삼행시를 짓는 방식이다. 단청 무선 블루투스 키보드와 청자 잔 세트 등 국립박물관 상품을 총 820명에게 제공하고, 삼행시 참여자 가운데 100명에게는 추첨을 통해 NH포인트 1만 원을 지급한다.

신한투자증권도 지난 8일 공식 유튜브 채널 ‘알파TV’를 통해 브랜드 캠페인 영상 ‘한글, 세상을 담다’를 공개했다. 영상은 ‘네’, ‘넵’, ‘넹’처럼 같은 뜻도 표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일상 속 표현에서 출발해 한글이 감정과 지식, 문화를 기록해 온 과정을 소개한다. 독립운동가들이 자음과 모음을 바꿔 한글을 암호로 활용했던 사례와 타자기·컴퓨터·휴대전화로 이어진 한글 입력 방식의 변화도 담았다. 오는 14일까지 투자 용어를 풀이해보는 ‘투자 언어영역 모의고사’ 이벤트도 진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