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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비트고 통해 디지털 자산시장으로 간다

두나무 지분 투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이어 가상자산사업자격 획득…KB 참여한 KODA가 선두

[비즈한국] 하나금융그룹이 투자한 글로벌 디지털 자산 인프라 기업 비트고(BitGo)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 자격을 확보했다. 비트고는 하나금융·SKT의 투자를 받아 한국 법인을 설립한 뒤 VASP 신고 수리까지 마치면서 국내 기관·법인 대상의 디지털 자산 수탁(커스터디) 사업에 나설 기반을 마련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거래소에 이어 수탁 인프라까지 확보한 하나금융의 디지털 자산 사업 현황이 주목된다.

하나금융그룹이 지분 투자 및 공동 설립한 비트고코리아가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을 취득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지난 20일 비트고의 한국 법인인 비트고코리아(BitGo Korea)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VASP 신고 수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디지털 자산 업체 중 처음으로 법인을 세워 직접 VASP 자격을 취득한 사례다. 2013년 출범한 비트고는 디지털 자산 수탁과 스테이킹 등 가상자산 인프라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지난 1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비트고코리아는 VASP 수리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기관·법인 대상의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비트고는 SNS를 통해 “VASP 승인을 통해 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규제 기반을 마련했다. 기관과 기업 고객에게 가상자산 보관과 이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지난 10년 이상 전 세계 기관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장기적으로 고객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법인 설립과 규제 절차를 거치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VASP 신고가 필수다. 신고 수리를 위해 갖춰야 할 요건으로는 △정보보호 관리 체계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사업자(대표자, 임원, 대주주 포함)의 법률 위반 이력 △재무 상태 △사회적 신용 △특금법 등 관련 법령 준수를 위한 인력·조직 확보 등이 있다. 해외 기업의 경우 지배 구조가 복잡하거나 법적 문제 등으로 VASP 취득이 어려웠다.

비트고코리아의 투자사인 하나금융은 VASP 신고 수리 소식과 함께 디지털 자산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가상자산 법제화에 대응하면서 2023년 비트고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2024년 SKT와 비트고코리아를 공동 설립했다. 2025년 말 기준으로 하나금융은 비트고코리아의 지분 24.7%를, SKT는 10%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향후 가상자산 ETF, 토큰증권, 실물연계자산(RWA),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과 전통 금융의 융합이 가속화하면서 디지털 자산을 보관·운용할 수 있는 수탁 인프라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비트고가 축적한 글로벌 수준의 보안 기술과 운영 노하우에 그룹의 자산·리스크 관리 역량을 결합하겠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가상자산 인프라 기업 비트고(BitGo)가 국내 기관·법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자산 수탁 사업에 나선다. 사진=비트고 엑스(X) 

하나금융은 디지털 자산 중심의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해왔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안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코인 발행 및 준비금 관리, 보안 체계를 확립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실생활 연계를 위한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제휴로 다양한 사용처를 확보해 코인 유통망을 완성하고, AI 기술 연계 및 정부 정책 공조를 통해 코인 발행-유통-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해외 기업과 협력하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등 다방면으로 대비하고 있다. 3월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USDC) 발행사인 서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과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결제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어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과 디지털 자산 분야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디지털 자산 수탁 서비스 출시, 기관 대상의 가상자산 현물 거래 등 유럽에서 선제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초에는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처음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컨소시엄에는 iM금융지주, BNK금융지주, OK저축은행, SC제일은행 등이 합류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 5월에는 두나무에 1조 원을 투자해 지분 6.55%를 확보하며 5대 주주로 올라섰다. 여기에 비트고코리아를 통해 법인의 디지털 자산 시장 진입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함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스테이블코인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인 발행만으로는 기회를 만들 수 없고 시장을 주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디지털 자산 사업 확장에 의지를 보였다.

다만 하나금융과 비트고코리아가 디지털 자산 수탁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초기 단계인 데다, KB국민은행이 참여한 한국디지털애셋(KODA)이 점유율 80~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참여한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안랩블록체인컴퍼니(ABC) 등 여러 업체가 진출한 상태다. 국내 1위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도 2025년 기관용 수탁 서비스(업비트 커스터디)를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기관·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제한된 상황”이라며 “향후 가상자산 3단계 법안 마련으로 법인 투자를 전면 허용하면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영 기자

금융·가상자산·핀테크·투자 업계 중심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언제든 제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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