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하겐다즈가 창업 이후 처음으로 오너 3세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세대교체에 나섰다. 창업주의 장남이 약 30년간 이끌어온 경영 체제를 마무리하고 손녀가 경영 전면에 나선 가운데, 최근 회사 소재지 이전과 창업주 일가가 운영하는 주요 사업의 경영진까지 재편되면서 3세 중심의 경영 구도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3세 남매 ‘역할 분담’…대표 교체 후 사무실도 이전
한국하겐다즈를 이끌어온 창업주 2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하겐다즈의 백순석 대표이사는 지난 5월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백 전 대표는 한국하겐다즈 창업주인 고(故) 백종근 전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가를 대표해 회사 경영을 맡아왔다.
백 전 대표가 물러난 자리에는 딸 백재연 씨가 올랐다. 1985년생인 백재연 대표는 공동대표이사로 선임돼 기존 권유정 대표와 함께 한국하겐다즈를 이끌게 됐다. 한국하겐다즈에서 오너 3세가 대표이사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하겐다즈는 1991년 고 백종근 전 회장이 미국 식품기업 필스버리와 합작해 설립한 국내 하겐다즈 사업 법인이다. 이후 필스버리가 제너럴밀스에 인수되면서 해외 주주는 제너럴밀스 계열로 변경됐지만, 국내 측 지분과 경영에는 백 전 회장 일가가 지속적으로 참여해왔다.
백종근 전 회장이 회사 설립 이후 초기 경영을 맡았고, 1996년 장남 백순석 전 대표가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백 전 대표는 이후 일부 공백을 제외하고 약 30년간 대표직을 맡아왔다.
백재연 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창업주 일가가 운영하는 주요 사업의 경영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백 대표는 올해 1월 일가의 항공 사업 회사인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사내이사에 취임했지만, 한국하겐다즈 대표에 오른 직후인 지난 5월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같은 시기 남동생 백재환 씨는 샤프에비에이션케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에 따라 백재연 대표는 한국하겐다즈를, 백재환 대표는 샤프에비에이션케이를 각각 맡는 형태로 남매의 역할 분담이 뚜렷해졌다. 오너 3세가 주요 사업을 나눠 맡으면서 창업주 일가의 세대교체도 한층 본격화한 모습이다.
백재연 대표 취임 직후 한국하겐다즈가 회사 소재지를 이전한 점도 눈길을 끈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한국하겐다즈는 지난 6월 법인 주소지를 기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대치동으로 변경했다. 2011년부터 약 15년간 유지해온 주소지를 옮긴 것으로, 대표이사 교체 직후 이뤄진 변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끌어온 경영진이 교체된 데 이어 회사 소재지까지 변경되면서 한국하겐다즈가 3세 경영 체제에 맞춰 조직 전반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아이스크림 침체기 속 한화, 투썸 등 프리미엄 경쟁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시장 규모(매출액 기준)는 2015년 2조 184억 원에서 2024년 1조 4864억 원으로 감소했다. 10년 사이 시장 규모가 약 26% 줄어든 셈이다. 저출생 영향으로 아이스크림의 주요 소비층인 아동 인구가 감소한 데다 커피·베이커리 등 대체 디저트 시장이 성장하면서 전통적인 빙과 시장이 위축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전반의 위축에도 한국하겐다즈는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꾸준히 외형을 키워왔다. 2016 회계연도(2015년 6월~2016년 5월) 459억 원이던 매출은 2021 회계연도 652억 원으로 늘었고, 2024 회계연도에는 878억 원까지 확대됐다. 2025 회계연도에는 985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 1000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약 10년 사이 매출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진 것이다.
외형 성장과 달리 최근 수익성은 둔화하는 모습이다. 2025 회계연도 매출은 전 회계연도 대비 12.2% 증가하며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44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7억 원에서 22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9 회계연도 이후 6년 만이다.
향후 사업 환경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표방한 신규 브랜드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자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을 선보인 뒤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도 최근 미국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루엔’의 국내 사업에 뛰어들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경쟁이 확대되는 가운데 백재연 대표 체제의 향후 사업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존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변화한 소비 트렌드와 경쟁 환경에 대응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하겐다즈 관계자는 “제품 경쟁력 강화,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소비자 경험 강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하겐다즈는 차별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는 물론 브랜드가 지향하는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의 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