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경상북도가 산업단지와 보조금을 중심으로 한 기존 기업 유치에서 벗어나 금융과 연구개발(R&D), 인재, 물류를 묶은 통합형 투자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 개별 기업의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앵커기업과 연구기관, 협력기업, 투자자본이 함께 들어오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경북도는 지난 7~8일 중국 기업유치 플랫폼 관계자와 투자자, 법률자문가 등 중국 측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 미래전략 산업혁신 투자포럼’을 진행했다. 7일 서울에서 경북의 투자환경과 바이오·기계부품·방산 등 전략산업을 소개한 데 이어 8일에는 안동시청과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영주시청과 영주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를 차례로 둘러봤다.
경북도가 중국 투자자들을 별도로 초청해 산업현장을 소개한 것은 최근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상무부·외교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5개 부처 공동으로 법률·재정·금융·물류·통관 등을 포괄하는 해외 종합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올해 2월에는 기존 ‘저우추취(走出去, 해외진출)’ 공공서비스 플랫폼을 국가 차원의 해외 종합서비스 플랫폼으로 확대했다. 해외투자를 일률적으로 장려한다기보다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의 시장개척과 현지 정착, 리스크 관리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다.

경북도가 내놓은 해법은 경북 전체를 하나의 투자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은 “경상북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투자 플랫폼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개별 기업 유치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를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안동 바이오·백신, 포항 이차전지, 구미 반도체·방산, 영주 베어링 등 지역별 산업기반에 금융과 물류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금융 기능도 강화한다. 한화그룹 등과 1000억 원 규모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지역 공공투자기관인 ‘경북투자금융주식회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보조금 지급을 넘어 경북투자금융주식회사를 통해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민간·정책금융을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경북도는 지난 5월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설립 논의를 본격화했다.
안동은 이 같은 통합형 투자유치 전략을 적용할 대표 산업으로 바이오를 내세우고 있다. 앵커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SK플라즈마,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등 민간기업과 공공 연구·생산 인프라가 모여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동 백신 생산시설 L HOUSE의 생산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기존 백신 생산동을 1층에서 3층으로 증축해 약 4200㎡ 규모의 신규 공간을 확보했다.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 GBP410의 글로벌 상업생산을 위한 시설이다.
김바른 SK바이오사이언스 부사장은 “왜 안동인가, 왜 경북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10여 년 전 안동과 경북은 이미 준비돼 있었다”며 “단순히 기업 하나가 들어오는 부지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할 생태계를 함께 구축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과의 거리와 전문인력 확보는 여전히 지역 바이오산업의 과제로 꼽힌다. 현장에서도 인력 확보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조영국 신테카바이오 사장은 “AI 바이오 기업의 가장 큰 애로는 지역 내 전문 인력 확보”라며 “지방정부는 단순히 자금이나 부지를 주는 것을 넘어 AI와 바이오를 모두 이해하는 융합 인재가 정주할 수 있는 여건과 네트워크를 제공해야 한다”고 짚었다.

경북도는 지역 대학과 기업을 연계해 인재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은 “서울 중심의 인재 편중을 극복하기 위해 포스텍, 경북대, 영남대 등과 연계한 제약학과 신설과 맞춤형 인재 육성을 기업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동시는 생산시설뿐 아니라 연구기능 유치에도 지원을 넓히고 있다. 연구소가 5억 원 이상 투자하면 투자액의 20% 범위에서 최대 10억 원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경북도 역시 포스텍·경북대·영남대 등과 계약학과 신설과 기업 맞춤형 인재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안재홍 안동시 투자유치과장은 “안동은 단일 기업 유치가 아니라 물류와 인력, 입지, 인프라를 패키지로 지원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기업별 수요에 맞춘 인센티브와 파트너십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투자자들은 이 같은 지원이 실제 투자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안동시청 간담회에서는 연구소 설립 지원 규모와 최소 투자조건, 외국기업의 용지 확보, 세제혜택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아직 정보교류와 시장조사, 잠재 협력기업을 찾는 단계인 만큼 단순한 보조금 규모보다 한국 진출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실제 지원을 따져보는 모습이었다.

한중 간 산업 협력 지원 플랫폼 기업인 사이촹웨이라이의 왕커진 총경리는 기자와 만나 “현재 경상북도 관련 기관들과 상시적으로 업무 협의를 이어가며 사전 조사와 기업·산업 자원 연계 작업을 하고 있다”며 “경상북도 진출에 관심 있는 중국 기업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안동 바이오산업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바이오 원료 및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료·보조재료 기업, 의료기기·체외진단 기업, 기능성 건강식품 및 바이오 가공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며 “일부 기업은 해외 진출과 해외 R&D 협력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실제 투자를 결정하는 조건으로는 정책의 투명성과 현지 정착 지원을 꼽았다. 왕 총경리는 “투자보조금과 세제혜택, 용지 정책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인허가·인증, 인력채용과 노무관리, 현지 법규 준수에 대한 전문적인 안내를 제공해주길 기대한다”며 “한국의 전후방 협력기업을 연결해 외국기업이 지역 산업 생태계에 빠르게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북 금융투자 플랫폼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왕 총경리는 “중국의 지방정부와 산업펀드가 연계한 기업유치 방식은 익숙하고 실제 수행한 경험도 있다”며 “양측이 공통으로 관심을 갖는 실물산업 프로젝트가 발굴된다면 펀드 차원의 협력 가능성을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되는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영주에서도 투자자들의 질문은 구체적이었다. 중국 측 관계자 A 씨는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의 토지 지원과 입주 기술요건을, B 씨는 군용·전략물자 관련 규제와 중국기업의 투자 가능 범위를 물었다. 영주시는 최대 50%의 입지보조금과 베어링 시험·평가 장비 이용료 감면 등을 제시했다. 약 118만㎡ 규모의 첨단베어링 국가산단은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조성 중이다.
1박 2일간 투자자들과 산업현장을 동행하면서 경북도는 금융·R&D·인재·물류를 하나로 묶은 투자지원 모델을 제시했다. 중국 측 관계자들도 단순한 현장 시찰을 넘어 연구소·생산시설 설립과 현지 법인 진출, 지역 공급망과의 협력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결국 경북도가 구축하려는 투자 플랫폼을 실제 투자와 기업 정착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느냐가 다음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