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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
흔들리는 시장에서 나를 붙잡는 ‘투자의 중력’

예측보다 구조를, 확신보다 견딜 수 있는 나를 만드는 투자 원칙을 세워라

[비즈한국] 많은 투자자는 늘 같은 고민에 빠진다. 지금 무엇을 사야 할까. 어디까지 오를까. 이 가격에 들어가도 될까. 누구 말을 들으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시장에는 그 질문에 답해주겠다는 사람이 넘친다. 리딩방은 종목을 찍어주고, 유튜브는 확신을 팔고, 전문가는 내일의 지수를 말한다. 그러나 그 확신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그런데 나는 왜 여전히 불안할까.”

황준호의 ‘투자의 중력’은 바로 그 불안감에서 출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증권사 채권 운용역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20년 동안 시장을 지나온 투자자다. 한때 한 달에 수십억 원의 수익을 냈고, 2022년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65억 원의 손실도 겪었다. 보통 이런 이력은 “나는 이렇게 벌었다”는 결론으로 흘러가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반대로 간다. 큰돈을 벌어본 사람, 큰돈을 잃어본 사람이 끝내 도착한 결론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이다. 투자는 시장을 이기는 일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부터 인정하는 일에서 출발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투자의 중력 황준호 지음, 북스톤

그래서 이 책은 당연히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답을 얻고 싶다면 먼저 옳은 질문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리딩방에서 찍어주는 종목, 월 수백 퍼센트 수익률,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오를지 묻는 질문, 버핏을 만나면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같은 익숙한 장면들을 꺼내며 투자자의 질문이 얼마나 자주 잘못된 곳을 향하는지 짚어준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맞히는 능력이 아니다. 틀렸을 때도 살아남는 구조다. 내가 틀렸을 때 얼마를 잃는지, 다시 판단할 여력이 남는지, 손실 뒤에도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는지. 저자가 말하는 투자의 원칙은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투자자에게 정말 무서운 것은 손실 자체가 아니다. 손실 이후 사람이 달라지는 일이다. 10%의 손실은 견딜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계좌에 숫자가 찍히면 마음이 흔들린다. 20%가 빠지면 원칙보다 본전 생각이 앞서고, 30%가 빠지면 투자는 어느새 피비린내 나는 복수전이 된다.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더 위험한 선택을 하고, 더 빠른 수익을 약속하는 말에 눈이 먼다. 그래서 잃지 않는 투자는 겁쟁이의 태도가 아니다. 다시 판단할 수 있는 나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책의 제목인 ‘중력’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중력은 우주의 네 가지 힘 가운데 가장 약한 힘이지만, 질량이 쌓이면 시공간을 휘게 만들고 결국 주변을 끌어당긴다. 투자도 그렇다. 우연히 맞힌 종목 하나, 운 좋게 잡은 저점, 남보다 빨랐던 정보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판단의 논리가 쌓이고, 손실을 관리하는 습관이 생기고, 자기만의 기준이 단단해지면 돈은 조금씩 그쪽으로 끌려온다. 돈을 좇는 투자자는 늘 조급하지만, 돈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투자자는 기다릴 수 있다.

저자는 투자를 바둑에 비유한다. 처음에는 눈앞의 돌 하나를 잡는 데 마음이 간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싼 종목, 오를 종목, 남들이 아직 모르는 종목을 찾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전투가 아니라 전체 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금, 해자(Moat), 재투자 능력, 자산배분, 손실을 견디는 체력. 이런 것들은 단기 수익률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어려운 장에서 투자자를 무너지지 않게 한다. 진짜 강한 포트폴리오는 좋을 때 빛나는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나쁠 때 살아남는 포트폴리오다.

‘투자의 중력’에서 강조하는 투자 원칙은 결코 계좌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투자는 돈을 넣고 돈을 빼는 일이지만, 동시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숫자로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탐욕에 얼마나 약한지, 공포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남의 수익률에 얼마나 흔들리는지, 운 좋게 번 돈을 얼마나 빨리 실력으로 착각하는지 시장은 매일 보여준다. 좋은 투자자가 된다는 것은 재무제표를 더 잘 읽는 사람이 되는 일만이 아니다. 자기 욕망의 모양을 더 정확히 아는 사람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 책은 지금 살 종목을 알려주지 않고, 다음 주 시장을 예측해주지도 않는다. 대신 더 오래 남는 올바른 질문을 알려준다. 나는 왜 자꾸 남의 확신을 빌리려 하는가. 내 투자에는 틀렸을 때의 계획이 있는가. 나는 돈을 끌어당기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돈의 움직임에 끌려다니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이 올바른 답을 끌어낸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투자 바이블은 대부분 돈보다 사람을 먼저 이야기한다. 이 책도 그렇다. 시장을 이기는 비법보다 시장 앞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예측보다 구조를, 확신보다 겸손을, 한 번의 대박보다 오래 살아남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강조한다. 돈은 늘 움직이고 시장은 늘 흔들린다. 결국 남는 것은 그 흔들림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다. ‘투자의 중력’이 묻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당신은 지금 돈을 좇고 있는가. 아니면 돈이 끌려올 만큼의 무게를 자기 안에 쌓고 있는가.

봉성창 기자

기업이 말하는 성장의 언어와 그 뒤에 놓인 현실의 간극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날카롭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산업의 현재와 다음을 기록하겠습니다.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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