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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욱의 나쁜골프
MZ 골드러시가 끝난 자리, 골프업계의 새 금맥은 ‘시니어’

떠나간 MZ 대신 구매력 높은 5060 세대 급부상…지속 가능한 성장 위한 시니어 마케팅 전략 요구

[비즈한국] 한때 골퍼들이 젊어졌다. 불과 몇 년 전, 코로나 시기의 일이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MZ세대가 골프에 열광했다. 가히 광풍이라고 부를 만했다. SNS에는 골프 코스에서 멋진 젊은 골퍼들이 찍은 사진이 넘쳐났다. 젊은 층의 구매력은 상당했고 골프 시장은 모든 분야에서 역대급 호황을 이뤘다. 하지만 그들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곧 떠났고 이동했다. 채굴이 끝난 금광을 버리고 다른 곳의 금을 찾아, 아니면 다른 광석을 찾아 떠나는 것과 같았다. 골프라는 골드러시는 그렇게 지나갔다. “요즘 골프장에 가면 젊은 친구들이 참 많아”가 “요즘 골프장에 가면 다 나이 든 사람들이야”로 바뀌었다. 어쩌면 ‘바뀌었다’는 표현보다 ‘예전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MZ세대의 골프 열풍이 잦아든 가운데 구매력과 지속성을 갖춘 50·60대 시니어 골퍼가 골프 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생성형AI

골프는 본디 젊은이의 스포츠는 아니었다. 그다지 역동적이지도 않고 시간도 많이 빼앗기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골프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20·30대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취미는 아니었다. 대한민국 골프 시장에서 50대 이상의 시니어 인구는 전체의 50~55%를 차지한다. 사실 현대의 50대는 시니어라고 하기에 너무 젊다. ‘액티브 시니어’라는 말도 있고, 과거의 50대나 60대에서 열 살 이상은 빼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다만 PGA 투어의 시니어 투어 격인 ‘PGA 투어 챔피언스’의 출전 자격이 만 50세인 점을 감안해 50대 이상을 시니어라고 가정해 보자.

대한민국에서 50대는 임금과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이 가장 높은 연령대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형성 수준도 최상위권이다. 한마디로 경제적 여유가 가장 큰 세대다. 40대가 자산 형성의 성장기라면 50대는 그 정점에 이르는 세대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부는 60대에도 이어진다. 과거에는 자녀들에게 유산을 상속하기 위해 일찍 자산을 처분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시니어들은 그렇지 않다. 자녀의 수도 과거에 비해 줄었지만, 무엇보다 수명이 늘었다. 건강하게 구매력을 잃지 않고 오래 살려는 희망은 여러 가지 라이프스타일에 반영됐다.

골프업계는 이미 떠난 젊은 세대가 다시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멍하니 기다릴 수는 없다. 게다가 현재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처참하다. 이제는 시니어 시장이다. 시니어 골퍼가 소비의 중심인 시장이다. 젊은 세대는 테니스와 러닝으로 떠나고 베이비붐 세대는 등산과 파크골프로 떠난다고 말하지만, 시니어 세대를 위한 골프업계의 마케팅이 주효하다면 그들은 더 오래 골프에 머무를 것이다. 골프는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그만두기도 어려운 운동이자 취미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 골프장도 ‘시니어 할인’을 시작해야 할 때다. 외국에서는 보통 60세 전후의 나이를 넘으면 시니어 할인 혜택이 있다. 현업에서 물러난 은퇴 골퍼들을 위한 혜택이지만, 이 역시 골프장과 골프업계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이 들어서 수입이 줄어들면 골프를 그만둬야지’라는 통념은 이제 ‘나이 들어도 계속할 수 있는 골프’로 바뀌어야 한다. 만일 시니어 세대조차 골프가 잡아두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골프업계의 미래는 탈출하기 힘든 질기고 깊은 러프에 빠질 수 있다.

골프 장비도 시니어를 위한 더욱 집중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물론 시니어들은 대놓고 ‘시니어를 위한’이라는 말은 싫어한다. 한때 시니어 티(tee)의 대명사였던 ‘골드 티’는 이제 두 개의 화이트 티 중 앞쪽에 있는 ‘프런트 화이트 티’로 바뀌지 않았는가. 어떻게 하면 ‘시니어를 위한’이라는 의도를 잘 숨기고 포장한 채 시니어용 장비를 개발하고 발전시킬 것인지가 골프 장비 업계의 숙제이기도 하다.

이는 골프웨어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의 디자인과 컬러가 시니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그들에게 합당한 가격 정책은 어떤 것인지 연구가 필요하다. 젊고 힙한 패션 철학을 지닌 브랜드도 이제 시니어 골퍼라는 메가 타깃을 생각해야만 한다. 적어도 그들을 위한 라인업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 50·60대인 세대는 10년 후 60·70대가 된다. 과연 그들의 마인드와 육체는 10년이라는 세월만큼 변할까? 대한민국은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2060년에는 초고령국가가 된다는 전망도 있다. 이 말은 골프 시장도 초고령 골퍼 시장이 된다는 이야기다. 골프업계도 고령 골프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의 50·60대 골퍼들은 생각보다 오래 골프 코스의 잔디 위를 걷고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강찬욱 작가

광고인이자 작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영상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를 맡고 있다. 골프를 좋아해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골프에 관한 책 ‘골프의 기쁨’, ‘나쁜골프’, ‘진심골프’, ‘골프생각, 생각골프’를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독자 및 시청자와 나누고 있다.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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