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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욱의 나쁜골프
‘골프웨어부터 레슨까지…’ 여성 골퍼 전성시대

스크린 골프로 낮아진 문턱, SNS·코로나로 넓어진 저변…핵심 소비층으로 자리매김

[비즈한국] 며칠 전 가평의 한 골프장에 라운드를 하러 갔다. 우리 팀의 한 동반자가 “앞 팀은 여자 4명이네”라고 했더니 캐디가 한마디를 더했다. “그 앞 팀도 여자 4명이에요.” 이제 골프 코스에서 여자 4명이 한 팀인 팀을 보는 일은 남자 4명 한 팀처럼 일상적인 풍경이다.

대한민국 여성 골퍼들의 인구는 가히 세계적이다. 대한골프협회(KGA)에서 발표한 ‘한국골프지표’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골프 인구 중 여성 비율은 약 45~47% 수준으로 집계된다. 250만 명에서 270만 명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만큼 여성 골퍼의 비율이 높은 나라는 없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골프 종주국 영국은 11~14% 남짓이다. 일본도 20% 남짓이다. 실제로 영국이나 일본의 골프장에서 보게 되는 여성 골퍼들 중 상당수는 대한민국에서 골프 여행을 온 여성 골퍼들이거나 현지 한국 교민인 경우가 많다. 미국도 30퍼센트가 안 되고 여성 골퍼들의 비중이 높다고 알려진 유럽의 나라들도 40%를 밑돈다.

스크린 골프의 확산과 SNS 열풍, 코로나19 시기 골프 입문 증가를 거치며 저변을 넓힌 여성 골퍼들이 골프웨어와 맞춤형 장비의 적극적인 소비자이자 레슨 시장의 장기 고객으로 자리 잡으며 국내 골프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미지=생성형AI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왜 이렇게 여성 골퍼들의 비중이 높은 걸까? 첫 번째는 스크린 골프의 영향이다. 2010년대 중반 스크린 골프가 확대되면서 많은 골퍼들, 특히 여성 골퍼들의 골프 입문이 쉬워졌다. ‘그냥 스크린이나 치려고’가 어느 순간 ‘실제 코스에 나가야지’로 자연스럽게 바뀌면서 여성 골프 인구의 1차 성장기를 맞이한다.

두 번째는 SNS다. 예쁜 골프웨어를 잘 차려입고 푸르른 페어웨이 위에서 찍은 사진만큼 “나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어”를 보여 주는 장치는 없다. 그 대열에 내가 빠지면 안 되는 심리 역시 작용했을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 “너 골프 치지?”란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코로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코로나로 인한 ‘여행 금지’다. 갈 데가 없으니 여성 골퍼들은 자연스럽게 MZ세대들의 골프 행렬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 행렬에서 많은 여성 골퍼들이 이탈하지 않고 지금까지 안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대한민국 골프 시장의 주류는 여성 골퍼다. 대한민국 골프웨어 시장은 3조 1000억 원에서 3조 500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여성 골프 의류 시장의 규모는 1조 8000억 원에서 2조 1000억 원에 이른다. 인구 비율은 50퍼센트가 안 되는데 의류 시장 비율은 60퍼센트 내외다. 그만큼 여성 골퍼들이 골프 의류의 강력한 소비자다.

여성 골퍼들을 타깃으로 고가의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생겨났고 골프 액세서리 등 여성 골퍼만을 위한 브랜드들도 시장에 여기저기 생겨났다. 골프 장비도 여성 골퍼 시장의 성장률이 남자 골퍼 시장을 추월했다. 생각해 보면 예전의 여성 골퍼들은 골프 클럽에 대해 그렇게 민감하지 않았다. 지금의 여성 골퍼들은 다르다. 본인의 체형과 스피드에 맞는 골프 클럽을 찾기 위해 골프 피팅숍을 찾는 여성 골퍼의 수가 대폭 늘었다.

골프 시장 중에 여성 골퍼들이 주도하는 가장 대표적인 시장은 ‘레슨 시장’이다. 남성 골퍼들은 소위 ‘독학 골퍼’가 많다. 아니면 ‘한두 달 레슨’ 골퍼다. 처음 입문할 때 잠깐 레슨 받고 곧 레슨을 그만둔다. 대부분이 그렇다. 여성 골퍼는 다르다. 레슨을 받는 여성 골퍼들 중 대부분은 ‘장기 레슨자’들이다. 레슨 시장에서는 ‘장기 고객’인 셈이다. “이제 레슨 그만 받지”라고 말하는 남편과 “안 돼, 너무 불안해”라고 말하는 아내의 대화는 이제 참으로 익숙한 대화다.

남자들이 주류였고 주도했던 대한민국 골프 시장의 대세는 이제 여성 골퍼다. 그들의 지갑이 더 크고 더 쉽게 열린다. 물론 여성 골퍼들의 증가와 함께 부작용들도 있다. ‘골프 불륜’, ‘골프 푸어’, ‘풀뱀’ 같은 용어들도 등장했다.

세계 여자 골프 무대인 미국의 LPGA에서 대한민국 여자 골퍼들은 아주 오랫동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선구자인 박세리와 박세리의 뒤를 잇는 세리 키즈의 등장, 그리고 새로운 세대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그때의 성공이 주니어 여자 골퍼와 골프 대디의 작품이었다면 이제는 이에 골프 마미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골프 선수는 여자가 강하다. 아마추어 골퍼, 주말 골퍼도 이제 여자가 강하다.

강찬욱 작가

광고인이자 작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영상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를 맡고 있다. 골프를 좋아해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골프에 관한 책 ‘골프의 기쁨’, ‘나쁜골프’, ‘진심골프’, ‘골프생각, 생각골프’를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독자 및 시청자와 나누고 있다.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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