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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끝난다던 가락시장 현대화, 2031년으로 더 미뤄져

3단계 실시설계 진행, 올해 12월 공사 발주…상인들 “노후 시설 개선 필요”엔 공감, 점포 규모·위치 변화 우려

[비즈한국] 2018년 마무리될 예정이던 서울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의 전체 완료 목표가 2031년으로 늦춰졌다. 3단계 공사 착수를 앞둔 상인들은 현대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이전과 새 시설 운영을 둘러싸고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3일 방문한 가락시장 수산물시장. 건물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사진=정원혁 기자 

서울 송파구에 있는 가락시장은 농수산물이 산지에서 들어와 경매와 중도매를 거쳐 소매점과 식당 등으로 유통되는 대형 도매시장이다. 시장 안에는 채소와 과일, 수산물을 거래하는 도매시설과 중도매인 점포, 창고, 사무실이 넓게 흩어져 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식자재와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가락몰도 함께 자리한다. 시설현대화 사업은 이 가운데 낡은 도매시설을 품목과 기능별로 다시 짓는 사업이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은 2009년 시작 당시 2018년 완료를 목표로 했다. 당초 3단계로 추진하다가 현재 5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1단계로 건립된 가락몰은 가락시장역과 가까운 소매권역에 자리한 종합 식자재 판매시설이다. 시장 북문 쪽에는 2단계로 완공된 채소2동이 있으며 무·배추·건고추 등 11개 품목의 반입과 거래, 보관·배송을 맡는다. 현재는 채소2동과 인접한 북문 쪽 부지에 채소1동을, 시장 서문 쪽 냉동창고와 기존 도매시설이 있던 부지에 수산동을 짓기 위한 3단계 실시설계가 진행 중이다.

가락시장 채소2동에 설치된 현대화 사업 안내판. 사진=정원혁 기자  

사업이 장기화한 배경에는 시장 영업을 유지한 채 단계별로 공사하는 순환 재건축 방식이 있다. 기존 상인을 다른 시설로 옮기고 구역을 비운 뒤 철거와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 한 시설을 완공하고 상인이 이동해야 다음 공정에 착수할 수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이전 절차까지 포함하면 단계마다 3~4년가량 걸린다고 설명했다.

상인 이전과 점포 배치를 둘러싼 협의, 거래 동선과 시설 구성을 보완하기 위한 계획 변경도 사업 장기화에 영향을 미쳤다. 사업 기간 중 신재생에너지 의무 비율과 법정 경비 등 적용 기준이 달라졌고, 정온시설 도입과 복층 구조가 반영되면서 사업비도 늘었다. 사업비 증액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가 두 차례 진행되면서 전체 일정은 더 길어졌다. 2019년 채소2동 관련 재검토를 마친 데 이어 2025년에는 3단계 사업을 대상으로 한 재검토가 완료됐다.

현장에서는 장기화한 사업의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3일 찾은 채소1동 신축 예정 부지의 옛 식품종합상가 건물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했다. 건물은 철제 가림막에 둘러싸였고 출입구는 굳게 잠겨 있었다. 잠긴 철창 너머로는 ‘출입금지’ 안내문이 보였다. 인근 관리금융동도 운영이 중단된 채 비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는 운행 중단 안내문이 붙었고 복도에는 시설 폐쇄 예정 안내문이 남아 있었다.

수산동 신축 예정 부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과거 영업 흔적이 남은 건물 안 점포들은 모두 비어 있었다. 주변에는 이전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폐기물이 놓여 있었다. 빈 점포 곳곳에는 채소2동으로 이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3일 방문한 가락시장 채소1동 부지에 자리한 옛 식품종합상가. 입구는 철제 가림막으로 막혀 있다. 사진=정원혁 기자 

이날 확인한 관리금융동과 식품종합상가 등은 2021년 채소1동·수산동 설계공모 자료에서 철거 대상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2026년 8월 현재도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었다. 상인들이 모두 이전해 건물은 비어 있었지만 본격적인 철거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장기화한 사업을 바라보는 현장 상인들은 시설현대화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했다. 가락시장 건물이 노후한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다만 새 점포의 규모·위치 등 세부 사항을 두고는 반응이 엇갈렸다.

가락시장에서 30년 가까이 채소를 판매한 70대 상인 A 씨는 “가락시장에는 노후한 건물이 많아 새로운 곳으로 옮기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위에 사무실도 생기는 구조라고 들었는데 지금보다 쾌적할 것 같다”며 “앞서 지어진 채소2동도 처음 이야기가 나온 뒤 입주까지 한참 걸렸다. 내가 장사하는 동안 옮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산시장에서 만난 50대 상인 B 씨도 “건물이 오래됐으니 바뀌는 것 자체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새로 지어질 수산동으로 옮기면 기존보다 매장 크기가 줄고 위치도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향후 건립될 채소1동과 수산동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지어진 채소2동에서 나타난 운영상 미흡한 점이 다음 시설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채소2동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채소2동에서 여러 문제가 나타난 만큼 채소1동과 수산동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까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3일 가락시장 수산동 부지에 있는 폐건물. 과거 상인들이 장사를 했던 흔적이 보인다. 사진=정원혁 기자 

현장 상인들은 시설현대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길어진 사업 기간과 새 시설의 영업 환경을 걱정하고 있었다. 노후 시설 개선을 기대하면서도 앞선 단계에서 제기된 불편이 채소1동과 수산동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다. 수차례 일정이 조정된 만큼 이번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지와 현장의 의견이 설계와 시공 과정에 어떻게 반영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새로 지어질 시설의 전체 연면적이 현재보다 확대되는 방향으로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점포도 기존보다 넓어질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상인이 도로나 공용 공간까지 영업에 활용하고 있어 새 시설에서는 체감 면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 측은 앞선 단계에서 드러난 미흡한 점을 다음 시설 설계에 반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회의에서 채소2동 운영 과정에서 확인된 미흡한 점을 채소1동 중간 설계에 반영했으며, 실시설계 과정에서도 추가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화 사업은 실시설계를 마친 뒤 올해 12월 3단계 공사를 발주해 본격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남은 시설을 순차적으로 건립해 2031년까지 전체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원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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