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49년간 화곡동을 지켜온 강서구청이 마곡 통합신청사로 자리를 옮기며 ‘화곡동 시대’의 막을 내렸다. 강서구는 흩어져 있던 행정 기능을 한데 모아 주민 편의와 업무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는 뒤편에서 화곡동 상인들은 구청 이전에 따른 상권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강서구청은 이달부터 마곡 통합신청사로 부서별 순차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가양동·화곡동 별관에 있던 부서는 지난 6일 이전을 마쳤고, 이후 본관과 복지·행정지원 관련 부서 등이 차례로 자리를 옮겼다. 오는 29일 구의회를 끝으로 청사 이전 작업은 마무리된다.
27일 오전 찾은 화곡동 옛 강서구청 본관에서는 이전 작업이 한창이었다. 정문 앞에는 짐이 담긴 파란색 바구니 여러 개가 수레에 실려 있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트럭들이 잇따라 도착해 바구니와 각종 짐을 싣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청사 곳곳에는 ‘청사 이전에 따른 주차장 이용 불가 안내’ 현수막과 스마트도서관, 무인회수기 등 구청 내 시설 이용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화곡동 일대에서 ‘강서구청’이라는 이름이 하나둘 사라지는 모습에서도 청사 이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강서구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강서구청사거리·서울디지털대학교’ 정류장은 ‘서울디지털대학교’로, ‘강서구청·한국건강관리협회’ 정류장은 ‘강서경찰서·한국건강관리협회’로 이름이 바뀌었다. 반면 마곡 통합신청사 인근 ‘강서세무서’ 정류장에는 ‘강서구통합청사’ 명칭이 새로 붙었다.
마곡동 공항대로 135에 들어선 통합신청사에는 구청과 구의회, 보건소 등이 한데 모인다. 그동안 여러 청사에 흩어져 있던 행정 기능을 한 곳으로 통합하는 것이 이전의 핵심이다. 강서구는 청사 통합으로 부서 간 업무 연계가 강화되고, 주민들이 여러 청사를 오가야 했던 불편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신청사에는 강서역사문화관과 마곡열린도서관, 공공예식장 등 주민 이용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반면 구청이 떠난 화곡동에서는 상권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청사 이전이 본격화하면서 구청 직원과 민원인의 발길이 줄었고, 매출도 과거보다 감소했다는 것. 이날 만난 인근 상인들도 유동인구와 매출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청 인근에서 오랜 기간 커피숍을 운영한 A 씨는 “전에는 구청 공무원들이 많이 찾았는데, 지금은 잘될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30% 정도 수준”이라며 “이 정도로 사람이 줄어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본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 씨도 “예전에는 아침 출근길에 구청 직원들이 많이 들렀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사라졌다”며 “매출도 예전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나가다 들르는 손님이라도 있지만, 식당들은 타격이 더 크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구청 인근에서 6년째 한식집을 운영하는 C 씨는 청사 이전이 진행되면서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이전이 끝나지 않아 남아 있는 구청 직원들이 찾아오지만,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게 체감된다”며 “예전에는 구청 직원뿐 아니라 민원인과 방문객들도 많이 왔는데 지금은 그런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C 씨는 “우리 가게는 그래도 길가에 있어 나은 편이지만, 안쪽에 있는 가게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구청이 빠져나간 자리를 단기간에 대체할 만한 수요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결국 구청 이전 이후 새로운 유동인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화곡동 상권 재편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구청 주변은 공무원과 민원인뿐 아니라 법무사·세무사 등 행정 연계 업종이 함께 상권을 떠받치는 구조”라며 “구청이 이전하면 먼저 유동인구와 매출이 줄고, 이후 연계 업종까지 함께 이동하면서 상권 위축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화곡동은 주거 배후가 탄탄하고 강서경찰서 등 공공기능이 남아 있어 급격한 공동화보다는 객단가는 낮아지고 회전은 유지되는 생활밀착형 상권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상권이 활성화되려면 일회성 방문객보다 주 2~3회 이상 반복적으로 지역을 찾는 수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생교육·직업훈련시설이나 간호·요양 인력 양성기관, 외래 중심 의료시설처럼 목적성 재방문이 발생하는 시설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서구는 옛 화곡동 청사 본관을 철거하고 복합문화시설을 새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열린 강서구의회 제322회 임시회 행정재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강서구는 옛 청사 부지 활용 방안 연구용역 결과 공연장과 도서관, 체육시설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 조성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구는 관련 기본계획 수립 등을 거쳐 구체적인 시설 구성과 사업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철거 이후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서기 전까지 부지는 임시주차장으로 활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