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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조 미래대응기금의 그늘, 지방 재정은 더 빠듯해진다

미래대응기금 우선 적립에 지방교부세 감소 우려…국고보조사업 부담은 확대

[비즈한국] 올해 우리나라 국세 수입이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호황으로 478조 6000억 원의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세수 급증에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으로 삼을 수 있는 초과 세수만 52조 2000억 원에 달해 기금 재원이 최대 2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대 세수 덕에 200조 원이 넘어서는 미래대응기금 마련이 본격화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걱정에 휩싸여 있다. 정부가 늘어난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으로 돌리면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국고보조사업에는 지자체가 일정 비율의 재원을 내야 한다.

역대 최대 세수 덕에 200조 원이 넘어서는 미래대응기금 마련이 본격화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걱정에 휩싸여 있다. 일러스트=생성형 AI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이 재원의 상당 부분을 지방교부세에 의존하는데 이 금액이 줄어들면 국고보조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지자체 자체적으로 하는 사업 예산도 모자라게 된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대거 지방으로 넘겼던 국고보조사업이 슬금슬금 늘어나기 시작해 올해에만 1000개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지자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애초 1000억 원 수준이었던 할인 지원 예산을 이번 추석에는 1900억 원으로 늘리지 않았나”라며 “이걸 더 대폭 늘려서 1조 원 가까이 편성하는 게 어떤가”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대응기금으로 (예산을 편성해도) 된다.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서 정한 5개 계정인 △총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에 먹거리 할인 지원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늘어난 세수가 정부의 쌈짓돈처럼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셈이다.

정부가 이처럼 미래대응기금 사용처를 추상적으로 정해 놓은 덕에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난 것과 달리 지자체는 오히려 미래대응기금 때문에 쓸 돈이 줄어드는 추세다. 지자체에 보내는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를 기본 재원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수가 늘어나면 지방교부세도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초과·추가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우선 적립하고 이후 남은 금액의 19.24%를 지방교부세로 보내기로 했다.

지자체들은 이 경우 내년 지방교부세가 67조 6000억 원으로 당초 받을 수 있는 규모보다 29조 6000억 원이 줄어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지자체의 경우 감소 금액이 30조 5000억 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돈을 내야 하는 국고보조사업은 매년 늘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고보조사업은 정부가 특정 목적을 정해 지자체에 돈(국고보조금)을 지원해 사업을 하게 하는 제도다. 이때 정부는 사업에 필요한 돈을 다 내지 않고 지자체에 일정한 비율의 금액인 대응지방비를 내도록 한다. 그래서 국고보조사업이 증가할수록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내야 할 돈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국고보조사업이 지자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2005년 노무현 정부는 533개 국고보조사업 중 163개를 지방으로 이양했다. 이에 2006년에 국고보조사업은 384개로 축소됐다. 하지만 이후 국고보조사업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7년에 국고보조사업이 960개까지 증가하면서 지방 이양 10여 년 만에 2.5배로 늘어났다. 증가세는 계속돼 2019년에는 1062개까지 늘어났다. 이후 일부 조정되기는 했지만 2025년에 국고보조사업은 1003개가 시행되는 등 재정 분권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고보조사업 증가에 대응지방비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7년에 22조 4000억 원 규모였던 대응지방비는 2021년에 34조 원을 기록하며 3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44조 9000억 원으로 40조 원마저 돌파했다. 이로 인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예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7년 41.1%였던 지자체 자체사업 비중이 올해 34.1%까지 줄었다고 분석했다. 미래대응기금으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면 지자체가 지역 경제 개발이나 주민 생활 개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더욱 감소하게 된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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