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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성 시싸이드 시티 대표 “포지셔닝 아닌 프레이밍…관점 바꿔 새로운 가치 부여해야”

경쟁사와 다른 자리 찾기보다 새로운 가치 정의해야…희녹·윌유 사례로 브랜드 고유성 설명

[비즈한국] 좋은 브랜딩의 기준이 널리 공유되면서 브랜드의 전반적인 수준은 높아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브랜드들이 서로 닮아가고, 새로운 시도는 빠르게 복제되며 차별화의 수명은 짧아졌다. 전우성 ‘시싸이드 시티(Seaside City)’ 대표는 이런 상황을 ‘빈틈의 종말’로 바라본다. 29일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6’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전 대표는 이러한 ‘빈틈의 종말’ 속에서 브랜드는 무엇으로 고유해질 수 있는지 설명했다.

전우성 시싸이드 시티 대표가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6에서 ‘빈틈의 종말 – 브랜드는 이제 무엇으로 고유해질 수 있는가’ 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시싸이드 시티는 2024년 출범한 브랜딩 전략·컨설팅 그룹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리브랜딩 전략 수립부터 네이밍, 슬로건, 커뮤니케이션 전략까지 브랜딩 전반을 다룬다. 전우성 대표는 업계에서 ‘브랜딩계의 아이돌’로 불릴 만큼 주목받아 온 브랜딩 디렉터다.

전우성 대표는 기업과 브랜드가 오랫동안 시장을 ‘4사분면’으로 나눠 바라봐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서로 반대되는 두 기준을 축으로 시장을 나눈 뒤 경쟁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방식이다.

하나의 브랜드나 제품이 시장에 먼저 깃발을 꽂으면 수요가 만들어지고 경쟁사가 뒤따른다. 시장이 성장할수록 더 많은 사업자가 진입하고 결국 4사분면은 촘촘하게 채워진다. 전 대표는 패션과 아웃도어, 커피 등 대부분의 소비재 시장이 이미 이런 ‘레드오션’에 들어섰다고 봤다. 제품뿐 아니라 마케팅과 디자인 역시 경쟁사와 다른 위치를 찾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갈 빈틈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 대표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다고 가정하면 어디에 깃발을 꽂아야 하나. 빈틈이 없다”며 “어디에 꽂더라도 비슷한 위치에 이미 어떤 브랜드나 제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이런 상황일수록 ‘브랜딩적 시각과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브랜딩을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기존 시장 안에서 비어 있는 위치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대표가 이를 위해 제시한 개념은 ‘포지셔닝’이 아닌 ‘프레이밍’이다. 이는 기존 시장 안에서 경쟁사와 다른 위치를 찾는 대신 관점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전 대표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두 사례를 제시했다. 첫 사례로는 섬유탈취제 브랜드로 출발한 ‘희녹(hinok)’을 들었다. 일반적으로 섬유탈취제는 자신의 옷이나 공간에서 나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으로 여겨진다. 희녹은 여기서 관점을 바꿨다. 제품을 자신이 아닌 주변 사람에게 쾌적함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바라봤다.

이런 관점에서 희녹은 스스로를 단순한 섬유탈취제 브랜드가 아닌 ‘라이프 에티켓 브랜드’로 정의했다. 전 대표는 이 정의가 브랜드의 확장 방식까지 바꿨다고 설명했다. 섬유탈취제 브랜드라면 새로운 향이나 성분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제품군을 넓히는 데 그치기 쉽다. 하지만 라이프 에티켓 브랜드로 바라보면 방에 사용하는 룸 스프레이나 몸에 바르는 오일 등 주변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의 여러 영역으로 제품을 확장할 수 있다.

전 대표는 선물로서의 가치 역시 희녹의 차별화된 행보로 꼽았다. 일반적으로 섬유탈취제를 선물하는 일은 낯설 수 있지만,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라이프 에티켓’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면 제품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 대표가 직접 브랜딩 전략과 컨설팅을 진행한 데이팅 앱 ‘윌유(Willu)’ 사례도 소개했다. 윌유는 사진만 보여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진과 글을 함께 활용한 프로필을 내세웠다. 무작위 추천이나 무제한 탐색 대신 하루 네 차례 상대를 추천하고 신원 인증 시스템도 갖췄다.

전우성 시싸이드 시티 대표는 브랜딩을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전 대표는 데이팅 앱의 주체를 이용자에서 서비스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윌유를 새롭게 바라봤다. 사용자가 직접 수많은 상대를 탐색하는 앱이 아니라 윌유가 사람을 검증하고 적합한 상대를 선별해 제안하는 서비스로 정의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온 개념이 ‘인연 큐레이터’다. 큐레이션은 선택의 폭을 줄여 사용자의 피로를 낮추고, 개인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정리해 탐색 시간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윌유 역시 이런 관점에서 사용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상대를 추천하는 서비스로 브랜드를 재정의했다.

서비스에도 변화가 뒤따랐다. 신원 검증을 강화하고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한편 상대를 추천하는 이유까지 함께 보여주는 기능을 도입했다. 전 대표는 “윌유가 왜 이 사람을 추천했는지 맥락을 함께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표에 따르면 리브랜딩 이후 윌유의 데이팅 앱 순위는 9위에서 2위로 올랐다. 매출은 전월 대비 30% 이상, 전년 대비 266% 증가했다. 다운로드 수도 1년 전 50만 건에서 2026년 8월 100만 건을 넘어섰다. 그는 윌유 대표의 말을 인용해 “결혼 소식도 1~2주에 한 건 이상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전 대표는 제품과 디자인, 마케팅, 콘텐츠를 모두가 잘 만드는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품질 역시 빠르게 상향평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능을 내놓더라도 경쟁사가 빠르게 따라올 수 있는 만큼 더 나은 기능 자체가 지속적인 차별화 요소가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더 나은 기능이 우리만의 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가 누구보다 나은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리가 이 시장에서 남들과 다른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표의 최적화보다 가치의 정의가 먼저”라며 “시장과 경쟁사가 짜놓은 4사분면에서 벗어나 브랜드를 어떻게 다른 의미로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우성 시싸이드 시티 대표가 최소현 네이버 Creative & Experience 부문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마지막으로 전 대표는 “여러분의 브랜드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경쟁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청중들에게 시장과 경쟁사가 만들어 놓은 기준 안에서만 움직이기보다 브랜딩적 사고와 시각으로 브랜드가 어떤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원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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