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비즈한국

있는 전력망 닦고 조여 재생에너지 보급 늘린다

유연·자율접속 도입, 2030년까지 100GW 이상 공급…망 증설 벗어나 기존 망 활용에 초점

[비즈한국] 기후에너지환경부가 9월 29일 국무회의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이상을 보급할 수 있도록 전력망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는 ‘전력망 혁신대책’을 보고했다. 새 송전선로가 완공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존 전력망을 더 효율적으로 쓰도록 접속 제도와 운영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 골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9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전력망 혁신대책’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김성환 장관 페이스북

출력 제어 줄이고, 공급량 늘리고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5대 전략 9대 과제를 추진한다. 우선 유연접속이다. 그동안 접속 여부는 발전설비의 정격용량, 즉 최대 발전량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태양광이 최대치로 발전하는 시간은 일 년 중 많지 않은데도 이 기준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에 선로에 여유가 있어도 신규 접속이 제한됐고, 태양광 중심 배전선로의 이용률은 약 15% 수준에 머물렀다.

‘유연접속’은 일시적으로 전력망 수용량을 넘길 때만 출력을 제어하는 조건으로 접속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배전선로 접속 상한을 14MW에서 16MW로, 변전소는 50MW에서 60MW로 올리는데, 이렇게 하면 호남에서만 태양광 2.6GW를 추가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접속 상한 변경은 배전선로는 내년 1월 시행, 변전소는 올해 12월 실증·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상반기 본격 시행한다. 접속 대기 기간 중 계통이 포화하면 유연접속 설비부터 우선 제어한다.

사업자가 접속용량을 넘겨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한 뒤 ESS 등으로 실제 공급량을 허용 범위 안에 묶는 ‘자율접속’은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본격 추진한다. 계통 정격용량의 2~3배까지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우선 전용 배전선로 2~4곳에서 실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공용망 이용규정을 고친다. 다만 발전사업자가 설치하는 ESS의 경제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비증설 대안’도 있다. 낮에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밤에 내보내는 방식으로, 2030년까지 배전망에서 태양광 3GW, 변전소에서 1.6GW를 추가 접속한다는 계획이다. 송전망에서는 사고에 대비해 평소 비워두던 송전용량을 고장 대비용 ESS를 설치해 실제 송전에 쓰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런 대안이 나온 것은 새 선로를 짓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신규 배전선로는 통상 1~2년, 154kV 변전소는 6년, 345kV 송전선로는 9년 이상 걸린다. 태양광을 연결하려면 배전망과 변전소, 송전망 모두에 여유가 있어야 하기에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은 호남은 신규 사업이 2034년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었다.

허수·지연사업 정비도 병행한다. 그동안은 사업자가 선착순으로 무상 배분된 접속권을 쥔 채 사업이 장기 지연되는 이른바 ‘알박기’가 문제로 꼽혔다. 호남 해상풍력은 2030년까지 15.8GW의 접속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진입은 약 3GW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미 약 9GW의 접속권을 회수했고, 장기 지연 사업의 접속 시기를 조정해 호남에서만 2030년까지 10GW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 2031년 이후 진입 물량은 실제 사업 이행률(67.2%)을 반영해 접속권을 배분한다.

접속 기준도 바뀐다. 접속 심사에서 석탄·LNG 발전소가 신규 재생에너지보다 먼저 가동되는 것으로 가정하던 방식을 실제 계통 운영처럼 재생에너지가 먼저 발전하는 것으로 고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국에서 20GW를 추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27년 1월부터는 접속권도 경쟁입찰 낙찰 사업에 부여한다. 그동안 공용 배전망 보강이 필요하면 처음 접속한 사업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후발 사업자는 무상으로 이용했는데, 앞으로는 한전이 먼저 투자하고 이후 이용하는 사업자가 설비용량에 따라 나눠 내는 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이 대책으로 2030년 재생에너지 수용량이 송전 기준 119GW에서 171GW, 배전 기준 84GW에서 110GW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력망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전력망 증설 없이 수용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보도자료

계통관리변전소 해제, 호남 충청 신규 접속 허용

계통관리변전소는 전력망 여유가 부족해 신규 발전설비의 접속을 제한하는 변전소를 말한다. 호남은 이번 대책을 통해 10월 1일부로 이 지정이 해제되고, 그동안 신규 설비 진입이 제한됐던 충청 일부 지역도 신규 접속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호남은 변전소 87곳 중 46곳, 충청은 108곳 중 105곳에서 여유가 확인됐다.

호남 41곳과 충청 3곳은 여전히 포화 상태여서 ESS 설치와 변전소 신설 시점에 맞춰 2028~203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접속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들 지역도 배전망 ESS와 유연접속으로 접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남의 2030년 수용량은 송전 기준 37GW에서 64GW, 배전 기준 18GW에서 30GW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확보된 용량은 기존 대기 사업자에게 먼저 배분한다. 10월 배분 공고 후 12월까지 기존 사업자의 신청과 계통 검토를 거쳐, 2027년 1월 신규 사업 접수를 시작한다. 동해안은 초고압직류송전(HVDC) 1단계가 준공되는 2027년 상반기 중 지정을 해제할 방침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금 있는 전력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향은 옳지만 구체적일 필요”

전력계통 분야 전문가인 이순형 동신대 교수는 정부가 물리적 망 증설 위주에서 벗어나 실제 송출량 기반의 유연한 운영 제도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제적인 실행 계획에서의 우려를 내놓았다.

이순형 교수는 블로그에서 “기존 배전선로 이용률이 15% 남짓에 불과한 상황에서, 발전설비의 명판 용량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 전력망 송출량을 통제하는 유연접속과 자율접속을 도입한 것은 오랫동안 학계와 현장이 요구해온 운영 효율화 방안을 공식 수용한 것이기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발표한 수용능력 전망치는 물리적 선로 증설이나 실제 추가 송전량과 연간 발전량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짚었고, 유연·자율접속은 특성상 발전소의 전력 생산을 강제로 줄이거나 멈추는 조치인 출력제어를 전제로 하므로 접속 설비가 늘어날수록 출력제한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경고했다.

이 교수는 또 출력제어 확대에 따른 사업자 손실 보상 원칙, 재생에너지 우선 급전에 따른 전력망 안정도 검증 결과, 한전 선투자의 재원 마련 방안 등 세부적인 규정과 실증 근거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민호 기자

중화학공업·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goldmino@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형광펜 추가
✕ 형광펜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