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은하 중심에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 그렇다면 은하보다 더 작은 별의 집단인 성단에도 그보다 더 작은 블랙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주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물론 성단은 은하를 그대로 축소한 천체는 아니다. 하지만 수십만에서 수백만 개의 별이 중력으로 한데 묶여 있다는 점에서 성단 역시 블랙홀을 찾기에 꽤 그럴듯한 장소다.
특히 성단이 크고 무거울수록 더 많은 별이 태어났을 것이고, 그만큼 더 많은 블랙홀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무거운 성단인 오메가 센타우리라면 어떨까?

오메가 센타우리는 지구에서 약 1만 7900광년 떨어져있다. 대략 1000만 개의 별이 모여 있고, 전체 질량은 태양의 약 400만 배에 이른다. 남반구의 어두운 밤하늘에서는 조건만 좋다면 맨눈으로도 희미하게 볼 수 있을 만큼 밝다.
나이도 120억 년을 넘는다. 오메가 센타우리에서 태어난 무거운 별들이 진작 수명을 다했다는 뜻이다. 질량이 작은 적색왜성은 수백억 년 동안 살아남지만, 질량이 큰 별은 이미 연료를 빠르게 소모하고 초신성으로 터졌을 것이다. 그 중 충분히 무거운 별은 최후에 별 질량 블랙홀을 남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오메가 센타우리에는 수많은 블랙홀이 존재해야 한다. 실제 동역학 모델 가운데에는 이 성단 중심에 별질량 블랙홀이 약 1만 개가 있다고 추정하는 것도 있다. 다만 이 숫자는 그보다 좀 더 무거운 중간질량 블랙홀과 별질량 블랙홀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과대평가된 추정치일 수 있다.
어쨌든 오메가 센타우리가 블랙홀을 붙잡아두기 충분한 성단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성단은 워낙 무겁다 보니 중력도 강하다. 그래서 탈출 속도가 약 62km/s다. 우리 은하 구상성단의 일반적인 탈출 속도 20~30km/s의 거의 두 배다. 성단이 지금보다 더 무거웠던 초기라면, 탈출속도는 100km/s를 넘었을 것이다. 별이 죽고 블랙홀이 만들어질 때 발생하는 폭발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블랙홀이 한쪽으로 튕겨 날아가는 일종의 킥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메가 센타우리처럼 탈출속도가 너무 큰 성단에서는 블랙홀이 결국 성단을 탈출하지 못하고 남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동안 오메가 센타우리에서는 별질량 블랙홀이 단 하나도 확인되지 않았다. 블랙홀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곳에서는 오히려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블랙홀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주변의 가스나 동반성의 물질을 뺏어먹을 때, 강한 엑스선과 전파를 방출하며 자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무것도 먹을 게 없는 배고픈 상태라면 블랙홀은 거의 완벽하게 어둠에 숨어 있다. 오메가 센타우리를 대상으로 깊은 엑스선과 전파를 여러 번 관측했지만 블랙홀 후보는 나오지 않았다. 워낙 나이가 많고, 신선한 가스 물질이 거의 바닥난 황량한 곳이다 보니, 블랙홀이 있더라도 뭔가 잡아먹을 게 딱히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한때 블랙홀이 바글바글했지만 성단 내부의 격렬하고 복잡한 중력 상호작용을 통해 모두 밖으로 튕겨 나갔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무거운 블랙홀이 성단 중심으로 가라앉고 서로 쌍을 이루면서, 다른 별이나 블랙홀과 가까워지면 새총처럼 다른 하나를 튕겨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성단 진화 모델은 블랙홀이 그런 방식으로는 효율적으로 모두 날아가지 못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따라서 오메가 센타우리에도 상당히 많은 별 질량 블랙홀이 조용히 어둠 속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이 난제를 해결한 시도가 있었다. 블랙홀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보는 게 아니라 블랙홀의 중력에 끌려 다니는 별의 움직임을 찾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성단의 중심에서 겨우 1광년 떨어진 평범한 별 하나를 주목했다. 이 별은 질량이 태양 질량의 78%밖에 안 된다. 겉으로 보면 특별할 게 없다. 밝기도 안정적이고, 변광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랫동안 이 별을 추적하자 이상한 모습이 나타났다.

홀로 우주 공간을 떠도는 별이라면 하늘에서 거의 직선에 가까운 단순한 고유운동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이 별의 경로는 분명 휘었다. 별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중심으로 공전하듯 말이다. 오메가 센타우리 속 별들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무려 20년 넘게 350개 별들을 추적했다. 이 프로젝트를 oMEGACat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최근 2024년과 2025년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최신 결과를 더해, 총 23년에 걸친 별들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오메가 센타우리 중심 별들의 미세한 움직임은 허블과 제임스 웹 검출기의 픽셀 하나보다 더 작다. 그래서 순간 포착한 단순한 사진 한 장만으로는 별의 움직임을 알기 어렵다.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촬영한 수백 장의 사진을 비교하고, 여러 별을 기준점으로 삼아야 정확히 타깃 별의 순수한 움직임을 알 수 있다. 분석 결과 이 별은 약 94년을 주기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곁을 맴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별이 그리는 공전 궤도의 반지름은 31AU 정도다. 이심률이 0.72에 이르는 상당히 찌그러진 타원 궤도를 그린다.

그런데 문득 질문이 생긴다. 고작 23년을 관측하고 어떻게 공전주기가 94년이라는 걸 알 수 있을까? 관측 기간 동안 별이 공전 궤도의 한 바퀴도 다 돌지 않았는데 말다. 사실 운이 따랐다. 마침 허블이 관측하던 2012년 무렵, 별은 타원 궤도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근-블랙홀 점을 통과하고 있었다.
실제 관측 기간은 이 별이 그리는 타원 궤도 전체의 40%밖에 안 되지만, 운 좋게 하필 블랙홀의 중력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구간을 지날 때를 포착했다. 덕분에 이 동반 천체, 블랙홀의 질량도 잘 구할 수 있었다. 케플러 법칙을 활용해 추정한 이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4.46배 수준이다. 이 정도로 무거운데도 아무런 빛이 나오지 않는다면, 가능한 답은 블랙홀뿐이다. 그래서 이 블랙홀은 오메가캣 BH-2로 불리게 되었다.
처음 발견된 블랙홀인데 BH-1이 아니라 BH-2인 이유는, 사실 동일한 오메가캣 데이터를 통해서 2024년 이 성단의 중심에서 태양 질량의 약 8000배로 추정되는 중간질량 블랙홀 후보가 먼저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중간질량 블랙홀이었고, 이번은 더 가벼운 별 질량 블랙홀이라는 점이 다르다. 그러니 이번에 발견된 BH-2는 오메가 센타우리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발견된 최초의 별질량 블랙홀이다.
찬드라 엑스선 우주 망원경으로 BH-2 주변을 넓게 훑어봤지만, 별다른 엑스선은 보이지 않는다. 곁을 맴도는 별이 워낙 큰 궤도를 돌면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별의 물질을 딱히 뺏어먹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한 BH-2가 예상보다 너무 가볍다는 것이 문제다. 곁을 맴도는 별의 경우 금속 함량이 상당히 낮다. 이렇게 금속 함량이 낮은 별은 외곽이 깨끗하고 투명하다. 내부의 빛이 새어나오더라도 딱히 가로막고 부딪힐 이온 입자가 없다. 그래서 항성풍의 위력도 약하고, 질량도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금속함량이 적은 이런 별들이 만드는 블랙홀은 적어도 태양 질량의 20~40배 수준이어야 한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 확인된 BH-2의 질량은 그보다 훨씬 가벼운 4~5배 수준에 불과하다.
이것은 금속함량이 매우 적은 오래된 구상성단과 같은 환경에서도 아주 작은 별질량 블랙홀까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블랙홀의 질량 분포 함수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다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별 표면 외곽에 금속 이온 입자가 많지 않아도, 효율적으로 별 외곽 물질을 날려버리는 메커니즘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또는 원래 무거운 블랙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오히려 이들이 복잡한 중력 상호작용을 버티지 못하고 먼저 성단 바깥으로 나갔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 겨우 하나를 발견했지만,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블랙홀이 이 안에서 발견될지 알 수 없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2027년과 2028년에도 이 별을 다시 바라볼 예정이다. 2년에 걸친 관측 자료가 추가되면 별의 궤도가 더 정밀해지고, 블랙홀의 질량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블랙홀이 더 무거워질지, 지금의 가벼운 질량을 유지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밝게 빛나는 것들 속에 숨어 있는 어둠을 찾는 일, 이것이 천문학이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어둠은 결국 들통난다. 어둠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자신은 어둠에 숨어 있더라도 주변 밝은 것들과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흔적을 간접적으로 남기기 때문이다.
참고
https://omegacatalog.github.io/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e7a5c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