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6년 10월 28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말레이시아 공군에 인도될 한국형 경공격기 FA-50M 한 대가 사천공항을 이륙해서 제주공항에 착륙했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이날 제주에 잠시 머문 뒤 여러 기착지를 거쳐, 오는 30일까지 말레이시아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만든 첫 FA-50M이 남중국해를 건너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셈이다.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26일 연방의회에서 “10월 30일 첫 FA-50M 2대를 수령한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초도기가 실제로 이동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도는 더 이상 ‘계획’이 아니라 ‘결과’가 됐다.

우선 이 항공기가 왜 특별한지 짚어야 한다. FA-50M은 기존 FA-50과 이름은 같아도 속은 전혀 다른 기체다. 대한민국 공군과 필리핀·태국·이라크가 쓰는 기존 FA-50(블록10)은 개량형 엘타(EL/M-2032) 기계식 레이더를 얹는다. 반면 말레이시아용 FA-50M은 미국 RTX의 팬텀스트라이크(PhantomStrike) 능동형 전자주사식(AESA·에이사) 레이더를 단다. 질화갈륨(GaN) 반도체를 쓴 이 레이더는 기존 FA-50의 EL/M-2032 보다 탐지거리가 수십% 길다.
여기에 적 지상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록히드마틴의 스나이퍼(Sniper) 표적획득 포드와 링크16 데이터링크가 장착되었고, 필리핀과 폴란드도 같은 버전을 곧이어 받을 예정이다.
다음으로 무장의 확장이다. 기존 FA-50의 주력 공대공 무장이 구형 단거리 사이드와인더(AIM-9M)에 머문다면, FA-50M은 슈퍼 사이드와인더 AIM-9X를 탑재할 수 있다. 고기동 표적을 공격할 수 있고, 기만체에 잘 속지 않으며 사거리도 기존 사이드와인더보다 길다. 여기에 장거리 공중전에 필요한 필수적인 발전형 피아식별장비(IFF)도 기수 전방 레이더 뒤 쪽에 추가되었다. 다만 말레이시아 공군은 AIM-120 암람(AMRAAM) 가능성은 열어뒤되, 도입은 추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상 표적 공격용으로는 GBU-12 레이저유도폭탄과 GBU-38 JDAM, AGM-65 매버릭 미사일까지 운용 계획에 들어 있다.
마지막으로, 공중급유 기능과 신형 연료탱크가 탑재되었다. 기존 FA-50은 150갤런 보조연료탱크만 탑재 가능했는데 이제는 신형 300갤런 보조연료탱크가 탑재되어서 항속거리가 대폭 향상되었다. 여기에 공중 급유기구가 장착되어 사실상 지구 반대편을 향해 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한국 공군이 보유한 A330MRTT 시그너스 공중급유기에는 아직 이것을 운용하기 어려워 이번에는 여러 공항을 거쳐서 사천에서 말레이시아를 향해 비행한다.

말레이시아는 2023년 5월 FA-50M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그 규모는 18대에 약 9억 2천만 달러, 우리 돈 약 1조 2천억 원 규모다. 이번에 날아가는 2대가 그 첫 물량이고, 나머지 16대는 2028년 3월까지 순차 납품된다. 현지 배치는 파항주 쿠안탄 공군기지가 중심이고, 일부는 사바주 라부안 기지로 배치된다. 남중국해를 사이에 둔 반도와 보르네오 양쪽에 기체를 두겠다는 구상이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7월 KAI와 중간단계정비(ILM) 지원 계약을 맺었고, 조종사 6명과 정비요원 56명을 한국에 보내 훈련 중이다.
말레이시아 언론의 예측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국방부는 FLIT-LCA 2단계 사업으로 FA-50M 18대를 더 사들여 총 36대 체제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일단 1차 계약이 순항해 인도를 시작하면 2차 계약에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레퍼런스 효과다. AESA 레이더와 표적 포드, 링크16, 급유봉을 갖춘 ‘최상위 사양’ FA-50이 동남아에 실제 배치되면, 필리핀과 태국 등 기존 FA-50 운용국의 기체 개량과 추가 도입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가 보유한 F/A-18D 호넷과 같은 스나이퍼 포드를 쓴다는 점도 정비 호환성 측면에서 후속 협력의 실마리가 된다.
FA-50M의 이번 첫 수출 비행은 한국 항공산업에 분명한 분기점이다. 단순 저가 판매로 통했던 경공격기 수출이, AESA를 단 최신형 통합 체계 판매로 바뀌는 현장을 우리가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남중국해를 바라보는 쿠안탄에 내려앉는 초도기 한 대가 K-방산의 다음 10년 방향을 가늠하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