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가 스포츠토토 발행 종목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e스포츠의 편입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 공식 정책에 관련 내용이 담겨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경기 무결성과 제도적 지위 등 실제 도입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월 4일 중장기 스포츠 정책 방향을 담은 ‘스포츠 정책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번 비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스포츠토토 관련 대목이다. 정부는 스포츠토토 경쟁력을 강화해 불법시장 우위의 시장 구조를 전환하고 건전한 스포츠 베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스포츠토토는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이다. 경기 결과를 예측해 투표권을 구매하고 적중자에게 환급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업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체육시설 확충과 스포츠 육성·지원 등에 활용된다.
현재 스포츠토토는 축구·농구·골프·야구·배구 등 5개 종목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2006년 배구가 추가된 이후 신규 편입된 종목은 없다. 바둑과 핸드볼 등이 논의 대상에 올랐으나, 실제 편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부는 이번 비전에서 발행 종목 확대 방침을 다시 꺼내들었다. 당구·탁구·핸드볼 등 신규 프로리그 출범과 스포츠 환경 변화, 구매자 수요 등을 반영해 오는 2028년까지 스포츠토토 발행 종목을 늘릴 계획이다. 특히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을 주요 환경 변화 가운데 하나로 언급하면서 향후 스포츠토토 편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e스포츠의 스포츠토토 편입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존 프로스포츠 경기가 잇따라 중단되던 2020년부터 체육진흥기금 재원 다변화와 불법 e스포츠 베팅 양성화 등의 차원에서 편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2021년 한국e스포츠협회와 이상헌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론회를 열며 제도권 논의가 본격화됐고, 이후 관련 연구와 검토도 활발히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제안은 계속됐다. 2022년 대선에서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모두 e스포츠의 체육진흥투표권 편입을 언급했고, 2024년 총선 과정에서는 개혁신당이 e스포츠를 스포츠토토 발행 종목에 포함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다만 아직까지 도입 논의가 본격화된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현재 신규 발행 종목 공고가 나간 단계는 아니며, 올해 안에 공모한 뒤 신청 단체가 제출한 자료를 시행령상 기준 등에 따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요 e스포츠 리그인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측도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된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LCK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지난 4일 발표한 ‘스포츠 정책비전 2030’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구체적으로 논의된 사항이 아니고, 그런 만큼 편입을 가정해 LCK의 입장을 밝히기도 어렵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e스포츠의 스포츠토토 편입을 단순히 발행 종목 하나를 추가하는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종목 단체의 제도적 지위와 기존 스포츠와의 이해관계, 경기 무결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공전영 동양대학교 e스포츠학과 교수는 “e스포츠의 스포츠토토 편입 이전에 경기의 공정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선수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 미흡한 제도나 법적 요건이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스포츠가 스포츠토토에 도입된다는 것은 정식 종목으로서의 책임성까지 갖춘 산업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라며 “제도적 우려가 해소된 상태에서 도입된다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은경 한신대학교 e스포츠융합전공 교수는 기존 발행 종목들이 제도권 스포츠로서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며 스포츠토토 체계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e스포츠가 새롭게 들어올 경우 기존 종목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기존 스포츠토토에 포함된 프로스포츠 종목들은 모두 대한체육회 정회원”이라며 “정회원으로서 역사와 책임, 의무를 다해온 축구·야구·농구·배구·골프가 e스포츠 편입에 따른 제도 변경에 찬성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