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 인슐린 펌프 제조업체 인슐렛과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항소심 승소 판결을 받은 이오플로우가 1심 법원 명령에 따라 인슐렛에 양도했던 특허출원 권리의 회수를 추진한다. 항소심에서 기존 판결이 뒤집혔지만 일부 특허출원은 아직 인슐렛 명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의 양도등록 기록을 반영한 공개 특허정보에 따르면 이오플로우가 출원했던 미국 특허출원 US20230248902A1은 지난해 6월 24일 인슐렛에 양도됐으며, 같은 해 7월 23일 양도 사실이 등록됐다. 올해 5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었지만 특허출원의 권리자는 여전히 인슐렛으로 표시돼 있다. 이 특허출원은 약물 주입장치의 유입구 폐색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로, 지난해 4월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의 명령에 따라 권리가 이전됐다. 해당 특허출원은 올해 6월 10일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등록허가통지(Notice of Allowance)를 받았지만, 최종 특허 등록이 완료된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12일 비즈한국과 통화에서 “항소심에서 우리가 이겼기 때문에 이 특허를 다시 가져올 수 있는데 법원 최종 명령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슐렛의 재심리 요청에 대한 기각 결정이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후 특허출원 권리의 재양도를 요구할 방침을 밝혔다.
항소심 승소했지만 특허 반환 아직…인슐렛 재심리 요청 변수에도 회사 “회수 자신”
이오플로우와 인슐렛의 법적 분쟁은 2023년 8월 인슐렛이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하며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인슐렛은 이오플로우가 자사 영업비밀을 활용해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2024년 12월 배심원단은 인슐렛의 주장을 받아들여 약 4억 5200만 달러의 손해배상 평결을 내렸다. 이후 법원은 배상액을 약 5940만 달러로 조정하고 지난해 4월 영구금지명령을 내렸다.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일부 특허출원 권리를 인슐렛에 양도하라는 명령도 포함됐다.
하지만 올해 5월 28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인슐렛이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부터 3년의 제소기간이 경과한 뒤 소송을 제기했다고 판단해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다만 이는 영업비밀 침해 여부 자체에 대한 모든 기술적 쟁점을 판단한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당시 자금 사정으로 1심 명령의 집행을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심은 집행 가능한 명령이었고 항소했지만 돈이 없어 집행정지를 위한 신청을 하지 못했다”며 “워낙 금액이 커 공탁금을 마련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명령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인슐렛이 지난 7월 항소심 판결에 대해 제기한 전원합의체 재심리 신청에 관한 절차가 남아 있다. 인슐렛은 항소법원의 관할권 판단과 영업비밀 침해 청구의 제소기간 해석 등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
김 대표는 “재심리 요청에서 기각 결정이 나와야 특허를 재양도받을 수 있다”며 “이달 중으로 결정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 결정 이후 인슐렛에 특허출원 권리의 재양도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심리 요청이 이달 중 기각될 것이라는 전망은 회사 측 예상으로, 실제 결정 시점과 특허 반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른 특허는 문제없나…텍사스대 특허는 독점실시권 확보
인슐렛에 이전된 특허출원은 인슐린 펌프에서 약물 공급 경로가 막히는 상황을 감지하는 기술과 관련된다. 약물 공급이 중단될 경우 환자에게 필요한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투여되지 않을 수 있어 제품 안전성과 연관되는 기술이다.
이오플로우가 사업에 활용하는 전기삼투펌프 기술 가운데 일부는 미국 텍사스대학교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등록특허 제9,314,567호(US9314567B2)는 텍사스대학교 시스템(University of Texas System) 명의로 등록돼 있다. 2016년 등록된 이 특허는 전기삼투 현상을 이용해 유체를 이동시키는 펌프 기술에 관한 것으로, 소형 약물 주입장치에 활용할 수 있다. 예상 만료일은 2033년 1월이다.
이오플로우는 2013년 텍사스대학교와 전기삼투펌프 기술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자체 기술을 개발해왔다. 김 대표는 텍사스대학교 특허에 대해 “독점실시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관련 파생 특허나 변형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특허가 만료돼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오플로우는 인슐렛에 이전한 특허출원과 별개로 지난해 자금조달을 위해 매각했던 핵심 특허권도 되찾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해 1월 운영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특허권 보유 법인인 아이피브이(IPV)에 미국 등록특허 17건, 미국 특허출원 33건, PCT 국제특허출원 16건 등 총 66건의 특허권을 80억 원에 매각했다. 당시 계약에 올해 4월 24일까지 260억 원을 지급하면 특허권을 재취득할 수 있는 환매수 조건이 포함됐다.
이오플로우는 현금을 지급하는 대신 IPV가 보유한 특허권을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신주 866만 6666주를 주당 3000원에 발행하는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특허권의 외부평가액은 약 342억 원이며 실제 현물출자 가액은 약 260억 원이다. 지난달 15일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 납입이 완료되면서 IPV는 이오플로우 지분 17.1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김 대표는 이들 특허 중 일부가 특허출원 포기(Abandoned) 상태인 것에 대해 기업이 특허의 활용 가치를 검토해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관리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존속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특허에 대해서도 “몇 년 안 남았어도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회사 핵심기술의 핵심을 이루는데 가져올 수 있는데 남의 손에 남겨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주 상장 및 거래재개 가능성은?
특허권 이전등록 절차가 지연되면서 신주 상장 일정도 늦춰졌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12일 유상증자 결정 정정공시를 통해 신주 상장 예정일을 오는 16일에서 23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회사는 특허권 소유권 이전등록 일정에 따라 신주 상장일이 추가로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미국 특허청에서 특허권 명의 이전 절차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 관련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오플로우는 2024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인의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지난해 3월 21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난달 재감사를 통해 2024사업연도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변경하면서 해당 상장폐지 사유는 해소했지만, 2025사업연도 감사의견 거절과 자본전액잠식에 따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문제는 남아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 8일 이오플로우에 내년 4월 8일까지, 총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당장 상장폐지는 피했지만 개선기간 종료 후 상장폐지 여부를 다시 심의받아야 하며 주식 거래정지도 계속된다.
이오플로우는 소송에 따른 영업 제한이 완화되면서 사업 정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6월 22일 한국과 유럽연합(EU) 등 일부 지역에 대한 1심 영구금지명령의 집행정지 범위를 확대했다.
김 대표는 “6월 말부로 국내나 유럽 같은 데서는 신규 사용자 확보도 가능해져 성장하고 있다”며 내년 4월까지 부여된 개선기간에 회사의 경영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