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랜드가 호카의 국내 유통권을 확보했다. 뉴발란스의 직진출을 앞두고 매출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졌던 이랜드로서는 새로운 성장 카드를 확보하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호카의 기존 국내 총판사와 글로벌 본사 간 사업권 분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향후 국내 사업 전개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발란스 국내 매출 1조 2000억, 공백 채울까
지난 20일 호카(HOKA)의 글로벌 본사인 데커스는 한국 내 호카 브랜드의 신규 총판으로 이랜드를 공식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데커스 측은 이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호카가 한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 호카는 2018년 조이웍스를 통해 국내에 공식 진출했다. 이후 국내 러닝 시장의 성장과 함께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주요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호카의 국내 총판을 맡아온 조이웍스의 매출 역시 2022년 249억 원에서 2025년 1065억 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브랜드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호카의 새로운 국내 사업권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 무신사 등 주요 패션·유통업체들이 유통권 확보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종적으로 이랜드가 호카의 새로운 국내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랜드로서는 뉴발란스의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카드를 확보한 셈이다. 뉴발란스 본사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내년부터 국내 사업을 직접 전개할 예정이다. 이랜드와의 계약이 종료되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직접 운영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랜드그룹의 모회사인 이랜드월드는 2008년부터 뉴발란스의 국내 사업을 맡아왔다. 당시 약 250억 원 수준이던 뉴발란스의 국내 매출은 지난해 1조 2000억 원까지 성장했다. 2025년 기준 뉴발란스 매출이 이랜드월드 패션 부문 매출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뉴발란스의 직접 진출은 이랜드월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 패션업계에서는 핵심 글로벌 브랜드의 이탈 이후 실적 공백을 메우는 데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적지 않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2년 말 수입 브랜드인 셀린느와의 국내 유통계약이 종료되면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셀린느가 실적에서 빠진 첫해인 2023년 신세계인터의 매출은 1조 35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8%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153억 원에서 487억 원으로 57.7% 줄었다.
업계에서는 뉴발란스의 직영 전환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되는 만큼 당장의 실적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를 대신할 새로운 성장축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이랜드가 새롭게 확보한 호카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호카의 국내 사업 규모가 뉴발란스와 격차가 큰 만큼 중장기적으로 브랜드를 얼마나 빠르게 키워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랜드그룹 측은 “호카 유통권 계약은 이랜드그룹 차원에서 체결한 것으로, 현재 구체적인 사업 구조와 운영 방식 등 세부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며 “이랜드월드가 직접 사업을 맡을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세부 내용이 최종 결정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이웍스 계약해지 불러온 폭행 사건, 전 대표 “기획됐다” 주장
호카의 새로운 국내 사업자가 이랜드로 정해졌지만, 기존 총판사와 데커스 간 사업권 분쟁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호카의 기존 국내 총판사였던 조이웍스는 유통계약 해지의 적법성과 효력 등을 두고 데커스 아시아퍼시픽과 국제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호카의 국내 사업권을 둘러싼 갈등은 조성환 전 조이웍스 대표의 폭행 논란에서 비롯됐다. 2025년 말 당시 조이웍스 대표였던 조 전 대표가 경쟁사 직원을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호카 불매운동까지 번지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를 계기로 데커스는 조이웍스에 국내 총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조이웍스는 대표 개인의 문제를 이유로 회사와의 유통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했고, 계약 해지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미국중재협회(AAA) 산하 국제분쟁해결센터(ICDR)에 중재를 신청했다.
데커스의 계약 해지 이후 조이웍스 측의 호카 오프라인 사업도 정리 수순을 밟았다. 조이웍스의 관계사인 조이웍스앤코는 지난해 9월 조이웍스로부터 호카 오프라인 리테일 사업을 250억 원에 양수했다. 하지만 올해 1월 데커스로부터 상품공급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고, 조이웍스앤코 이사회는 1월 9일 호카 오프라인 리테일 사업 부문 영업양수도 계약 해지 통보를 의결했다.
이후 조이웍스와 약 26억 원 규모의 상품에 대한 정산·반환 약정을 체결했으며, 정산 대상 상품에 대한 채권 확보를 위해 조이웍스 소유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34억 원의 후순위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조 전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연루된 폭행 사건에 대해 호카 국내 판권 경쟁과 연결된 기획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조 전 대표는 “사유를 불문하고 폭력을 행사한 것은 명백한 제 잘못”이라면서도 “조이웍스의 독점 판권을 빼앗기 위해 소수의 내부 세력과 외부 세력이 결탁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조 전 대표 측은 외부 기업이 폭행 사건의 기획이나 유도에 관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랜드 측은 호카를 둘러싼 법적 분쟁과 관련해 “기존 사업자와 데커스 간의 문제”라며 “이랜드는 새롭게 계약을 체결한 만큼 해당 분쟁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