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저희의 반대를 단순한 님비(NIMBY)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적인 건축허가 신청이 접수되면서 주민 반발도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주거시설과 가까운 곳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만큼 화재와 소음 등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현재 독산동 1X1-5와 1X1-16·17에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건축허가가 심사 중이다. 두 부지는 사실상 맞붙어 있으며 1X1-5에는 교회가, 1X1-16·17에는 주차장처럼 사용되는 빈 부지가 자리하고 있다.
금천구에 따르면 건축이 허가될 경우 1X1-5에는 연면적 약 1만 1117㎡, 최고높이 약 40.5m, 1X1-16·17에는 연면적 약 8889㎡, 최고높이 약 48.7m의 데이터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다.
11일 찾은 독산동 1X1번지 일대에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현수막에 적힌 ‘원천 무효’, ‘절대 불가’ 같은 문구에서 주민들의 강한 반대 의지가 엿보였다.
건축허가 심사 중인 부지 주변에는 주민 생활공간이 밀집해 있다. 인근에는 117세대 규모의 주거용 오피스텔이 자리하고, 도로 건너편에는 복숭아마을 주택가가 이어진다. 학교와 병원 등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시설도 가까이에 있다. 주택과 상가가 모여 있을 뿐 아니라 일부 도로 폭도 좁았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생활권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주거시설 가까이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소음과 저주파, 전자파 등으로 생활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인근에 거주하는 70대 A 씨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굳이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 한복판에 짓는지 모르겠다”며 “전자파나 저주파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지속적으로 듣고 있지만 솔직히 못 믿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화재 위험이다. 데이터센터에는 정전 등에 대비한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배터리 설비 등이 설치된다. 주민들은 2024년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를 떠올리며 배터리 화재가 발생할 경우 진화가 쉽지 않고, 주택이 밀집한 만큼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좁은 도로도 걱정거리다.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와 구조 인력의 접근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상 독산동 1X1번지 일대에 데이터센터 건축은 가능하다. 데이터센터는 건축법상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돼 준공업지역에 건축이 가능한데, 1X1번지 일대는 준공업지역이다.
문제는 준공업지역이라고 산업시설만 들어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독산동처럼 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이 함께 자리한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현행 법령에는 데이터센터와 주거시설 사이에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최소 이격거리 기준이 없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주거생활권과 데이터센터 사이에 이격거리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민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독산1동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는 “지금은 이격거리 기준이 없다”며 “주거지에는 최소한의 이격거리를 두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를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주민들의 안전과 생존권이 걸린 문제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천구는 잇따른 데이터센터 갈등에 대응해 7월 ‘데이터센터 주민참여형 검토체계’를 마련했다. 건축계획과 환경영향, 환경오염, 화재예방, 시설안전 등 5개 분야 47개 항목을 검토하는데, 방재·기계설비·소음진동·전자파·환경 분야 전문가 12명이 참여한다. 필요할 경우 주민이 추천한 전문가도 검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소통 및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건축허가가 나지 않은 곳은 주민 의견과 전문가 검토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관계 법령에 따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데이터센터와 주거시설 사이의 입지 기준을 둘러싼 제도 개선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데이터센터 건축 시 입지 적정성과 환경 영향, 주민 수용성 등을 건축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건축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경기 과천시에서도 데이터센터와 주거지역 사이에 일정한 이격거리를 두는 내용의 조례 제정이 추진됐다가 부결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 건립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향후 데이터센터와 주거생활권 사이의 입지 기준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