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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시공계약 결렬…
원전 수출 ‘경제성’에 다시 물음표

한수원 ‘총액 확정’ VS 대우건설 ‘물량 정산’ 공사비 1조 원대 격차…새 시공사 선정도 험로 예상

[비즈한국] 총사업비 27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했던 ‘팀코리아’에서 시공사 이탈 사태가 벌어지면서 원전 수출 사업의 경제성에 근본적인 물음표가 찍혔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시공 주관사인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 사이의 시공계약 협상이 10월 29일 공식 결렬됐다. 이미 체코 발주사와 공사비 총액을 확정한 주계약을 체결한 터라, 총액 안에서 사업을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15개월 협상 끝에 핵심 시공사가 떨어져 나가면서, 겉으로는 ‘수주 잭팟’으로 포장됐던 해외 원전 사업이 실상은 기업마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떠안는 무리한 수출 드라이브가 아니었느냐는 경제성 논란이 정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의 시공 계약 협상이 10월 29일 최종 결렬됐다. 사진=체코전력공사 제공

‘예견된 참사’ 비판에 한수원 “저가 수주 아니다” 반박

양측이 갈라선 표면적 원인은 1조 원이 넘는 공사비 시각차와 계약 방식이다.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EDUⅡ)와 맺은 주계약 요건에 맞춰 기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및 신한울 원전 때와 동일한 ‘총액확정계약’ 방식을 고수했다. 반면 대우건설 측은 기본설계조차 완료되지 않은 신규 원전인 만큼 늘어나는 공사 물량을 사후 정산하는 ‘물량정산계약’을 요구했다.

문제는 한수원이 이미 체코 발주사와 총액확정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계약 총액 상한선이 닫혀 있다 보니 한수원으로서는 시공사의 증액 요구를 받아줄 여력이 없다. 시공사의 요구를 수용하는 순간 발생하는 모든 추가 비용을 한수원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확정된 총액 안에서 공기와 예산을 맞추려다 보니 주계약자인 공기업과 하도급을 맡는 민간 시공사가 1조 원 이상의 격차를 두고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대우건설 측은 “체코에 지어질 APR1000은 건설 실적이 없는 신규 노형”이라며 “유럽 규제가 적용되고 기본설계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사더러 물량 증가 리스크를 공사비 변경 없이 떠안으라는 것은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무리하게 추진된 체코원전 저가 수주 경쟁의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정된 총액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리스크를 하도급 시공사에 일방적으로 떠넘기려다 파탄이 났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시각에 한수원은 객관적 수치를 제시하며 선을 그었다. 최일경 한수원 사업총괄부사장은 설명회에서 “두코바니 5, 6호기 건설 계약 금액은 약 27조 원으로, 2개 호기 기준 UAE 바라카 원전보다 약 2.62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1.68배나 높은 수준”이라며 “신한울 3, 4호기와 비교해도 약 2.4배에 달해 결코 저가 수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가 2022년 11월 28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의 체코전력공사 본사를 방문해 신규원전사업 입찰서를 공식 제출하고 체코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표준화 자체가 불가능 “해외 핵발전 사업 돈 되기 어려워”

한수원의 해명에도 전문가들은 해외 대형 원전 사업에 구조적 한계가 있고 수익성이 부재하다고 지적한다. 제조업에서는 규격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해 단가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하지만 원전 건설은 ‘세상에 똑같은 원전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표준화하기가 어렵다.

원전은 지반 특성, 내진 설계, 냉각수 공급 방식 등 부지 환경에 따라 설계가 완전히 달라진다. 더욱이 국가마다 안전 규제와 인허가 기준이 천차만별이다. 이처럼 프로젝트마다 요구 조건이 달라 ‘표준화’가 불가능하기에 수익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체코 원전의 경우에도 국내 원전과 달리 유럽연합(EU) 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설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 공장에서 일정한 규격으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라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맞춤형 시제품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결국 과거 시공 경험을 온전히 활용하기 어렵고, 매번 막대한 설계 변경 비용이 발생한다. 표준화되지 않은 채 10년 안팎의 장기간 공사가 이어지다 보니 금융 이자와 자재비가 상승하고 수익성이 흔들린다.

김현우 탈성장과대안연구소 소장은 “특정 정부의 실책을 넘어 해외 핵발전 사업 자체가 돈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이 반복되는 사례일 뿐”이라며 “모든 에너지 기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저렴해지는데, 핵발전만 유일하게 비싸진다. 사고 대비나 안전 기준을 높이다 보니 표준화와 대량 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미국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1200억 달러(160조 원)를 투입하면서도 투자 수익이 극도로 불확실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UAE 바라카 원전은 1조 6600억 원의 추가 공사비 분담을 두고 한수원과 한국전력공사가 분쟁을 겪었다. 공기업 한국전력과 달리 민간 건설사인 대우건설로서는 표준화조차 불가능한 신규 노형의 총액 계약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셈이다.

조건 바뀌지 않는 한 건설사 뛰어들기 힘들어

한수원은 대우건설 컨소시엄과의 공동협력협약을 해지하고, 국가계약법에 따라 경쟁입찰을 거쳐 2027년 7월까지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시공사가 들어오기 전까지 발생하는 설계 및 인허가 공백은 한수원이 직접 수행하거나 별도 단기 발주를 통해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주기기(원자로·터빈발전기)를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와의 계약은 유지되며, 신규 시공사 입찰은 해외 업체 참여 없이 국내 대형 건설사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다만 건설업계 반응은 조심스럽다. 미검증 노형의 설계 미확정과 총액확정 조건이 유지되는 한, 현대건설이나 삼성물산 등 다른 건설사들 역시 선뜻 뛰어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현우 소장은 “세계적으로 핵 산업의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위험한 시도나 무리한 계약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 원전 공사는 한국 핵발전 업계가 내세우는 ‘정해진 예산과 기간 내(on time, in budget)’ 완공이 구조적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기자

중화학공업·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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