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약 4개월 앞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논란에도 2027년 1월 과세를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거래 유형별 소득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국세청과 사업자를 연결할 전산 체계조차 갖춰지지 않았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일반 금융투자와 비교해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이 과세 시행 시기를 유예하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한 가운데, 가상자산 과세가 예고대로 시행될지 주목된다.

개정 소득세법에 따르면 2027년 1월 1일부터 양도·대여로 발생한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 과세한다. 기본공제 금액은 연 250만 원으로 이를 초과하는 순이익에 소득세 20%, 지방소득세 2%를 포함해 총 22% 세율을 부과한다. 순이익의 경우 1년간 발생한 이익에서 손실,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등을 제외해 산정한다. 해외 거래소 이용자라도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다면 과세 대상이 된다.
이번 과세는 2021년, 2022년, 2024년 세 차례 미룬 끝에 시행하는 것이지만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5개 원화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가 모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가상자산소득 과세에 관한 업권 의견서를 마련했다. 의견서에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인프라 미비 △취득 금액 산정 방식 △해외 거래소와 정보 교환의 어려움 △불분명한 과세 시점 기준 등을 근거로 시행 시기 재검토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9월 3일 여당 주최로 처음 열린 가상자산 과세 체계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다. 토론회를 주최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영사에서 “여러 차례 유예를 거쳤음에도 현장에서 지적받은 인프라나 실무적 과세 체계 부문에서 현격한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과세 당위성, 신중론, 시행 시점, 세부 방안을 둘러싸고 여전히 입장 대립이 이어지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업계 반발에도 과세를 추진하는 가운데 여당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았던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조세법학회장)는 현행 소득세법으로 가상자산 거래 유형에 따른 소득을 제대로 포착하거나 계산하기 어렵다고 봤다. 박 교수는 “자산이 아니라 거래 기능 단위로 과세 요건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할 것인지 제도 시행 전에 정리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과세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거래 유형은 크게 △매매·교환·지급 △채굴(연산 수행) △스테이킹 △렌딩(대출) △예치 △유동성 공급(자산 예치 대가로 수수료 지급) △에어드롭(이벤트성 배포) △하드포크(네트워크 변경 후 새 코인 지급)로 구분된다. 거래 유형에 따라 가격 상승분 실현, 블록 보상 수수료, 운용 수익 배분, 거래 수수료, 약정 보상 등 수익이 발생하는 방식도 다르다.
박 교수는 이 중 에어드랍과 하드포크는 소득세법상 양도·대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더불어 채굴 방식은 수령 단계에서, 스테이킹은 거래 유형에서, 유동성 공급은 소득 구분에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기타소득으로 일괄 과세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일반 금융투자와 비교해 가상자산 투자의 세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국내 상장주식 거래는 원칙적으로 비과세다. 해외 주식 거래, 파생상품, 국내 상장사의 대주주일 경우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경우 투자 규모와 무관하게 순이익이 250만 원이 넘으면 과세 대상이 돼 소액 투자자도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가상자산 손실을 이월공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논란이 됐다.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큰 데다 시장이 침체될 경우 장기간 ‘물리는’ 경우가 많은데, 전체 투자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한 해 수익이 250만 원을 넘으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0만 원을 투자한 가상자산이 1000만 원으로 반토막이 났는데, 이듬해 가격이 올라 1300만 원이 됐다면 700만 원 손실에도 300만 원의 이익 가운데 기본공제 250만 원을 제외한 50만 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손실 이월공제 제외는 현재 주식 투자에도 적용하는 기준이지만, 과거 금투세를 도입할 때 5년간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혜택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같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준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인력·인프라 부족 등 실무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국세청과 가상자산 사업자를 연결하는 표준 전산 체계가 없어 이를 구축해야 하나, 사업자마다 데이터 구조가 다르고 복잡해 각각 대응하는 실정이다.
한 가상자산 업체 관계자는 “국세청과의 연동 시스템을 연말까지 구축하더라도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 테스트를 통해 문제점을 찾고 보완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남은 기간에 해내기 어렵다”며 “기존 금융 체계와 기술 표준도 달라 안전성을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향후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업체가 져야 하지 않나”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과세 시행으로 투자자가 빠져나가 가상자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 자체가 떨어질 것”이라며 “과세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시장 상황과 흐름에 맞는 타이밍에 시행하자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한편 야당에서는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기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8월 28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등은 가상자산 과세 시행 시기를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미루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앞서 8월 10일에는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과세 시점을 2030년으로 3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은 모두 재정경제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