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쿠팡이 인천 물류센터 화재로 피해를 본 판매자에 대한 보상 절차를 본격화했다. 화재 직후 전액 보상을 약속하면서 판매자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보상 내역을 받아든 셀러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부 피해 물량이 보상 내역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판매자들의 이의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배송 완료 기준이라더니 입고 완료 안 된 상품, 보상내역서 빠져”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최근 쿠팡은 인천 물류센터 화재로 피해를 본 로켓그로스 판매자들에게 구체적인 보상 내역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화재 발생 약 한 달 만에 보상 절차가 본격화된 것이다. 7월 18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센터에 보관 중이던 로켓그로스 판매자들의 상품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쿠팡은 화재 발생 나흘 뒤 피해 판매자들의 재고 손실을 전액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화재 조사와 보험 처리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선제적으로 보상에 나서겠다는 취지였다. 통상 화재 피해는 손해 규모 산정과 보험 처리 등을 거쳐 보상 범위가 결정되는 만큼, 관련 절차에 앞서 전액 보상을 약속한 것은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됐다. 피해 판매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가 컸다.
하지만 최근 실제 보상 내역이 안내되자 일부 셀러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판매자들은 쿠팡 측이 제시한 보상 규모가 자신들이 파악한 화재 피해 물량에 미치지 못한다며 보상 내역의 재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화재 발생 전 물류센터까지 배송은 됐지만, 쿠팡의 입고 처리가 끝나지 않았던 상품들이다. 로켓그로스 상품은 물류센터에 도착한 뒤 검수와 수량 확인을 거쳐 전산상 재고로 등록된다. 그런데 화재 당시 이미 센터에 도착했지만 입고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품들이 있었고, 이 가운데 일부가 보상 내역에서 누락됐다.
로켓그로스 판매자 A 씨는 화재 발생 이틀 전 인천32물류센터로 상품을 발송했다. 이후 택배사로부터 배송이 완료됐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쿠팡의 전산상 입고 처리가 완료되기 전에 화재가 발생했다.
그는 “물건은 센터까지 배송됐는데, 결국 다 타버렸다. 하지만 전산상 재고에 잡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상 내역에 물량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배송 완료 후 택배기사가 보내준 사진을 보면 입고를 기다리는 물품이 상당량 쌓여 있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판매자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쿠팡이 화재 초기 공개한 보상 기준에서는 쿠팡 내부의 ‘입고 완료’ 시점이 아니라 택배사의 ‘배송 완료’ 시점을 기준으로 보상한다고 안내했다”며 “하지만 막상 보상안이 나온 뒤 확인하니 입고 완료 처리가 되지 않은 상품은 보상 내역에서 빠져 있었다. 당초 안내한 보상 기준이 제대로 적용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상반기 1조 원 적자…화재 손실에 3분기 회복도 변수
쿠팡의 전액 보상 방침 자체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전산상 입고 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물량은 쿠팡 내부 시스템만으로 정확한 수량을 확인하기 어려워 별도의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내용이 피해 셀러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으면서 현장에서는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앞서 판매자의 입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체 시스템을 활용해 피해 재고를 파악하고, 송장이나 포장 영상 등 복잡한 증빙자료를 별도로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입고 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물량의 경우, 판매자가 상품이 물류센터까지 배송됐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직접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판매자 사이에서는 당초 안내와 달리 실제 보상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증빙 부담이 따른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판매자는 “상품 사진과 택배 송장이 붙은 사진, 배송 완료 사진 등을 요청받았다. 미리 이런 자료를 준비해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쿠팡이 번거로운 절차 없이 전액 보상을 해준다고 하더니 결국 판매자들이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화재가 발생한 인천32센터로 입고하던 상품의 정보가 화재 후 다른 물류센터로 변경됐다. 이 때문에 현재 판매자 시스템에서는 기존 인천32센터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만약 화재 전에 입고 관련 화면과 배송 완료 내역을 별도로 캡처해둔 경우라면 증빙이 가능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인천32센터로 배송됐다는 사실을 셀러가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천 물류센터 화재에 따른 쿠팡의 손실 규모는 약 3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쿠팡Inc.는 지난 5일(한국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연결실적 보고서에서 관련 손실이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상반기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쿠팡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올해 상반기 쿠팡의 누적 영업손실은 7억 9800만 달러(약 1조 1895억 원)로 집계됐다. 특히 2분기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한 약 6247억 원 규모의 과징금이 판매관리비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이 일회성 비용인 만큼 3분기에는 적자 폭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다만 화재 관련 손실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인 만큼 실적 회복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