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씨티은행이 6년 만에 새 행장을 맞이했다. 기업금융 전문가인 김경호 신임 행장은 소비자금융 철수에 따른 사업 재편을 마무리하고 기업금융 중심의 성장 기반을 다져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소비자금융 철수로 대출 자산이 감소하고 수익 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점포 축소와 고배당을 둘러싼 노동조합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김 행장이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소비자 보호, 노사 갈등 등의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한국씨티은행은 27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김경호 기업금융그룹 부행장을 신임 은행장으로 선임했다. 김경호 행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29년 10월 27일까지다. 6년간 한국씨티은행을 이끌어온 유명순 행장은 같은 날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행장은 유 전 행장의 뒤를 이어 이사회 의장직도 맡았다.
한국씨티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6월 말부터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모기업인 씨티그룹이 내부적으로 추천한 후보와 지배구조법에 따라 선정한 후보군을 심의해, 지난 9월 22일 김경호 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김 행장은 삼성물산, 맥킨지앤컴퍼니를 거쳐 2001년부터 씨티은행 서울지점에서 기업금융 심사역을 맡았다. 2015년에는 기업금융그룹 대기업금융부장을 맡았고, 2017년 본부장을 거쳐 2021년 부행장에 선임됐다. 기업금융그룹 수석부행장에서 행장으로 발탁됐던 유 전 행장과 비슷한 행보다.
임추위는 김 행장에 관해 “한국씨티은행에서 25년 이상 실무 경력을 쌓았으며 특히 대기업과 금융기관 영업을 두루 경험한 기업금융 전문가”라며 “조직 경영 측면에서도 내부 결속과 통합, 내부통제 강화 및 대내외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을 위한 실행 방향을 제시해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조직 경영을 이끌어갈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김경호 행장은 소비자금융 철수를 위한 마무리 작업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은 국내 소비자금융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기업금융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2021년 10월 소비자금융 업무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하고, 2022년 2월부터 소비자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신규 가입을 모두 중단했다.
소비자금융 철수는 유 전 행장 임기 중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 계획에 따르면 만기 연장 대출 상품은 올해까지만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2027년부터는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하며 상환 기간은 최대 7년까지다. 신용카드는 2027년 9월 유효기간이 만료된다.
영업점도 빠르게 줄이고 있다. 2026년 영업점 이전 계획에 따라 울산·청주 지점이 지난 6월 26일 폐점했으며, 제주 지점은 10월 30일 문을 닫는다. 제주 지점까지 정리하면 전국에 남은 영업점은 8개(서울 3개, 인천·대전·광주·대구·부산 각 1개)가 된다. 서울 지점 중 2곳이 기업금융 전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영업점은 더욱 적은 셈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022년 1월 발표한 이용자 보호 계획에서 고객 편의를 위해 2025년 이후까지 수도권 점포 2개, 지방 점포 7개 이상을 지속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해 계획대로 점포를 폐쇄하면 영업점 수는 당초 제시한 9개보다 적어진다.
향후 점포 유지 방안에 관해 한국씨티은행은 “은행 이용자 보호계획의 기준과 취지에 따라 고객 불편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우체국·KB국민은행과의 창구 제휴, 전국 10만 대 이상의 수수료 면제 ATM 등을 고려했을 때 제주 지점 폐쇄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해 사전 영향 평가를 거쳐 통폐합했다. 이후 총 6개의 영업점을 운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행장은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와 영업 기반 확대라는 과제도 안았다. 2026년 2분기 한국씨티은행의 총수익은 3682억 원을 기록했다. 이자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지만, 외환·파생상품·유가증권 수익 등 기업금융 관련 비이자수익은 59% 증가했다. 곽수연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소비자금융 폐지 이후 대출 채권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대출 규모의 감소로 이자 이익 비중은 줄고 비이자 이익의 비중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비이자이익 영향이 커지는 가운데 수익 구조 변화에 따른 이익 변동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행장이 노동조합과 대화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지난 6월 전국금융산업노조와 한국씨티은행지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씨티은행의 본사에 대한 고배당과 점포 폐쇄 문제를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약 3500명이던 직원 수는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폐지 이후 올해 6월 기준 1500명 수준으로 줄었고, 점포는 44개에서 9개로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은 2025년 당기순이익 3074억 원에 배당금 3837억 원을 지급하면서 124%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2024년에도 배당성향은 178%(당기순이익 3119억 원, 배당 5560억 원)에 달했다.
노조는 “소비자금융 철수, 점포 축소, 고용 축소를 진행하는 가운데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고배당을 반복했다”며 “외국계 금융사가 국내 시장에서 사업은 축소하고 이익은 본사로 회수하면서 부담은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행태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점포 폐쇄로 인한 지역 근무 직원들의 이동 문제도 제기했다. 노조는 “점포 폐쇄는 금융소비자 접근권을 줄이는 문제”라며 “현장 노동자 역시 점포 축소에 따른 강제 이전으로 생활 기반이 흔들린다. 단순한 자리 옮기기가 아니라 출퇴근, 주거, 가족 돌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반발했다.
이에 관해 한국씨티은행은 “지역 근무는 주로 파견 형태로 운영했다”며 “영업점 통폐합으로 인한 직원의 고용 형태에는 변동이 없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