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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노소영에 9440억 원 재산분할 “SK 주식 공동재산 인정”

2심보다 4368억 줄었어도 국내 최대 규모…노소영 기여도 3분의 1 인정, 노태우 돈 300억 제외

[비즈한국]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심에서 인정된 1조3808억 원보다는 4368억 원 줄었지만, 최 회장 명의의 SK 주식이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유지됐다.

서울고법 가사1부는 24일 열린 이혼소송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급이 늦어질 경우 판결이 확정된 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5%의 지연이자가 붙는다.

재판부가 정한 재산 귀속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이다. 분할 대상에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도 포함됐다. 노 관장이 가져갈 몫을 주식으로 이전하는 대신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최 회장이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서울고법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의 1조3808억 원보다는 줄었지만,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는 판단은 유지됐다. 지난 6월 26일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최태원 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재판부는 선고 직후 구체적인 산정 과정과 판단 근거를 법정에서 길게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재산분할 액수와 이후 공개된 설명을 종합하면, 노 관장이 혼인 기간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하고 SK그룹과 관련한 대외적 역할을 수행한 점이 주식 가치의 유지와 증가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이 상속과 증여를 통해 형성된 개인 재산이어서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주식의 최초 취득 경위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진 혼인생활에서 배우자가 재산의 보존과 증식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가 16만 원이던 2024년 4월을 기준으로 평가

이번 재판에서는 어느 시점의 SK 주가를 재산분할 계산에 적용할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SK 주가가 종전 항소심 재판이 끝난 이후 큰 폭으로 오른 탓에 평가 기준일에 따라 재산 규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법원은 노소영 관장의 가사와 양육, 대외 활동이 혼인 기간 SK 주식 가치의 유지와 증가에 기여했다고 보고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정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6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재판부는 파기환송심의 변론이 끝난 시점이 아니라 종전 항소심의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당시 SK 주가는 16만 원 안팎이었다.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 무렵 주가가 80만 원 수준까지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적용 시점에 따라 평가액이 여러 배 차이 날 수 있었다.

법원은 이혼 여부에 대한 사실심 판단이 이미 끝난 만큼 재산의 존재 여부와 가액도 당시를 기준으로 확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항소심 종결 이후 발생한 주가 상승분을 그대로 공동재산에 포함하면, 이혼이 사실상 확정된 뒤 최 회장의 경영 활동으로 만들어진 가치까지 나누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판단이다.

다만 최근의 가파른 주가 상승은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는 과정에 반영됐다. 항소심 이후 늘어난 기업가치에 최 회장의 경영상 기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체 재산을 공평하게 정산한다는 취지에서 노 관장의 몫을 3분의 1로 결정한 것이다.

종전 2심이 인정한 노 관장의 비율은 35%였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이를 33.3%로 소폭 낮췄다. 비율 차이는 크지 않지만 분할 대상에 포함되는 재산의 범위가 함께 줄어들면서 최종 지급액은 1조 3808억 원에서 9440억 원으로 감소했다.

대법원이 배제한 ‘노태우 300억 원’은 계산서 빠져

파기환송심은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이 SK에 전달했다는 300억 원을 노 관장의 기여로 평가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이 부분을 문제 삼아 원심을 파기한 데 따른 것이다.

2024년 항소심은 노 전 대통령의 자금이 최종현 SK 선대회장 측에 전달돼 그룹 성장에 활용됐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경제적 지원과 노 관장의 내조 등을 종합해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 넣고 노 관장의 기여도를 35%로 인정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자금이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조성된 불법 비자금이라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으며, 실제로 SK그룹의 성장에 사용됐다고 해도 이를 노 관장 측의 정당한 기여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300억 원을 SK 주식의 형성과 가치 증가에 대한 노 관장 측 기여에서 완전히 제외했다. 재산분할 비율을 정할 때도 이 자금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SK 주식 전체가 최 회장의 특유재산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법 비자금 문제와 별개로 30년이 넘는 혼인 기간 노 관장이 가정생활과 대외 활동을 통해 최 회장의 경영을 뒷받침했다는 점은 독립적인 기여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최 회장이 혼인관계가 깨지기 전에 친인척 등에게 넘긴 일부 주식도 이번 분할 대상에서는 빠졌다. 법원은 재산을 숨기거나 노 관장의 몫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영권 유지와 기업 운영을 위해 주식을 증여한 것이라면, 이미 보유하지 않은 주식까지 분할 재산으로 되돌려 계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양측은 판결에 불복할 경우 다시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이 거액의 현금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도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재근 SK그룹 최태원 회장 측 변호사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1심 665억 원에서 2심 1조3808억 원, 다시 9440억 원으로

두 사람의 법적 다툼은 2017년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본격화했다. 1988년 결혼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세 자녀를 뒀다. 혼인관계의 균열은 최 회장이 2015년 언론을 통해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조정 절차에서 합의되지 않자 최 회장은 2018년 정식 이혼소송을 냈다. 노 관장도 2019년 이혼에 응하겠다며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금 665억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당시 법원은 최 회장 명의의 SK 주식을 혼인 전부터 형성된 개인 재산으로 보고 분할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결론은 항소심에서 크게 뒤집혔다. 2024년 5월 2심 재판부는 위자료를 20억 원으로 높이고 재산분할금도 1조3808억 원으로 늘렸다. SK 주식을 공동재산으로 보고 노 관장의 기여를 폭넓게 인정한 결과였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위자료 20억 원에 대해서는 2심 판단을 확정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의 300억 원을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법리에 어긋난다며 재산분할 부분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나 위자료가 아니라 재산의 범위와 배분 비율만 다시 심리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올해 1월 첫 변론을 진행한 뒤 양측에 조정을 권고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후 지난달 심리를 마치고 이날 9440억 원을 지급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금 9440억 원 조달 방식도 관심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1조 원에 가까운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법원이 SK 주식 자체를 나누지 않고 현금 정산을 명령하면서 향후 재원 조달 방법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이 보유 주식을 시장에서 대규모로 매각할 경우 SK 지배구조와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에 주식담보대출을 받거나 배당금과 다른 개인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 일부 지분을 장외에서 처분하는 방식 등이 거론될 수 있다. 다만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실제 자금 마련에 나설 단계는 아니다.

판결이 나온 직후 SK그룹 주요 종목은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오후 2시 10분 무렵 지주회사 SK는 전 거래일보다 2.44% 내린 63만 9000원에 거래됐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도 각각 6%대와 7%대 하락한 반면 SK텔레콤은 4%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만 국내 증시의 전반적인 흐름과 각 회사의 개별 수급도 함께 작용한 만큼, 계열사 주가 변동을 재산분할 판결의 영향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특히 재판부가 노 관장에게 SK 주식을 직접 이전하지 않고 현금 지급을 명령했다는 점에서 당장 지주회사 지분구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최 회장 측은 판결문을 받은 뒤 재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최 회장이 오랜 소송 과정에서 사회적 우려를 일으킨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은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은 선고 후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양측 모두 이번 판단에 불복해 대법원에 다시 상고할 수 있다. 재상고심이 열리면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새로 판단하기보다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앞선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제대로 따랐는지, SK 주식과 분할 비율에 관한 법리를 적절하게 적용했는지를 살피게 된다.

9년에 걸친 소송에서 재산분할금은 665억 원에서 1조 3808억 원으로 급증했다가 9440억 원으로 다시 조정됐다. 액수는 줄었지만 기업 총수가 혼인 전 취득한 경영권 주식도 배우자의 장기적인 가사·양육과 사회적 활동을 통해 가치가 유지되거나 커졌다면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 판결은 아직 최종 결론이 아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재상고에 나설 경우 국내 최대 규모 이혼 재산분할 사건의 결론은 다시 한번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된다.

봉성창 기자

기업이 말하는 성장의 언어와 그 뒤에 놓인 현실의 간극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날카롭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산업의 현재와 다음을 기록하겠습니다.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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