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비즈한국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인공장기 전망 물었더니 “전공 바꿔라”

서강대 강연서 오가노이드 관심 학생에 진로 조언…AI 도입으로 신입 채용 줄이고 경력직 중심 전환

[비즈한국]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인공장기 연구의 상용화 가능성에 신중한 견해를 내놓으며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첨단 바이오 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열었지만 기업의 인력 채용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성이냐시오관에서 진행된 서강대 멘토링센터 ‘생각의 창’ 제11회 특별강연에서 경영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서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성이냐시오관에서 열린 서강대 멘토링센터 ‘생각의 창’ 제11회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강연은 ‘서정진의 경영 리더십’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사회를 맡았다.

이날 강연은 서 회장이 창업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도전 정신과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를 조언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산업 환경의 변화와 청년 세대가 갖춰야 할 역량을 강조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강연 이후 진행된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이었다. 자신을 서강대 생명과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바이오 인공장기와 오가노이드 분야에 관심이 있지만 주변 교수와 전문가들로부터 부정적인 전망을 듣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며 서 회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에 서 회장은 “대학원 진학할 때 전공 세부 과목을 과감히 바꾸라”고 답했다. 그는 인공장기 분야에 대해 “실제 환자에게 상용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나 많다”며 핵심적인 어려움으로 체내 면역거부반응을 지목했다.

특히 과거 돼지 췌도 이식 연구 등을 언급하면서 일부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과장한 측면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앞줄 가운데)이 강연을 마친 뒤 강연에 참석한 서강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서 회장은 학생에게 생명과학 전공을 유지하면서도 대학원에서는 연구 방향을 재설정할 것을 권했다. 기존 생명공학 지식을 기반으로 AI를 결합해 향후 5~10년 안에 실현 가능성이 높은 첨단 치료제나 바이오 플랫폼 분야에 집중하라는 조언이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나 환자 유래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 일부를 모사하는 기술이다. 실제 인체에 이식해 장기의 기능을 대체하는 인공장기 개발뿐 아니라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과 독성을 평가하는 비임상 연구에도 활용된다.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한 대체 시험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4월 발표한 ‘비임상 안전성 평가에서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한 로드맵’에 오가노이드와 장기칩, AI 기반 예측 모델 등 새로운 접근법(NAMs)을 포함했다.

서 회장은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바꿀 핵심 기술로 AI를 강조했다. 그는 AI의 확산에 대해 “지금 시대는 결코 위기의 시대가 아니라 기회의 시대”라고 평가했다.

특히 셀트리온 내부에서 AI 도입이 업무 생산성 향상을 넘어 채용과 조직 운영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직원들의 AI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연간 80억 원 이상을 플랫폼 구독료로 지출하고 있다. 서 회장은 “과거 연구원과 직원들이 하루 종일 매달려 하던 업무가 30분 만에 끝난다”며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강조했다.

서 회장은 기존 피라미드형 조직을 허물고 직원들이 AI로 전 세계 논문과 특허, 유망 연구자를 분석해 독립적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를 검증할 실험 자금과 기회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서 회장은 직원들을 사실상 ‘1인 스타트업’처럼 운영하고 있다며 “10%의 성공 확률이라도 10명이 뛰어들면 1명은 대박을 터뜨린다”고 말했다.

강연 이후 서 회장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김성수 전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과 함께 학생들과의 대담을 진행했다. 사진=최영찬 기자

AI를 활용한 글로벌 신약개발 전략도 소개했다. 서 회장은 초기 탐색 연구를 담당하는 업스트림과 임상시험 및 상업화를 담당하는 다운스트림을 구분하면서 셀트리온의 강점이 후자에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이 모든 기초연구를 직접 수행하기보다 AI를 활용해 전 세계 유망 연구자와 기술을 발굴하고, 전임상 단계에서 가능성이 확인된 기술을 도입해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I 확산에 맞춰 회사의 조직 운영과 인력 채용 방식도 바꿨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기존 피라미드형 조직을 개편해 직원들이 AI를 활용해 독립적으로 사업 기회를 발굴하도록 하고 있다며 “신입사원 채용을 줄였고 뽑아야 하면 경력사원을 선발한다”고 말했다.

이는 AI 도입이 단순한 업무 효율화를 넘어 기업의 인력 수요와 채용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AI를 청년 세대의 새로운 기회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기업 경영에서는 신입사원 채용을 축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 발전과 청년 고용 사이의 과제도 드러난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멘토링센터 ‘생각의 창’ 프로그램을 설명하면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강연을 주최한 서강대 멘토링센터 ‘생각의 창’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미국 대학의 멘토링 시스템을 참고해 2024년 설립을 주도한 청년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각계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을 청년 세대와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며 그동안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윤송이 전 엔씨소프트 사장 등이 강연자로 참여했다.

최영찬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출입하고 있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공부해 정확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chan111@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형광펜 추가
✕ 형광펜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