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산광역시 북항 환승센터 설계 문제를 놓고 부산항만공사(BPA)와 사업자인 피큐건설이 갈등을 겪고 있다. BPA는 환승센터의 설계가 잘못됐다며 시정을 요청했지만 피큐건설은 BPA가 과도한 조건을 강요했다는 입장을 보인다. 결국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고, 법원은 양측에 조정안을 제시했다. BPA와 피큐건설이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이의를 제기해 다시 법적 다툼을 이어갈지 부산 지역 사회 관심이 집중된다.

BPA와 피큐건설은 2016년 북항 재개발지역인 C-1 블록에 대한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의 주요 내용은 토지 소유권이 피큐건설로 넘어가고, 피큐건설은 그곳에 환승센터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환승센터 저층부에는 옥상광장을 설치하고, 옥상광장에는 부산역 보행로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잇는 보행 통로가 설치될 예정이다.
그런데 BPA는 올해 6월 돌연 피큐건설과 토지매매계약 해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산역과 옥상광장을 연결하는 보행로에 설계 오류가 발생해 시정을 요구했지만 피큐건설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옥상광장이 부산역 보행로보다 약 3m 높게 설계됐다는 것. 이대로 공사하면 경사로가 생겨 노약자와 장애인 보행에 불편을 줄 수 있고, 부산항과 부산항대교의 조망까지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 BPA 측 입장이었다.
피큐건설은 설계 변경안 등이 포함된 수정 확약서를 제출했지만 BPA가 지연배상금, 철거이행보증보험 제출 등 과도한 조건을 강요한다고 맞섰다. 이에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8월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는 한편 9월에는 BPA와 피큐건설에 자율적인 협의를 권고했다.
하지만 협의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10월 2일 법원 조정에 들어갔다.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양측이 향후 2주 동안 조정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조정안이 확정된다. 반대로 한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재판이 다시 진행된다. 조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협의에 실패하면 피큐건설로서는 어렵게 따낸 C-1 블록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피큐건설은 현재 북항 환승센터 개발 외에는 별 다른 사업을 하지 않아 지난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C-1 블록 소유권까지 상실하면 향후 회사 전망이 불투명해진다. 피큐건설 최대주주는 정철원 협성종합건업 회장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협성종합건업은 2024년 영업이익 24억 원에서 2025년 영업손실 6억 원으로 적자 전환하는 등 최근 수익성이 좋지 않다.
정철원 회장은 지난해 5월 한 세미나에서 북항 돔구장 건설을 위해 3000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피큐건설과 BPA의 갈등이 끝내 봉합되지 않아도 정 회장이 기부 약속을 지킬지는 의문이다. 북항 돔구장 건설은 전재수 부산광역시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데,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부산시로서도 피큐건설과의 갈등이 해소되는 편이 낫다.
양측이 협의를 하더라도 그 과정이 지연되면 그만큼 환승센터 완공 시점도 늦어지게 된다. 비즈한국은 9월 29일 북항 환승센터 건설 현장을 찾았다. 공사가 상당히 진행된 모습이었지만 일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부산지방법원이 8월 공사 중단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부산광역시는 북항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내부에서도 빠르게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BPA와 피큐건설은 현재 법원의 조정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한국은 양측에 관련 입장을 문의했지만 BPA는 아직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아 공식 입장을 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피큐건설 역시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