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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부캉이와 K콘텐츠, ‘진짜’를 생각한다

가상 아이돌·AI 음악 넘쳐나는 K팝, 사람들이 바라는 건 진품의 진정성과 희소성

[비즈한국] 상어 한 마리와 대규모 축제의 효과가 비교되면서 축제 준비 측에게 좌절감을 심어준 추석 연휴 기간이었다. 여기에서 상어 한 마리는 부산에 나타난 ‘부캉이’고, 대규모 축제는 여수세계섬박람회다.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직접 사업비만 700억 원이 넘기에 입장료도 성인 기준 1만 5000원이나 했다. 부캉이를 보러 가는 데는 애초에 입장 비용이 없었다. 다만 북항을 건설하는 비용은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어쨌든 대규모 예산을 들여 기획한 행사보다 부캉이 한 마리가 불러모은 인원이 열흘 동안 60만 명에 이른다. 여수세계섬박람회 동원 인파의 3배에 해당한다. 근처 편의점 매대를 비게 만드는 등 그 경제효과도 명징하게 보였다. 

단지 기획 행사나 축제를 비난하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 아니다. 접근성 면에서 두 사례가 같을 수는 없다. 희소성이라는 점에서도 분명 차이가 있다. 부캉이가 왜 인기를 끌었는지 전체적으로 정리해보자.

부산 북항에 나타난 상어 ‘부캉이’를 시민들이 몰려 구경하고 있다. 사진=부산튜브 캡처

우선 통계 자료를 보자. 요즘 외국인들도 부산을 많이 방문한다. 7월까지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92만 7674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200만 3466명보다 46.1% 증가했다. 전국 증가율 21.3%를 두 배 이상 뛰어넘었다. 부산 방문 외국인이 연간 300만 명을 넘은 것은 2025년이 처음이다. 2025년 10월 300만 명을 돌파했는데 2026년은 애초의 목표 400만 명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캉이 이전에 이미 부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었다. 서울 중심의 관광이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인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의 강점은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도시와 바다가 공존하는 점이다. 바다와 도시가 공존하는 도시는 꽤 있다. 여수, 통영, 강릉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도시의 규모와 인구는 물론이고 접근성도 중요하다. 광안리와 해운대 같은 해변이 도심과 근접한 곳은 많지 않다. 강릉의 경우에는 도심에서 해변까지 거리가 있다. 여기에 부산은 친수 공간을 강화해왔다. 이번에 상어가 나타난 북항도 실제 바다 생물이 드나들 수 있는 친수 공간이다.

더불어 사회적 환경에 따른 문화 선호 심리가 영향을 미쳤다. 일부에서는 부캉이에 대한 열광이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탈출구였다고 분석했다. 이런 심리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다를 찾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여기에 진품의 희소성과 진정성에 대한 갈망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도시 거주비율은 92%에 이른다. 열 명 가운데 아홉 명 이상이 도시에 산다. 도시는 갈수록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고층 빌딩에 점령되고 있다. 접할 수 있는 환경과 볼 수 있는 풍경이 비슷하다. 이용하는 상점도 대부분 프랜차이즈다. 여가 시간에 즐기는 콘텐츠는 모두 기획, 가공되거나 심지어 조작된 것이다. AI 서비스가 더 확대되면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조차 어렵게 됐다. 온라인 이미지와 영상을 보고 진짜 상어인 줄 알았는데 가짜인 경우도 빈번하다.

반면 부캉이는 진짜 상어고 이른바 자연산이다. 더구나 포식성이 살아 있는 상어라는 점이 더욱 주목도를 높였다. 만약 병들거나 상처가 있다면 사람들이 덜 몰렸을 것이고 당장에 구조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살아 있는 자연의 역동성은 보는 사람에게도 전해진다. 현장을 방문해 부캉이를 직접 확인하고 인증샷을 공유하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 행위에는 진본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내재됐다. 자신이 현장에 직접 참여했음을 인정받고 싶은 것인데, 코로나 1 팬데믹 이후에 이 같은 실제 대면 경험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는 관광 정책이나 축제 행사 기획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북항처럼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친수 공간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해양 생물들이 친수 공간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해양 공간 디자인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려면 공간 디자인만이 아니라 해양 생태계의 복원과 보존도 같이 가야 한다. 부산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도시와 함께 어우러지는 곳은 우리 국민만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공간을 바탕으로 문화 콘텐츠와 결합하는 관광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K콘텐츠는 어떨까. 최근 외신들은 인공지능으로 쉽게 만들어진 음악이 플랫폼에 유통되는 음원의 절반에 달하고 재생 순위까지 조작해 오리지널 창작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한국의 K팝은 가상 아이돌이나 인공지능 음악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팬들은 진짜 사람 아티스트를 원하는데도. 진품의 아우라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는데 K콘텐츠는 반대로 가고 있으니 우려스럽다. 부캉이를 보면서 다시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인공적인 가공보다 자연스러운 진정성을 중시한다는 것을.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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