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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쌓여야 브랜드” 최장순 LMNT 대표가 강조한 ‘자기다움’

브랜드비즈 2026서 ‘이야기 정체성의 시대’ 발표…로고 중심 일관성 넘어 기업의 역사·실천·평판 강조

[비즈한국] AI(인공지능)가 소비자의 구매 결정까지 관여하는 시대에 기업은 어떻게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최장순 LMNT(엘레멘트컴퍼니) 대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일수록 기업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고와 디자인 등 외형적 일관성에 집중하던 기존 브랜딩에서 벗어나 기업이 축적해온 역사와 실천을 토대로 ‘자기다움’을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6’에서 ‘이야기 정체성의 시대’를 주제로 발표했다. LMNT는 기업의 브랜드 전략 수립부터 정체성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을 수행하는 브랜딩 전문기업이다.

브랜드비즈 컨퍼런스는 2017년부터 매년 개최돼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THE NEXT ORIGINAL – 모두가 잘 만드는 시대, 브랜드는 어떻게 고유해지는가’를 주제로 열렸다.

최장순 LMNT(엘레멘트컴퍼니) 대표가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6’에서 ‘이야기 정체성의 시대’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임준선기자

AI가 구매 결정하는 시대, 브랜드는 사라질까

최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 기후위기 등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기존의 중장기 경영전략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우리답게 공동체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실천하는 것이 최선의 비즈니스 전략”이라며 기업의 의사결정 기준으로 정체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AI 기반 소비환경에서도 이어진다. AI가 상품을 비교하고 추천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관여하면서 기존 브랜드 전략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AI가 소비자 대신 상품을 선택하는 환경에서는 로고와 같은 시각적 요소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AI 시대에 브랜드의 역할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브랜드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화할 것으로 봤다. 그는 “기존의 로고 중심주의 관점에서 브랜드를 바라본다면 로고가 안 보이니 종말처럼 보일 것”이라면서도 서사적 정체성의 관점에서는 브랜드가 오히려 고도화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사업이나 외형이 달라지더라도 오랜 시간 축적한 역사와 실천, 고객과 공유한 기억을 통해 유지되는 고유한 정체성이 최 대표가 강조한 자기다움이다. AI가 소비자에게 적합한 브랜드를 추천하려면 그 기업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약속을 실천해 왔는지에 관한 정보가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DART’ 브랜딩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DART는 위임(Delegation), 자동화(Automation), 신뢰성(Reliability), 신뢰(Trust)를 뜻한다. AI에 업무와 선택을 위임하고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작업이 자동화될수록 기업이 축적해온 신뢰성과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브랜드의 이름이나 외형보다 기업이 과거부터 어떤 약속을 실천해왔고 사회적으로 어떤 평판을 쌓았는지가 브랜드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장순 LMNT 대표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인 ‘원팅(Wanting)’을 넘어 지속적인 호감인 ‘라이킹(Liking)’을 형성하려면 서사적 정체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로고의 일관성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일관성’

최 대표는 기존 브랜딩이 로고와 색상, 디자인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지나치게 집중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소비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가 제품을 갖고 싶어 하는 욕구인 ‘원팅(Wanting)’과 실제로 좋아하는 감정인 ‘라이킹(Liking)’을 구분했다. 시각적 일관성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알아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브랜드에 대한 지속적인 호감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많은 브랜드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인 호감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브랜드가 단순히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이야기 그 자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가 제시한 개념은 서사적 정체성이다. 기업의 사업이나 외형이 달라지더라도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와 실천을 통해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 대표는 삼성의 사례를 들었다. 삼성은 과거 설탕과 국수 등 식품사업에서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첨단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제공하는 제품과 비즈니스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그 내면에 삼성이라는 단일한 존재자가 엮어온 서사를 통해 우리는 이 모두를 삼성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 정체성이 기업의 일방적인 선언만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어떤 약속을 했고 이를 어떻게 실천했는지에 대한 공동체의 기억과 평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연 직후 사회자 최소현 네이버 C&E 부문장(오른쪽)이 최장순 대표에게 브랜드 정체성을 실제 기업 경영에 적용하는 방법을 질문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브랜드는 타인에게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는가”

최 대표는 미래 브랜드가 고객과 공동체에 제공해야 할 가치로 도구(Tools), 기술(Skills), 노하우(Knowhow), 담론(Discourse)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거나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브랜드가 스스로 점검해야 할 세 가지 질문도 제안했다. ‘우리는 어떻게 보이는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어가는가’, ‘우리는 타인에게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는가’다. 그러면서 브랜드의 외형적 일관성을 넘어 기업이 쌓아온 역사와 실천, 나아가 고객과 공동체에 제공하는 가치까지 정체성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강연 이후 질의응답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실제 경영활동과 실천 계획으로 연결한 사례로 LG유플러스와의 협업을 소개했다. 단순히 로고를 바꾸는 대신 임직원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기업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 계획을 함께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저희가 하는 일은 껍데기를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 그 방향성을 정립하고, 그 방향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실천적 서사를 함께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흥행한 영화 오디세이의 주인공인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통해 오랜 시간 공유한 경험과 기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아내 페넬로페와 둘만이 공유한 기억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한 것처럼 브랜드 역시 함께 축적한 경험과 기억을 통해 정체성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정체성은 함께한 기억으로 승인되고, 기억은 시간을 전제한다”고 강조했다.

최영찬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출입하고 있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공부해 정확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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