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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BTS의 그래미 출품 거부, ‘에일리언스’에 이미 예고됐다

아시안 팝 뮤직 신설은 또 다른 ‘외계인 취급’…입대 전 이미 “수상에 휘둘리지 않겠다” 선언

[비즈한국] 방탄소년단(BTS)이 최근 그래미어워드에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뒤돌아보니 BTS 정규 5집 ‘아리랑’에 실린 노래 ‘에일리언스(aliens)’에는 2026년 그래미에 출품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맥락과 배경이 담겨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그래미어워드에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BTS X

BTS 멤버들은 얼마 전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SNS에 각자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글을 올렸다.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그래미가 지난 6월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를 신설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그래미 측은 “아시안 팝 부문은 아시아에서 나오는 팝 예술의 깊이와 다양성, 탁월성을 기리기 위해 신설됐다”라고 밝혔는데, ‘에일리언스’(aliens)의 가사에 “태생부터 다른 seven aliens 우릴 부러워하네”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래미 측이 아시아 팝의 예술적 깊이와 다양성 탁월성을 정말 인정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래미는 그동안 아시안 팝 뮤직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 최근에도 마찬가지였다. 2026년 그래미어워즈에서는 올해의 노래 등 3개 부문 후보에 오른 로제의 ‘아파트(APT.)’가 하나도 수상하지 못했다. MTV 뮤직어워즈에서는 최고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노래’를 받았는데도 말이다. 무려 5개 후보에 오른 ‘K팝 데몬 헌터스’ 주제가 ‘골든(GOLDEN)’도 겨우 OST 부문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만 수상했다. 한미 합작 그룹 ‘캣츠아이’도 본상인 신인상 후보 등 3개 부문에 올랐지만 무관이었다. 특히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에서는 로제, 케데헌 헌트릭스, 캣츠아이가 후보에 올랐지만 모두 탈락했다. 이 부문은 K팝이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였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그래미에 세 차례 후보로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상을 받은 적이 없다. 그래미가 겉으로는 아시아 음악에 찬탄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에일리언스’에는 이런 가사도 나온다. “눈만 또 허벌나게 큰 너희가 말하길 Are they for real? For real?(그게 진짜야? 진짜?)” 이 같은 가사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포함한 K팝에 대한 그들의 불신을 말해주는 듯하다. 전 세계적인 팬덤의 형성과 그 영향력에 대한 서양, 특히 백인들의 의심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 이스트러더퍼드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아리랑‘ 투어 공연 모습. 사진=BTS X

아시안 팝 부문 신설을 두고 그래미 측은 “이 부문은 중요한 아티스트들을 특별히 조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몇몇 그룹을 이 카테고리에 한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미는 “결코 구분 지으려는 것이 아니고, 1만 5000명 그래미 투표인단의 인정을 받는 대상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면서 본상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즉 아시안 팝 부문에 수상 후보로 오른다고 해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같은 본상(General Field) 부문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고 아티스트는 두 부문을 얼마든지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빌보드 뮤직 어워즈 사례를 보면 그래미의 발표는 현실과 다를 수 있다.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는 K팝의 세계적 인기와 성장을 반영한다면서 2023년 4개의 K팝 부문을 만들었다.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 ‘톱 K팝 앨범’, ‘톱 글로벌 K팝 송’, ‘톱 K팝 투어링 아티스트’ 등이다. 그러나 이후 빌보드 뮤직 어워즈 본상에서 K팝 그룹이 수상하는 일은 찾기 힘들어졌다. 방탄소년단이 과거(2017년~2022년)에 수상한 ‘톱 듀오/그룹(Top Duo/Group)’이나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Top Song Sales Artist)’ 같은 본상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K팝의 틀에 갇혔기 때문에 낙인 효과가 생긴 것이다. 그래미에서도 아시안 뮤직 부문 신설로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C팝(중국)이나 J팝(일본)을 같이 묶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음악의 성격이나 양상, 영향력 차원에서 같이 묶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빌보드는 K팝의 영향력을 인정해 K팝을 부각이라도 했는데, 그래미는 그보다도 못하다. K팝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용하려는 전략적 술수를 취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잘 모르는 이들은 그래미에서 K팝이 주요 상을 받은 것으로 생각할 테니 말이다.

에일리언스 가사에는 “어쩜 그래 shameless 예의를 차려 we aliens 해는 동쪽에서 risin’ Aliens, aliens”라는 대목이 나온다. 시간의 문제일 뿐 대세는 K팝에 있다. 동쪽에게 해가 뜬다는 의미는 새로운 시대의 빛은 동방에서 K팝에서 새로운 음악 문화가 떠오른다는 의미가 된다.

이제 음악은 단순히 한 곡의 완성도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지 않는다. 팬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현실의 고민을 소통하면서 같이 성장하는 데 방점을 둔다. 이 선두에 K팝이 있다. 이번 그래미 출품 거부는 그래미를 포함한 서구의 음악 주류들이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K팝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음악적 정체성과 스타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점을 말한다. “Hello this your, hello this your new honey 박수 쳐, 흔들어, 중모리 Oh my god, do I look too funny? 뭐 어쩔래 just move for me Yeah move for me.”

방탄소년단은 K팝이 갖고 있는 정체성과 우리만의 스타일로 나아가려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구나 누가 뭐라 해도 시대가 자신들을 바라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점을 다음 가사에서도 표현하고 있다. “매일 밤, 매일 뭐든 더 빨리 시대가 우리를 원해 Yeah we livin‘ that 외계인들, 외계인들.” 이질적인 존재로 묶어 놓는다고 해도 전 세계 젊은 팬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길을 같이 가려한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BTS는 지난 6월 25일(현지시각)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2026’에서 ‘올해의 아티스트’ ‘송 오브 더 서머’ ‘베스트 남성 K-팝 아티스트’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사진=BTS X

방탄소년단의 출품 거부를 놓고 그래미 측은 오해라거나 이해 못할 행동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국내에서도 과잉해석이나 지레짐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 주류 음악계는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K팝을 여전히 이질적인 외계인으로 대하고 있으며, 아시안 뮤직 부문 신설을 보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는 문화제국주의적인 시각이다. 음악의 본류는 자신들이며 아시안 음악, 라틴 음악을 하위로 놓고 그 범주 안에만 묶는 행태가 여전하다. 하지만 K팝 음악은 지금 전 세계 젊은 세대의 아이콘이자 실질적인 음악 문화의 중심에 있다. 이 미래 세대가 성장하고 전 세계 사회의 중심 구성원으로 진입하고 있다. 시간은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K팝의 편이다.

방탄소년단에게 빌보드 1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그래미 수상도 마찬가지다. 누가 그들에게 상을 내린단 말인가. 출품 거부가 아니라 수상 거부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이미 군대 가기 전에 자신들의 채널을 통해 차트와 수상에 음악 작업을 휘둘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들은 그것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K팝의 시대정신이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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