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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브랜드
리센느를 키운 건 8할이 꾸준함

화려한 마케팅보다 철학과 진정성으로 주목…브랜드는 결국 쌓인 것으로 말한다

편집자 주
브랜드가 상품을 넘어 감각과 경험, 태도로 기억되는 시대, 이제 사람들은 무엇을 사는지보다 무엇에 끌리고 어떤 경험을 기억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비즈한국은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와 함께 매월 ‘이달의 브랜드’를 선보인다. 비마이비가 포착한 브랜드의 새로운 감각과 흐름을 독자들에게 전하며, 지금 주목받는 브랜드가 왜 선택받았는지 그 맥락까지 함께 들여다본다.

[비즈한국] 요즘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다양하다. 거대한 광고 캠페인을 벌이지 않아도 되고, 유명 모델을 앞세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사람들은 브랜드가 자신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보다 어떤 행동을 보여주는지에 더 주목한다. 꾸준히 쌓아온 진정성이 뒤늦게 인정받기도 하고, 브랜드가 오래 지켜온 철학이 협업이나 콘텐츠를 통해 다시 발견되기도 한다. 화려한 이벤트보다 브랜드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움직여 왔는지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2026년 7월 주목받은 브랜드들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리센느는 화려한 마케팅보다 꾸준히 쌓아온 콘텐츠와 음악성이 뒤늦게 빛을 보며 역주행 신드롬을 만들었다. 나이스고스트클럽은 유행하는 IP를 좇기보다 ‘판타지’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중심으로 협업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넓혔다. 메가MGC커피는 영수증과 키오스크처럼 일상의 작은 접점에 재미를 더해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었고, 누누는 성장보다 브랜드의 속도를 선택하며 10년 동안 사랑받는 캐릭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영화와 스포츠, 게임을 넘나드는 콘텐츠를 통해 기술력을 설명하는 대신 직접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다섯 브랜드 모두 눈앞의 화제성을 좇기보다 자신만의 철학과 자산을 꾸준히 축적해 왔고, 그 결과가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브랜드의 힘은 결국 얼마나 크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일관되게 행동하느냐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는 2026년 7월 ‘이달의 브랜드’로 리센느, 나이스고스트클럽, 메가MGC커피, 누누, 현대자동차그룹을 선정했다. 선정 분야는 각각 ‘즐기고’, ‘입고’, ‘먹고’, ‘머물고’, ‘쓰고’다. 비마이비는 매월 일상 속 브랜드를 대상으로 아이덴티티와 시의성, 차별성, 커뮤니케이션, 화제성 등을 기준으로 주목할 만한 사례를 선정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브랜드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꾸준함이 만든 증명’이다. 자신만의 철학과 정체성을 오랫동안 축적한 브랜드들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발견되어진다. 브랜드를 설명하는 시대에서 브랜드를 증명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입고 : 유행보다 브랜드의 세계관을 앞세운 ‘나이스고스트클럽’

‘입고’ 부문에 선정된 나이스고스트클럽은 패션 브랜드의 IP 협업이 어떻게 브랜드 자산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지난 7월 국내 패션 브랜드 최초로 일본 애니메이션 ‘죠죠의 기묘한 모험’과 협업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앞서 ‘이토 준지’, ‘카우보이 비밥’ 등 강한 팬덤을 보유한 작품들과도 꾸준히 협업해 온 브랜드다.

나이스고스트클럽은 2021년 메디쿼터스가 선보인 패션 브랜드다. 이름은 ‘친절한 유령들의 클럽’을 뜻한다. 출범 초기부터 ‘판타지’를 브랜드의 핵심 콘셉트로 삼았고, 의류와 캠페인 전반에 서브컬처와 애니메이션의 감성을 녹여왔다. 단순히 인기 캐릭터를 제품에 입히는 방식이 아니라, 브랜드가 원래 지닌 세계관과 맞는 IP를 골라 하나의 새로운 장면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자체 IP인 ‘고스트엔젤스’도 같은 맥락이다.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캐릭터로 구현해 나이스고스트클럽이 추구하는 판타지 세계관을 보여준다. 2024년 처음 공개된 뒤 팬들의 요청에 힘입어 올해 새로운 컬렉션으로 다시 등장했다. 다른 작품의 인지도를 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언젠가 다른 브랜드와도 협업할 수 있는 자체 캐릭터 자산까지 쌓고 있는 셈이다.

먹고 : 영수증 한 장으로 고객과 가까워진 ‘메가MGC커피’

‘먹고’ 부문에 선정된 메가MGC커피는 거대한 광고 캠페인이 아니라 매장에서 오가는 영수증 한 장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다. 여름 신메뉴를 구매한 고객의 영수증에 “등 뒤가 서늘해도 음료에 집중하십시오”와 같은 문구를 인쇄한 이른바 ‘괴담 영수증’ 마케팅이다.

문구는 온라인에서 유행한 ‘나폴리탄 괴담’ 형식을 차용했다. 평범한 안내문처럼 시작하지만 읽을수록 기묘해지는 서술 방식이다. 고객들은 예상하지 못한 문구가 담긴 영수증을 촬영해 SNS에 공유했고, 별도의 설명 없이도 자연스러운 확산이 이어졌다. 화제에 힘입어 ‘K-납량특집’을 주제로 한 여름 신메뉴는 출시 2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넘어섰다.

메가MGC커피는 그동안 손흥민과 인기 아이돌 등 대형 모델을 앞세운 마케팅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키워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비자가 주문하고 결제하는 가장 일상적인 순간을 활용했다. 유명인의 영향력 대신 매장을 직접 찾은 고객만이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재미를 선택한 것이다.

비슷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키오스크에서 ‘오늘의 행운냥’을 선택해 주문하면 컵홀더나 음료 컵에 고양이 그림을 그려주는 이벤트다. 이 역시 고객들이 저마다 다른 그림을 촬영해 공유하면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음료의 맛이나 가격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매장을 방문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냈다.

저가 커피 시장은 가격과 메뉴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렵다. 메가MGC커피는 새로운 접점을 만들기보다 이미 고객과 만나고 있던 키오스크와 컵, 영수증을 다시 들여다봤다. 사소한 접점에 한 끗 다른 재미를 얹고 이를 고객 스스로 퍼뜨리도록 만든 것이다.

머물고 : 멈출 줄 알았기에 10년을 이어온 ‘누누’

‘머물고’ 부문에 선정된 누누는 빠른 성장보다 자신만의 속도를 선택해 10년 동안 사랑받아온 브랜드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장 줄리앙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허재영이 함께 만든 누누는 일상의 소소한 장면을 위트 있는 그림과 캐릭터로 풀어낸다.

브랜드의 시작은 2016년 열린 장 줄리앙의 국내 첫 개인전이었다. 전시에 맞춰 장 줄리앙의 그림과 허재영이 운영하던 의류 브랜드를 결합한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고, 이것이 이듬해 정식 브랜드 누누로 이어졌다. 장 줄리앙과 허재영을 각각 모티프로 한 두 캐릭터는 의류와 컵, 가구, 생활 소품 등을 넘나들며 누누를 상징하는 얼굴이 됐다.

누누는 올해 브랜드 10주년을 맞았다.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지난 10년간 쌓인 작품과 제품, 기록을 돌아보는 전시 ‘메종 누누’를 열었고, 7월에는 ‘발명과 상상’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도라에몽과 협업한 컬렉션을 공개했다. 10년 동안 쌓은 고유한 캐릭터와 감성이 있었기에 다른 유명 IP와 만나도 누누다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누누의 10년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브랜드가 한창 주목받던 2018년, 누누는 오히려 2년 동안 활동을 멈추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제품과 협업을 계속 확대하면 아티스트의 창작 활동이 소진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장기에 스스로 멈추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누누는 그 시간을 통해 ‘정말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든다’는 원칙을 세웠다. 모든 기회를 붙잡기보다 브랜드가 지켜야 할 핵심 자산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그 결과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캐릭터 브랜드가 아니라, 10년 동안 자신의 속도로 확장하는 브랜드가 됐다.

쓰고 : 설명하는 대신 보여주기를 택한 ‘현대자동차그룹’

‘쓰고’ 부문에 선정된 현대자동차그룹은 브랜드가 가진 기술과 헤리티지를 광고 문구로 설명하는 대신, 사람들이 즐기는 콘텐츠 안에서 직접 보여주는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영화와 스포츠, 애니메이션, 게임 등 서로 다른 무대에 자동차와 로봇을 자연스럽게 등장시키며 브랜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최근 화제작 영화 〈호프〉에는 현대차의 헤리티지 모델 ‘스텔라’가 경찰차로 등장했다. 1980년대라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는 동시에 액션 장면의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맡았다. 단순한 차량 협찬에 그치지 않고, 현대차가 쌓아온 역사를 영화의 일부로 활용한 셈이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미래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16강전 하프타임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등장해 유명 축구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재현하고 심판에게 경기구를 전달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7년간 FIFA 자동차 부문 후원사로 활동해 왔지만, 최근에는 로고와 차량을 노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기술을 하나의 볼거리로 만드는 방식으로 후원 전략을 넓히고 있다.

콘텐츠를 활용한 실험은 이전부터 이어졌다. 2024년에는 CGV와 함께 단편영화 〈밤낚시〉를 제작했다. 10분 남짓한 러닝타임과 1000원의 관람료, 아이오닉에 장착된 카메라만으로 촬영했다는 점이 화제를 모았다. 자동차의 기능을 나열하는 대신 영화 제작 방식 자체로 기술력을 보여준 사례다.

어린 소비자와 가상공간을 향한 접점도 넓혔다. 인기 캐릭터 ‘캐치! 티니핑’과 협업한 스핀오프 애니메이션을 선보였고, 로블록스와 제페토에서는 현대차의 자동차와 로봇을 직접 경험하도록 했다. 세대와 플랫폼에 따라 전달 방식은 달라졌지만, 소비자가 콘텐츠를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만나게 한다는 원칙은 일관됐다.

즐기고 : 우연한 화제를 실력으로 이어간 ‘리센느’

‘즐기고’ 부문에 선정된 리센느는 한 편의 유튜브 영상에서 시작된 관심을 음악과 팬덤, 광고 시장의 반응으로 이어가며 역주행 신드롬을 만들었다. 2024년 데뷔한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으로,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꾸준히 쌓아온 실력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빠르게 넓혔다.

역주행의 출발점은 지난 3월 멤버 원이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거제 여행 영상이었다. 원이가 멤버 미나미와 함께 고향 거제를 찾는 과정에서 외친 ‘거제 야호’가 유행어로 번졌고, 멤버들의 사투리와 자연스러운 대화, 꾸밈없는 관계성이 주목받았다. 이후 공개된 콘텐츠에서도 이들의 친근한 캐릭터와 멤버 간 호흡이 이어지며 팬층이 빠르게 확대됐다.

대중적 관심은 광고와 지역 홍보로 연결됐다. 리센느는 CU와 나랑드사이다, 티오더, 도미노피자 등 여러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됐고, 방송과 행사 출연 요청도 잇따랐다. 거제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와 멤버들의 지역색이 화제가 되면서 거제뿐 아니라 경주와 수원, 고양 등 멤버들의 고향을 중심으로 지역 홍보대사 활동도 이어졌다.

콘텐츠로 이름을 알렸지만 인기를 지탱한 것은 음악이었다. 발매된 지 2년이 지난 ‘러브 어택(LOVE ATTACK)’이 뒤늦게 역주행하며 멜론 톱100 1위에 올랐다. 리메이크 앨범 ‘프리티 걸(Pretty Girl)’도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고, 리센느는 이 곡으로 데뷔 후 첫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다. 재미있는 영상으로 시작된 관심이 노래를 다시 발견하게 만들고, 음악성이 새로운 팬을 붙잡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리센느의 역주행이 반짝 화제로 끝나지 않은 데에는 무명 시절부터 쌓아온 기록이 있었다. 과거 앨범은 이미 K팝 팬들 사이에서 숨은 명반으로 평가받았고, 7시간 동안 진행한 라이브 방송을 비롯해 팬들과 꾸준히 소통해 온 콘텐츠도 남아 있었다. 갑자기 관심이 몰렸을 때 팬들이 더 알아볼 만한 이야기와 음악이 충분히 준비돼 있었던 셈이다.

7월의 브랜드 ‘리센느’

리센느를 7월의 브랜드로 선정한 이유는 단순히 유튜브 영상 하나가 화제가 됐거나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연한 관심이 찾아왔을 때 이를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실력과 이야기, 팬들과의 관계가 이미 충분히 쌓여 있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거제 야호’로 멤버들의 친근한 매력이 알려졌지만, 과거 앨범의 음악성과 무명 시절부터 이어온 소통의 기록이 있었기에 대중의 호기심은 팬심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리센느는 성공한 모습을 완성해 보여주기보다 고향과 사투리, 솔직한 성격과 성장 과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사람들이 함께 응원할 이유를 만들었다. 화제성을 억지로 만드는 것보다 자신이 가진 강점을 꾸준히 쌓고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일이 브랜드를 팬덤으로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리센느는 2026년 7월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선정되기에 충분했다.

이달의 브랜드
봉성창 기자

기업이 말하는 성장의 언어와 그 뒤에 놓인 현실의 간극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날카롭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산업의 현재와 다음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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