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정훈 빗썸에셋 대표가 ‘빗썸 코인(BXA 토큰)’ 상장 무산을 둘러싼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과의 민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이 최근 김 회장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이 대표가 승소한 1·2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 대표는 앞서 형사 사건에서도 무죄가 확정된 데 이어 민사 책임까지 피하면서, 6년 넘게 이어진 코인 상장 사기 관련 법적 리스크를 사실상 벗게 됐다.

8월 12일 대법원 민사 2부는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이 이정훈 빗썸에셋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12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대법원이 상고 이유를 다시 심리하지 않고 종결하는 것으로 2심 재판 결과를 확정한다. 김 회장은 2024년 1심, 2026년 4월 2심에서도 패소해 6년에 걸친 민사 소송은 이 대표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김병건 회장과 빗썸 창업주 이정훈 대표 간의 법정 공방은 빗썸 인수와 BXA 토큰 상장 무산에서 비롯됐다. 2018년 10월 김 회장은 이 대표 측과 빗썸 공동 경영을 목표로 3억 4754만 달러에 빗썸홀딩스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 회장은 양측이 각각 2500만 달러씩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BXA 토큰을 판매한 자금으로 조달하거나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는 내용의 주식 매매 계약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이 무상으로 BXA 토큰을 받고, 코인을 매각할 수 있도록 빗썸에 BXA 토큰을 상장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9년 9월 김 회장은 인수 대금의 잔금을 치르지 못했다. BXA 토큰의 빗썸 상장 역시 무산됐다. 빗썸은 2019년 1월 BXA 토큰 상장을 예고하고 이용자에게 무상 지급(에어드롭)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으나, 당시 금융당국이 해외 법인을 통한 우회적인 가상 통화 공개(ICO)를 제재하면서 실제 상장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1억 달러가량의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 김 회장은 이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계약금 일부를 반환하라는 취지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김 회장은 재판에서 인수 계약 자체가 불공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정훈 대표의 언동으로 인해 BXA 코인이 빗썸에 상장할 것이라고 믿었고, 이에 따라 BXA 코인 상장을 전제로 한 계약을 맺었으므로 기망·착오로 체결한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 측이 상장 중단을 내부적으로 결정하고도 알리지 않거나 외부 투자까지 방해해 인수 대금을 조달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민사 법원은 김 회장이 주장한 계약상의 인수 자금 조달 방법, BXA 코인의 무상 배정, BXA 코인의 빗썸 상장 확약, BXA 코인 판매 대금을 이용한 인수 자금 지급 등에 관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기망·착오로 계약하기엔 김 회장이 가상자산 투자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상당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지난 5월 20일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대부분 인용했고, 2심에서 김 회장 측이 추가로 제출한 증거를 검토한 후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특히 BXA 코인 상장 무산의 책임이 김 회장에게도 있다고 봤다. 김 회장이 이정훈 대표 측에 알리지 않고 2018년 10월부터 국내 투자자에게 BXA 코인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그해 12월 “인수 대금을 100% 확보했다”라며 “BXA 토큰은 해외에서만 판매하며, 매각 자금을 인수 대금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2019년 4월에야 이 대표 측은 BXA 토큰을 선판매한 사실을 인지했고, 법원은 논란으로 인한 부담에 상장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김병건 회장 측은 2심에서 이정훈 대표가 투자자를 위협하거나 자신을 공동 경영에서 배제하기 위해 방해 활동을 하는 등 불법 행위를 통해 자금조달을 방해했다는 주장을 추가로 제시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주장을 사실로 인정할 증거가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김 회장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2020년부터 이어진 빗썸 인수 및 BXA 토큰 상장 관련 민·형사상 소송전은 이정훈 대표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 대표는 1100억 원대 코인 상장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고, 지난 2025년 3월 대법원에서도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사 책임을 피한 상태였다.
이번 판결로 이정훈 대표는 코인 상장 사기 혐의를 사실상 벗었지만 당시 BXA 토큰을 구매했던 투자자의 손해는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 2019년 말 투자자 일부는 이 대표와 김 회장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법원으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손해배상 소송 결과에 관해 빗썸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