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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성공하면 주가 폭등? 이젠 기대감보다 수익성 따진다

지엘팜텍·비보존제약·큐로셀·퓨쳐켐 신약 허가에도 주가 약세…실제 매출·급여·자금조달 능력까지 냉정 평가

[비즈한국] 신약 개발에 성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까지 받으면 제약·바이오기업 주가도 뛰어오를 것이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길게는 10년 이상 연구개발과 임상시험을 거쳐 신약 허가라는 결실을 맺었지만 주가는 기대만큼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허가 이후 크게 하락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일 지엘팜텍과 아주약품이 공동 개발한 안구건조증 치료제 ‘라티카점안액5%(레코플라본수화물)’를 국내 개발 44호 신약으로 허가했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첫 안구건조증 신약이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사인 지엘팜텍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허가 발표 직전인 지난 8일 신약 허가 기대감에 종가는 5780원까지 올랐지만 품목허가 이후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지엘팜텍 주가는 9일부터 14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해 8일 종가 대비 21% 이상 빠졌고 15일부터는 소폭 등락을 보이고 있다.

허가 이후 거래일이 많지 않은 만큼 라티카 허가 이후 주가 향방을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허가 기대감이 이미 일정 부분 주가에 반영된 만큼 향후 시장의 관심은 실제 출시 이후 기존 안구건조증 치료제와의 경쟁에서 얼마나 시장을 확보하고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지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지엘팜텍과 아주약품은 내년 3분기 라티카 초도 생산을 거쳐 4분기 약가 등재와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엘팜텍, 비보존제약(사진), 큐로셀, 퓨쳐켐 등은 국산 신약을 개발했음에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 사진=최영찬 기자

어나프라주 팔기 시작했지만…325억 유증 이후에도 남은 재무 부담

비보존제약은 신약 허가 이후 시장이 무엇을 보는지를 보다 선명하게 보여준다.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는 2024년 12월 국산 38호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이후 주가는 최고 1만 2924원까지 올랐지만 지난 16일 종가는 2910원까지 내려왔다. 신약 허가라는 성과보다 허가 이후 신약이 실제로 매출과 현금흐름을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가 시장의 새로운 평가 대상이 된 것이다.

어나프라주는 올해 1분기 6억 원, 2분기 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으로는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약 두 달 만에 28억 7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실적만으로 뚜렷한 성장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출시 초기 병원과 유통망에 공급된 물량이 매출에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어 실제 처방 확대가 지속되는지는 추가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어나프라주가 회사 전체 실적을 개선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단일 품목 기준 고혈압 치료제 제이비카정에 이어 2위 매출 품목에 이름을 올렸지만 비보존제약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2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364억 원보다 24.7% 감소했다.

운영자금과 채무상환 등을 위해 유상증자도 단행했지만 채무 상환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비보존제약은 지난해 10월 13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당시 약 500억 원의 자금 조달을 계획했지만 이후 주가 하락과 발행가 조정으로 최종 모집액은 약 325억 원으로 줄었고, 올해 3월 납입이 완료됐다.

비보존제약은 당초 유상증자 자금 중 131억원을 2020년 1월 발행한 권면총액 200억 원 규모의 제15회 사모전환사채 원리금 일부 상환에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이후 유상증자 일정이 지연되면서 채권자인 관계회사 비보존과 협의해 만기를 2028년 1월까지 연장했고, 올해 1분기부터 매 분기 25억원씩 분할 상환하기로 했다.

여기에 오는 12월 만기를 맞는 우리은행 운전자금 대출도 남아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비보존제약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87억원, 단기금융상품은 20억원이다.

큐로셀, 국내 첫 CAR-T 허가 성과에도 급여가 관건

큐로셀도 지난 4월 29일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제 ‘림카토주’를 국산 42호 신약으로 허가받는 데 성공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CAR-T 치료제를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는 크다.

하지만 주가는 오히려 허가 확정 직후 급락했다. 허가 기대감으로 6만 원대까지 상승했던 주가는 허가 사실이 시장에 본격 반영된 다음 거래일 10% 넘게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6일 종가는 2만 1450원까지 내려앉았다. 허가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상황에서 실제 허가 이후에는 새로운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큐로셀의 경우 단순한 허가 기대감 소멸만으로 주가 흐름을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CAR-T 치료제는 1회 투여에 수억 원이 드는 고가 치료제인 만큼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와 약가가 실제 환자 접근성과 시장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그러나 림카토주는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림카토주는 허가 이후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기준 설정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았고 이달 3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도 심평원이 제시한 평가금액 이하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큐로셀은 연내 급여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림카토주’ 허가 기념 간담회에서 김건수 큐로셀 대표이사가 향후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퓨쳐켐, 프로스타뷰 허가 한 달 뒤 유증 결정이 주주 외면으로

퓨쳐켐도 비슷하다. 회사가 개발한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프로스타뷰’는 지난 4월 30일 국산 43호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하지만 프로스타뷰 또한 품목허가가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프로스타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시와 의료기관 코드 등록 등의 과정을 거쳐 지난달 20일에야 처음 판매됐다. 신약 허가 후 실제 판매까지 약 4개월이 걸린 셈이다.

자금조달 과정도 시장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퓨쳐켐은 프로스타뷰 허가 한 달 뒤인 5월 말 당초 약 400억 원을 조달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후 주가 하락으로 최종 발행가가 5910원으로 낮아지면서 실제 모집액은 약 200억 원으로 줄었다. 신약 허가 이후의 주가 흐름이 회사의 자금조달 규모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퓨쳐켐은 조달 자금을 전립선암 치료제 FC705의 글로벌 임상과 후속 방사성의약품 연구개발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성장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라는 점에서 비보존제약과 성격은 다르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비보존제약과 큐로셀, 퓨쳐켐은 개발한 신약도, 사업구조도 다르다. 지엘팜텍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큰 안구건조증 치료제라는 점에서 앞선 기업들과 조건은 다르다. 하지만 신약 허가 이후 주가 흐름을 보면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식약처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품질을 토대로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지를 봤다면 투자자는 신약이 만들어낼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셈이다.

신약 개발기업에겐 품목허가가 오랜 연구개발의 결실이지만 자본시장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검증의 출발점이다. 이제 바이오 투자자들은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회사인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 신약으로 실제 돈을 벌 수 있는 회사인가’를 묻고 있다.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전무이사는 “신약 허가라는 성과가 나오면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돼 투자자들이 이익 실현에 나설 수 있지만, 이를 기업의 가치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신약 개발을 한 번 완주한 기업은 핵심 기술과 개발 역량, 규제 대응 경험을 축적하기 때문에 후속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허가받은 신약 역시 추가 적응증을 개발하는 ‘넥스트 밸류’가 존재하는 만큼 시장도 이런 가능성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찬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출입하고 있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공부해 정확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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