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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의 차세대 원전 ‘나트륨’…
SK·HD현대·두산·현대건설 올라탔다

AI 시대 ‘전력 확보’가 핵심 경쟁력…테라파워 SMR 사업에 커지는 한국 기업 역할

[비즈한국]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차세대 원전이 글로벌 빅테크와 에너지 업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설수록 전력망을 새로 확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24시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이 AI 인프라의 전력 수요에 대응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이자 차세대 원전 기업 테라파워 창업자인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 14일 조정식 국회의장과 한성숙 국무총리,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잇달아 만난 데 이어 정기선 HD현대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회동했다. 테라파워의 차세대 원자로 사업을 중심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지난 13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AI가 키운 전력 수요…SMR로 눈 돌리는 빅테크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를 가동할 막대한 전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발전소만 늘린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곳에 원하는 시점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송전망과 변전설비 확충까지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빅테크들은 전력망에만 의존하지 않고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거나 발전사업자와 직접 손잡는 방식으로 전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가 몰리는 지역에서는 전력망 접속과 인프라 확충에 시간이 걸리면서 원하는 시점에 전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전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전, 특히 SMR도 빅테크의 새로운 전력 확보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형 원전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설계하고 주요 설비를 모듈화해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지역에 보다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2024년 차세대 원전 기업 카이로스파워와 최대 500MW 규모의 SMR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2030년 첫 원자로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존도 엑스에너지(X-energy)와 손잡고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차세대 원전 확보에 나섰다. 아마존은 엑스에너지의 SMR 사업에 5억 달러를 투자하는 동시에 미국 내 최대 5GW 규모의 신규 원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한발 더 나아가 메타와 실제 나트륨 원자로 공급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최대 8기의 나트륨 원자로와 에너지저장시스템 플랜트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초기 2기의 개발을 추진하고 이후 최대 6기의 추가 원자로에 대해서도 메타가 생산 전력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는 내용이다. 전체 계약 규모는 최대 2.8GW에 이르며 에너지저장시스템을 활용하면 출력은 최대 4GW까지 확대할 수 있다. 초기 원자로 공급은 2031~2032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라파워 ‘나트륨’ 상용화…한국 기업 역할도 구체화

테라파워는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의 4세대 원자로 ‘나트륨’을 개발 중이다.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액체 소듐으로 전달하고, 여기에 에너지저장시스템을 결합해 전력 수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테라파워는 현재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345MW 규모의 첫 나트륨 발전소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을 시작으로 여러 지역에 동일한 원자로를 공급하는 상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사업개발과 설계·제작 등 밸류체인 곳곳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의 투자 유치에 공동 선도 투자자로 참여해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테라파워의 원자로 개발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관계를 이어왔다.

테라파워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4일 미국과 해외에서 추진하는 SMR 사업에 협력하기 위한 주요 조건을 합의했다. 기존 투자 관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향후 사업개발과 프로젝트 참여를 모색할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제조 분야에서는 HD현대와 두산에너빌리티가 테라파워의 나트륨 프로젝트에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공급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원자로격납시스템(RES) 핵심 설비의 우선 제조사로 선정됐다. 초도호기 제작을 넘어 향후 여러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제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테라파워는 2024년 첫 나트륨 원자로의 RES 주요 기자재 공급사를 발표하면서 HD현대가 원자로 용기를,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 보호용기와 내부 지지구조물, 노심동체구조물 등을 맡는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같은 해 테라파워와 해당 3개 주기기의 제작성 검토 및 설계지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실제 기자재 제작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도 테라파워 및 HD현대와 나트륨의 글로벌 사업화를 위한 협력에 참여하고 있다. 세 회사는 설계와 제작, 공급망, 시공, 사업구조, 복수 호기 공급 등을 아우르는 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은 각자의 강점을 앞세워 테라파워의 나트륨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SK는 자본과 사업개발, HD현대와 두산에너빌리티는 핵심 기자재 제작, 현대건설은 설계·시공 역량을 맡는 구조다.

SMR이 실제 전력원으로 자리 잡을 경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할 역할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SMR은 연료전지 대비 발전용량 확장과 연료비, 전압 및 주파수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면서 “현재 타임라인으로는 테라파워가 미국에서 가장 먼저 SMR 상업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영찬 기자

제약바이오 분야 출입하고 있습니다. 많이 듣고 많이 공부해 정확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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