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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국감장 선 5대 은행장, 쏟아진 질타에 ‘진땀’

경영진 배상·연임·내부통제 문제 부각…늑장 대응·사고 은폐 의혹까지

[비즈한국]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장이 4년 만에 국회 국정감사에 나란히 출석했다.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행장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부터 사후 대응 부실, 피해 보상까지 거센 추궁을 받았다. 이날 재발 방지 약속을 넘어 경영진의 실질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 가운데, 은행장들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10월 19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5대 시중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맨 앞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사진=박은숙 기자

10월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5대 시중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이 모두 국감장에 나온 것은 4년 만이다. 행장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 거센 질타를 받으며 곤욕을 치렀다. 오후 3시 30분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의 증인 선서로 시작한 국정 질의는 3시간가량 이어졌다.

이날 국감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대응 △정보 유출 피해 보상 △점포 축소로 인한 금융 취약계층 피해 △가산·우대금리 조정 통한 금리 인상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 △금융사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등의 사안이 도마에 올랐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선 유출 규모가 가장 컸던 신한은행에 질의가 집중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상혁 신한은행장에게 “피해 보상을 은행 고객 돈으로 하는 구조인데 잘못됐다”라며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따라 이사회에 경영진 배상 안건을 올려 검토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정 행장은 “검사 결과에 따라 이사회에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 법인이 정보보호 문제로 제재받는 등 사전 경고가 있었는데 대응하지 않은 것은 관리 감독 소홀”이라며 “연임을 논할 자격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 행장은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라며 “당장은 연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급한 것은 피해자 구제와 재발 방지 대책으로 여기에 전념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국민은행에는 해킹 사건과 관련해 조치 지연과 사고 기록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은행이 9월 27일 밤 최초 침해를 인지하고서도 단순한 조치만 해, 2차 공격에서 개인 정보가 추가로 빠져나갔다고 지적했다. 첫 침입 후 80시간 이후에야 금융당국에 사고를 보고했다는 점도 문제로 삼았다.

김 의원은 이어 “로그 삭제 관련 사고 은폐 지시가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라며 “유관 부서 세 곳이 회의하고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정보보호 담당 임원이 로그 삭제를 이야기했다는데, 그런 일이 없었나”라고 질의했다.

그러나 이환주 행장은 김 의원의 연이은 압박에도 “(사고 은폐 시도는) 없었다. 보고받지 못했다”라며 “은폐 지시를 한 적은 없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보상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피해 발생을 전제로 보상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 아닌가”라며 “하나은행은 구체적인 보상 방침도 없었다. 책임을 느끼는 태도로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당연히 2차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하는 것이 정상이다. 보상 문구가 없었던 건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1차 조치로 수수료 등을 면제했고 2차적으로 고객을 상대로 금융안심보험 가입을 위한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 완료하면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현재 2차 피해는 없으나 발생 시 반드시 전액 보상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을 위해 심사 기간을 당겼다는 점을 인정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박은숙 기자 

하나은행에는 코인 다단계 사기 업체와의 유착 의혹도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하나은행은 올 초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원화 스테이블 코인 컨소시엄을 꾸렸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이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밝힌 측에 특정 로펌 전문위원과의 만남을 주선했는데, 이 전문위원이 블록체인 업체 ‘비토즈’와 업무협약(MOU)을 맺도록 유도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비토즈는 피해자 약 57만 명에 모집 금액은 2조 원이 넘는 ‘KOK(콕) 코인’ 다단계 사기 연루 의혹을 받는 곳이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호성 행장에게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하나은행의 스테이블 코인 컨소시엄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이 행장이 특정 로펌의 전문위원을 만나게 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그런데 그 전문위원을 찾아가면 비토즈와 MOU를 맺게 했다고 한다. 그 위원이 금감원 출신에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그러나 이 행장은 “기억이 정확하게 나지 않는다”라며 “비토즈는 제가 모르는 업체”라며 유착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어 이 의원이 이찬진 금감원장에게 “금감원 출신 전관이 금융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라며 “하나은행장에게 말한 내용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하자 이 원장은 “사안을 보고받은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금융사가 과도하게 개인정보 수집하면서 정보 유출의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신한카드 필수 정보를 보면 자녀 유치원명, 가족 카드 정보, 연계정보(CI)가 포함됐다. CI는 중요한 정보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는 개념 아닌가. 은행이 선택 정보 관리를 무책임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모바일 뱅킹에서 마케팅 팝업을 띄울 때 동의를 유도하는 등 은행의 다크패턴 문제에 관해 “다른 은행은 2027년 1분기까지 시정한다고 했으나 우리은행은 5대 은행 중 가장 늦은 2028년 1월까지 하겠다고 보고했다”라며 “너무 늦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즉각 “내부 보고를 받고 다시 알아보라고 했다”라며 “빨리 고칠 수 있는 건 고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주요 논쟁 대상이 됐다. 특히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빨리 상장하기 위해 심사 기간을 당겼다는 점을 인정해 논란이 일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일반 ETF의 평균 상장일이 62일, 대표 지수형도 평균 43일인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29일 만에 상장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방선거에 맞춘 ‘졸속 상장’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더 위험한 상품을 더 짧은 기간에 상장했다”라며 “통상 거래소 예비 심사 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심사하지 않나. 예비심사가 끝나기 전에 금감원이 심사한 것이 이번 사례가 처음이 맞나”라고 묻자 이 원장은 “그런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 원장은 이어 “지난 4월 금융위에서 상장 일정을 정책적으로 발표했다. 이 일정에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한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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