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발란이 본격적인 자산 매각에 나섰다. 창고에 보관 중이던 버버리·프라다·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제품을 포함해 의류와 잡화 1000여 점이 한꺼번에 매물로 나왔다. 눈길을 끄는 건 가격이다. 명품 제품이 대거 포함된 물량이지만 전체 최저입찰가는 2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수량·상태 등 확인 못 해…14일 입찰 마감
지난 2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발란이 본격적인 자산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발란 파산관재인은 최근 여주와 포천 창고에 보관 중인 재고자산을 공개매각에 부쳤다. 매각 대상은 의류와 신발, 모자 등 총 1044점이다.
발란이 온라인 명품 플랫폼을 운영했던 만큼 매각 대상 재고에서도 명품 브랜드 제품이 상당수 확인된다. 재고 목록에는 버버리, 몽클레르, 프라다, 보테가베네타, 발렌티노, 루이비통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이 다수 올라 있다. 나이키, 뉴발란스 등 스포츠 브랜드 제품도 매각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부분은 재고의 매각 가격이다. 1000여 점에 달하는 재고자산 전체의 최저입찰가는 2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단순 환산하면 개당 약 1만 9000원꼴이다. 명품 브랜드 제품이 상당수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보이는데, 여기에는 일괄매각 방식과 까다로운 인수 조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매각은 1044점 전체를 한꺼번에 인수해야 하는 일괄매각이다. 여기에 파산관재인은 ‘실제 자산의 상태나 수량, 품목 등이 재고 목록과 다를 수 있다’고 공고에 명시했다. 낙찰자는 재고의 상태와 실제 수량 등에 대한 위험을 일정 부분 감수하고 1000여 점을 통째로 인수해야 한다. 또한 여주와 포천 두 곳의 창고에 나뉘어 보관된 물품을 오는 9월 30일까지 모두 반출해야 한다. 낙찰 이후 불과 2주 안팎에 대량의 재고를 인수·반출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 같은 조건으로 진행된 입찰은 지난 14일 마감됐으며 개찰은 16일 이뤄졌다. 파산관재인 측은 구체적인 낙찰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185억 미정산 남았는데…파산 7개월째 셀러 변제는 아직
발란의 이번 재고 매각은 파산 절차에 따른 자산 처분 과정의 일환이다. 발란은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되면서 회생절차가 폐지됐고, 서울회생법원은 올해 2월 24일 발란에 파산을 선고했다.
2015년 설립된 발란은 머스트잇, 트렌비와 함께 ‘1세대 온라인 명품 플랫폼’으로 꼽혔다.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명품 수요 증가를 타고 빠르게 성장했고, 2022년에는 기업가치를 3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소비 둔화와 업계 경쟁 심화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경영난이 깊어졌다.
발란이 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정산금을 돌려받지 못한 입점업체들이 향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발란의 채권자는 1198명으로, 이 가운데 입점 판매자 등 상거래채권자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1100여 개 입점업체가 발란으로부터 정산받지 못한 판매대금은 185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다만 채권 규모에 비해 실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발란은 장부상 총자산을 약 17억 원 수준으로 제시했지만, 파산 절차에서 실제 현금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은 약 2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향후 자산 매각과 소송 등을 통해 추가 재원을 확보하더라도 입점업체가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별개로 약 35억 원을 둘러싼 반환 문제도 남아 있다. 발란은 회생절차 신청 직전인 지난해 4월 일부 대부업체에 약 35억 원의 채무를 먼저 갚았다. 다른 채권자들은 특정 채권자에게만 거액을 우선 변제해 자신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발란 측은 해당 변제를 되돌리기 위해 부인권을 행사했다. 부인권은 회생·파산을 앞둔 기업이 특정 채권자에게만 유리하게 재산을 처분하거나 채무를 갚은 경우 이를 취소하고 다시 회사 재산으로 환원하는 제도다. 발란은 회생절차 당시 이 금액을 회수해 입점업체 등 채권자 변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대부업체에 약 35억 원을 발란에 반환하라는 취지의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으나 대부업체가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서울회생법원은 올해 1월 발란이 제기한 부인의 청구를 전부 인용해 35억 원을 발란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아직 반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점 셀러들은 현재까지 미정산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한 셀러는 “정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회생절차가 이어졌다면 일부라도 변제받을 수 있었겠지만, 파산 이후에는 전혀 받지 못했다”며 “일부 셀러들이 형사 고소에 나섰지만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는 미정산금 반환을 사실상 포기한 셀러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발란 사태 이후 명품 플랫폼 전반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며 “다른 명품 플랫폼도 입점했던 셀러들이 잇따라 이탈하면서 입점업체 수가 줄고, 업계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