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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보다 트럭이 빠르다”
텍사스 고속도로는 이미 ‘자율주행’이 대세

볼보·오로라·코디악 등 대형화물 수송 상용화…운전기사 고령화 및 운송비 절감 방안으로 급부상

[비즈한국] 도심 승객을 운송하는 로보택시가 복잡한 규제와 안전성 논란으로 도입 속도를 조절하는 사이, 자율주행 기술의 실질적인 상업화 무대는 고속도로 대형 화물 수송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 중남부의 핵심 물류 축인 텍사스주 주간고속도로 제45호선에서는 이미 대형 트럭들이 운전석을 비우거나 안전 관리자만 동승한 채 화주들의 실제 화물을 정기적으로 운송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단순한 기술 실증을 지나 유상 운송 계약에 기반한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된 신호로 해석된다.

볼보는 10월 5일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업 와비, 개방형 물류 네트워크 기업인 워프와 손잡고 댈러스-휴스턴 구간에서 실제 고객사 화물 운송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볼보 뉴스룸

실전 화물 수송 나선 테크 기업들…완전 무인까지

최근 완성차 제조사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의 협력이 구체화되면서 텍사스 물류 회랑의 무인화 흐름은 한층 빨라지고 있다. 10월 5일 볼보 자율주행 솔루션과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업 와비는 개방형 물류 네트워크 기업인 워프와 손잡고 댈러스-휴스턴 구간에서 실제 고객사 화물 운송을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동과 조향 등 안전 핵심 장치에 다중 안전 설계를 적용한 볼보의 대형 자율주행 트럭에 와비의 시스템을 탑재해 외부 물류 시설로 화물을 직배송하는 방식이다.

이번 운송은 경로가 고정된 대형 화물에 그치지 않고, 여러 화주의 물량을 묶어 나르는 소화물 혼적 네트워크까지 포함해 까다로운 실제 물류 현장에 기술을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안전 관찰자가 운전석에 탑승하고 있으나, 양 사는 단계적 시험을 거쳐 운전자를 완전히 배제하는 무인 운송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차내 안전 운전자마저 두지 않는 완전 무인 운송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4월 30일 자율주행 트럭 기반의 운송 서비스 스타트업인 봇오토는 휴스턴 북동부에서 댈러스 남부 허친스까지 이어지는 야간 230마일(370km) 구간에서 차내 안전요원은 물론 실시간 원격 개입도 없는 순수 무인 상용 화물 운송을 완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자율주행 기술 기업 오로라는 안전성 검증을 마치고 지난해 5월 1일 댈러스-휴스턴 노선에서 미국 최초로 정기 상용 무인 화물 운송을 개시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오로라는 우버 프레이트와 냉장 화물 운송사인 허쉬바크의 실제 물량을 전담하며 운전자 없이 누적 1200마일(1931km) 이상의 주행 실적을 기록했다.

코디악 로보틱스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코디악은 9월 25일 댈러스와 휴스턴을 잇는 219마일(352km) 구간에서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를 포함한 전 구간 무인 운송 전환을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10월 8일에는 운송사 차저 USA와 손잡고 미국과 멕시코 간 최대 육상 교역 관문인 텍사스 라레도까지 435마일(700km) 구간에 자율주행 트럭을 투입해 냉장 및 건화물 유상 배송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운행 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오로라의 자율주행 트럭들이 운전자 없이 텍사스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오로라 제공

고속도로와 규제 혁신…텍사스가 최적지인 배경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이 승객 수송보다 대형 화물트럭에서 먼저 수익화의 실마리를 찾은 데는 도로 환경과 산업적 구조가 맞물려 있다. 돌발 변수가 많은 도심과 달리, 고속도로는 진출입로가 제한되어 있고 주행 흐름이 일정해 인공지능이 안전성을 확보하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미국 물류 업계의 구조적 난제도 도입을 서두르게 만든 요인이다. 장거리 대형 트럭 운송은 운전기사의 고령화와 높은 이직률로 인해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어왔다. 과로를 막기 위해 법적으로 하루 운전시간을 11시간으로 제한하는 규제도 작동하고 있다. 반면 자율주행 트럭은 피로도가 없어 심야 시간대에도 정시 운행이 가능하며, 교대 없이 장시간 가동할 수 있어 거리당 운송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여기에 텍사스주의 지리적, 제도적 이점이 결합했다. 댈러스-포트워스와 휴스턴은 미국 중남부의 거대한 제조·소비 거점과 항만을 연결하는 화물 축이다. 연중 기후가 온화해 센서 오작동 위험이 낮고, 텍사스주 정부가 선제적으로 공공도로 내 무인 자율주행 트럭 운행을 전면 허용하며 제도적 불확실성을 걷어낸 점이 글로벌 기업들을 불러 모으는 배경이 됐다.

무인화가 던진 과제…사고 책임 기준과 노동 시장의 미래

차내 운전자가 없는 무인 운송이 본격화되면서 해결해야 할 제도적, 사회적 과제도 분명해졌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형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이다. 인간 운전자가 타지 않은 상황에서 충돌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완성차 제조사에 물을 것인지,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물을 것인지, 아니면 차량을 관리하는 운송업체에 지울 것인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장거리 화물 운송 인력의 고용 변화도 주요 쟁점이다. 무인 트럭 도입이 기사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업계에서는 장거리 단순 고속도로 주행은 자율주행 차량이 맡고, 도심 내 복잡한 최종 배송과 화물 검수, 상하차 작업은 인간 기사가 전담하는 분업 모델이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의 첫 상업적 지속가능성은 도심 속 승용차가 아닌 고속도로 화물 운송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텍사스 고속도로에서 시작된 무인 트럭의 도입은 물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법적, 사회적 합의라는 과제를 던졌다.

김민호 기자

중화학공업·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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