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8월 20일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로웰 천문대가 수상한 것을 포착했다. 밤하늘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작은 빛이었다. 이후 다른 천문대 두 곳에서 동일한 빛을 포착했다. 이 빛은 새로 발견된 소행성으로 보고되었다. 궤도를 분석한 결과, 이 천체는 지구와 달의 중력에 일시적으로 붙잡혀 지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듯 보였다. 잠시 지구의 작은 달처럼 머무는 미니문 후보로 알려졌다. Sar2901이라는 임시 일련번호가 달렸다.
그런데 최근 Sar2901이 자연 천체가 아닐지 모른다는 충격적인 분석이 나왔다. 평범한 소행성이 아니라 정말 ‘인공물체’일 수 있다는 것.
이 주장은 Sar2901의 궤도를 거꾸로 추적한 데서 나왔다. 역추적한 궤도를 쭉 따라가면, 1970년 4월 중순 지구에 매우 가까운 위치에 다다른다. 이 시기는 인류 역사상 우주에서 벌어진 가장 유명한 사고인 아폴로 13호 임무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

아폴로 13호는 1970년 4월 11일 발사되었다. 3일 뒤인 4월 14일 달로 향하던 아폴로 13호의 기계선 산소 탱크가 폭발했다. 그 순간 우주선의 외벽이 대거 뜯겨 날아갔다. 우주선의 산소는 빠르게 고갈되었고, 결국 우주인들은 착륙선 아쿠아리스로 몸을 피했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제임스 러벨을 비롯한 세 명의 우주인은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Sar2901의 정체가 당시 사고 순간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날아간 우주선의 알루미늄이나 단열재 패널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한동안 지구 중력을 벗어나 우주를 떠돌다 최근 지구 근처로 다시 돌아오면서 그 모습이 들켰을지 모른다. 한편에선 사고 때 튕겨 날아간 파편이 아니라, 아폴로 13호가 발사되는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분리된 우주선의 보호 패널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매우 흥미로운 가설이지만, 아직은 데이터가 많이 부족하다. Sar2901은 발견된 직후 다시 지구에서 멀어지면서 어두워졌고, 지금은 망원경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고작 여덟 번 관측했다. 그 정도 관측만으로 무려 56년 전 궤도를 오차 없이 완벽하게 계산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말 우주선 파편이라면, 지구와 달의 중력뿐 아니라 태양 빛에 의한 복사 압력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복사 압력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패널에 태양 빛이 비추는 방향과 거리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천문학자들이 Sar2901과 아폴로 13호 사고를 연결시키는 것에 아직은 조심스럽다. 11월 중순이 되면 Sar2901은 다시 지구에 다가올 예정이다. 그때 더 정밀하게 궤도를 분석한다면 정체를 조금 더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래전 날아간 우주선 파편을 소행성으로 착각하는 게 가능할까? 참 민망하게 느껴지지만, 놀랍게도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한때 지구 곁에 머무는 또 다른 미니문으로 의심받은 J002E3이 대표적이다. 2002년 처음 발견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약 1년 주기로 태양 주변을 맴돌다가 40년에 한 번씩 지구 주변에 몇 개월 동안 머물고 다시 떠나는 소행성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구에 가까이 다가왔을 때 관측한 스펙트럼이 이상했다. 일단 소행성 치고 너무 밝았다. 거뭇한 돌멩이라기보다는 매끈한 금속 조각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 스펙트럼에서 로켓에 바르는 하얀 페인트 성분이 검출되었다. J002E3의 정체는 오래전 발사된 아폴로 12호의 3단 로켓 동체였다.
1969년 11월 14일 달을 향해 발사된 아폴로 12호에는 작은 문제가 있었다. 원래 NASA는 우주인이 타고 있는 사령선까지 분리한 다음, 3단 로켓을 달에서 멀리 치워버릴 생각이었다. 이어질 달 탐사 미션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3단 로켓을 점화하던 당시, 엔진이 너무 오랫동안 연소하는 바람에 연료를 다 써도 지구의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게 할 수 없었다. 결국 로켓은 태양 주변을 크게 맴도는 궤도에 바로 진입하지 못했고, 달을 통과한 뒤 지구 주변을 아주 크게 도는 불안정한 궤도에 갇히고 말았다.
그러다가 발사 후 2년이 지난 1971년 지구와 달, 그리고 태양의 중력이 미묘하게 상쇄되는 지점을 지나게 되면서, 비로소 지구 궤도를 벗어나 태양을 크게 도는 궤도에 진입했다. 다만 지구에서 완전히 멀어지진 않았다. 지구의 공전 궤도와 거의 유사하지만 미세하게 더 안쪽으로 궤도를 돌면서 지구 주변을 어슬렁거리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인간에게 포착되어 소행성으로 오인, 일련번호까지 붙은 것이다.
2020년에는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소행성이 발견돼 2020 SO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소행성이라기에는 태양 빛의 압력에 힘없이 밀리면서 궤도가 틀어지는 모습이 관측됐다. 알고보니 1966년 미국 달 탐사선 서베이어 2호를 쏜 아틀라스 로켓의 상단부로 확인됐다. 2015년 10월에도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소행성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 밀도가 매우 낮고, 내부가 텅 빈 것처럼 보였다. 천문학자들은 아폴로 시대에 발사된 로켓에 쓰인 텅 빈 연료 탱크로 추정한다. 이것은 2015년 11월 13일 스리랑카 남쪽 인도양 상공에 진입해 불타 사라졌다. 인간이 오래전 날린 로켓의 잔해가 한참 우주를 떠돌다 인공 소행성이 되어 지구 대기권에 추락까지 한 사건이었다.
인간이 보낸 인공물체가 지구와 달 주변을 떠도는 일은 점점 더 흔해져간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5일에는 스페이스X의 팰턴 9 로켓 상단부가 달 표면에 충돌했다. 2025년 민간 달 착륙선을 싣고 지구를 떠났다가 이후 연료가 모두 떨어진 로켓 상단부가 우주 공간을 1년 가까이 표류하다 달에 떨어진 것이다. 약 4톤 규모의 로켓 잔해가 달 뒷면 아인슈타인 크레이터 인근에 시속 8000km로 추락했다. 달 표면에는 지름 18m에 이르는 인공 크레이터가 생성되었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원래 충돌 직후 지름 30m 수준의 크레이터가 남을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절반밖에 안 됐다는 점이다. 단단한 소행성과 달리 텅 빈 로켓 잔해는 부딪히는 순간 고철처럼 찌그러지면서 충격 에너지를 상당 부분 흡수하기 때문이다. 또 로켓 잔해가 달 표면에 수직으로 강하게 부딪히지 않고, 비스듬하게 충돌하면서 에너지가 더 줄어들었다.
미션이 끝난, 텅 빈 로켓이 달에 충돌하는 건 단순히 재밌는 몸통박치기가 아니다. 달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과학 탐사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아폴로 미션 당시에도, 나사는 13호 때부터 다 쓴 새턴 V 로켓의 3단 추진체를 의도적으로 달에 충돌시켰다. 13호부터 17호까지 총 다섯 차례나. 일부러 달에 추락시켜 달 표면에 지진을 일으켰다. 달에 설치한 지진계로 그 진동을 감지하고, 달 내부 핵과 맨틀의 크기 등을 탐사하는 데이터로 활용했다. 소행성이 우연히 떨어지면 언제 어디에 떨어질지 알 수 없지만, 인간이 의도적으로 로켓을 추락시키면서 일으킨 인공 지진은 정확히 그 위치와 시점, 규모를 알 수 있다. 달의 내부 구조를 더 정밀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폴로 12호 때도 일부러 달 착륙선의 상승부를 달에 충돌시켰다. 그때 달 표면에서는 수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울려퍼지는 진동이 감지됐다. 이 때문에 ‘달이 종처럼 울렸다’는 일화가 유명해졌는데, 이를 근거로 달 내부가 텅 비었다거나, 심지어 달이 데스스타와 같은 외계인의 인공물체라는 음모론까지 퍼졌다. 사실은 지구와 달리 달은 수분이 거의 없고 메마른 단단한 암석 구조여서 한 번 충격을 받으면 그 에너지가 감소되지 않고 오랫동안 울려 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공물체가 달을 들이받는 건 달 표면과 내부구조와 관련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실험 기회가 되지만, 너무 잦아지면 오히려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머지 않아 본격적으로 지어질 달 기지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은 지구와 달리, 추락하는 파편을 태워줄 대기권 보호막도 없다. 달에 가는 미션은 모두 다 쓴 텅 빈 로켓을 우주에 버리게 된다. 그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적당한 크레이터를 골라 우주 쓰레기 매립지로 지정하고, 모두 그 크레이터에 버릴 수도 있다.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연료를 분사하며 아예 지구와 달의 중력을 벗어나 멀리 날려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고작 쓰레기를 더 멀리 던지기 위해 더 많은 연료,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또는 그냥 무책임하게 지구와 달 주변 우주 공간에 버려두고 운에 맡길 수도 있다.
인간은 이제 지구를 넘어, 달에도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달 표면에는 인간이 남긴 인공 크레이터들이 기존에 있던 자연 크레이터를 하나둘 가려버릴지 모른다. 언젠가 인류가 모두 멸망하고 사라지게 되더라도, 누군가 다시 지구와 달에 찾아오게 된다면 이 주변 우주 공간을 떠도는 금속 조각을 통해 우리의 흔적을 추억해줄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오늘도 미래의 우주 고고학자들을 위한 주먹도끼를 우주 공간에 남기고 있다.
참고
https://www.minorplanetcenter.net/mpec/K26/K26R09.html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로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 등의 책을 썼으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퀀텀 라이프’, ‘UFO’ 등을 번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