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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영화 ‘암살자(들)’과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논란을 보며

미디어 영향 줄어든 시대에 국위선양용 군 면제, 관람제한이 의미 있을까

[비즈한국] 영화 ‘암살자(들)’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영화와 스포츠라는 점에서 전혀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 코드로 묶이는 공교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공통 코드는 바로 박정희 시대의 유산이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다루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로 규정한 예술·체육인 병역 특례가 논란이 됐다. 물론 쟁점과 양상은 다르다. 

영화 ‘암살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 및 형사 고발됐고 해외 영화제에 상영금지까지 요청하는 정당이 등장했다. 심지어 주연 배우 유해진 집 앞에서 시위하고 그의 광고에 악플과 불매 의사까지 표출되었다.

서울 시내 영화관에 영화 ‘암살자(들)’ 광고가 나오고 있다.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고 형사 고발까지 됐다. 사진=박정훈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우승한 축구 선수들의 발언이 문제가 되었다. 이기혁 선수(강원)는 우승 직후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한국에 돌아가 입대가 9일 남은 상황이었다. 선수들에게도 군 면제가 절실했다”며 “(이제) 군대 안 간다”라며 웃는 모습을 내보였다. 이는 병역 의무를 다하고 있는 많은 장병과 가족들에게 실망감을 주었다. 양민혁 선수(베스테를로)의 발언은 더 직접적이었다. 그는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라고 인터뷰했다.

4연패 우승을 해 병역이 면제됐지만, 이는 병역 특례의 애초 취지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병역 특례의 취지는 국위 선양에 있다. 이는 미디어의 강(强)효과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20세기 초반에 나온 강효과 이론은 탄환이론(Bullet Theory), 피하주사이론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매스미디어가 대중에게 직접적, 즉각적으로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총알처럼 강력하게 심장을 타격하는 듯한 영향을 미칠뿐더러 직접 약물을 주사한 것만큼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이론에는 문제가 있었다. 히틀러와 스탈린이 대규모 선전선동을 통해 독재 권력을 장악한 1930년대에 등장한 탄환이론은 인간을 선전 선동에 쉽게 휘둘리는 수동적이고 비이성적인 존재로 간주한다. 미디어에서 말한 내용을 사람들이 그대로 수용해서 변화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이런 한계 때문에 미디어가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미디어 약(弱)효과 이론이 나왔다.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자신의 의사와 욕구에 따라 미디어를 이용하거나 적극적으로 충족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영화 ‘암살자(들)’에서 보듯 독재 정권 시기에 검열이 등장한 것도 강효과 이론에 근거해 미디어의 효과를 제한하려는 조치였다. 당시 미디어가 제한적이어서 정보의 생산 유통 향유 채널이 많지 않았기에 미디어의 효과가 더 컸던 측면이 있다. 국제 스포츠 경기가 신문과 방송을 통해 강력한 미디어 효과를 얻어 국위 선양의 수단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전 국민, 전 세계인이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같이 시청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20세기 매스미디어 시대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21세기는 다매체 시대이고 퍼스널 미디어로 세분화되었다. 국제 경기도 국가 대항전으로 보지 않고 종목과 개인의 성장, 성취 스토리에 개별적으로 몰입하는 경향이 더욱 커졌다. 이제 국위 선양은 다른 문제다. 매스미디어 시대처럼 강력한 국가 부각 효과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1등조차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경기 모습. 우승 후 선수들의 병역 특례 관련 발언이 뭇매를 맞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종종 스포츠와 비교되는 K팝의 경우 빌보드 차트와 그래미의 줄 세우기도 신뢰성을 잃어간다. 방탄소년단과 스트레이키즈는 그래미가 신설한 아시안 팝 부문에 출품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음악을 생산 유통 향유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빌보드 순위와 그래미 수상이 확장의 전기가 됐지만 이제는 반영에 불과하다. 특히 젊은 세대는 디지털 콘텐츠를 넘어 SNS로 음악을 소비한다. 빌보드에서 1위를 안 해도 팬덤 덕분에 지속할 수 있고, 음원보다는 콘서트로 입지를 강화한다. 음악 산업 종사자들의 리그인 그래미도 이러한 팬덤 문화 앞에서 권위를 잃고 있다.

‘암살자(들)’ 앞에 장벽을 만들려는 시도도 미디어 강효과를 전제로 하는데, 21세기 다매체 시대에 맞는 일인지 의문이다. 헌법과 시대정신에 비추어도 부적절해 보인다. 자유로운 콘텐츠 소비를 제한하는 것은 시장질서 훼손이며 공정거래를 막는 것이다. 영화를 아예 못 보게 하려거나 평점을 왜곡하고 국제적으로도 공개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의 행동이다. 20세기 탄환효과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관객들이 영화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고 믿는다고 생각할 수 없는데 말이다. 청소년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청소년은 각종 자료를 찾아 비교 검토하는 데 익숙하다. 실용주의자인 젊은 세대는 교차 검증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이용하고 충족할 것이다.

K팝은 물론 스포츠 콘텐츠가 사는 길은 20세기 유습과 제도를 버리고 당당히 임하는 것이다. BTS처럼 K팝 아티스트들이 당당히 군대 가는 모습을 통해서 얻어야 할 깨달음이다. 국위 선양의 시대는 끝났다. 한국은 이미 스포츠 경기 하나로 국가 브랜드가 선양되는 단계는 넘어섰다. 경기에서 한 번 이긴다고 한국의 이미지와 가치가 크게 높아지지는 않는다. 영화도 정치권의 반대 때문에 해외 상영을 거부하거나 취소할 계제가 아니다. 되레 그렇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훼손하는 일이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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