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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접근금지’ 골목 안쪽엔 아직도 문 연 가게…공항시장 상인들은 왜 못 떠나나

이주·철거 단계지만 미합의 상가 10여 곳, 법적 공방도…“판결 나면 어쩔 수 없이 나가야지”

[비즈한국] 10일 오후 찾아간 서울 강서구 방화동 공항시장에서는 지나가는 사람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로변 점포 대부분은 ‘접근금지’라고 적힌 주황색 통제선과 공가 안내문이 붙은 채 비어 있었다. 일부 점포에는 이전 날짜와 장소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기도 했다. 폐업한 가게들 사이로 영업 중인 가게도 보였다.

10일 서울 강서구 공항시장. 입구는 공가 안내 현수막으로 막혀 있으며 빈 점포에는 ‘접근금지’ 통제선이 붙어 있다. 사진=정원혁 기자

시장 안쪽은 도로변보다 더 고요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골목에는 풀이 무성했고, 텅 빈 점포 안에는 먼지와 거미줄이 쌓여 있었다. 불이 꺼진 상가 안에는 영업에 쓰였던 집기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녹슨 철문과 낡은 공항시장 현판도 눈에 띄었다.

공항시장 안쪽 골목길에 무성한 풀과 녹슨 철문은 시장이 오랫동안 방치됐음을 보여준다. 사진=정원혁 기자 

1970년 무렵 형성된 공항시장은 김포공항과 인근 주거지역을 배후로 성장한 전통시장이다. 한때 시장 골목을 가득 메울 만큼 손님이 몰렸지만 시설이 노후하고 상권이 위축되면서 정비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서울시는 2011년 기존 시장 부지에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판매시설 등을 짓는 공항시장정비사업 추진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나 사업은 이후 속도를 내지 못했다. 2012년 조합이 설립됐고 2016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은 뒤 사업성 문제와 사업계획 조정 등이 이어졌다. 2015년 사업에 참여했던 대림산업이 빠진 뒤 2018년 한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고, 서울시는 2020년 용적률과 층수 등을 조정하는 내용의 추진계획 변경을 승인했다.

실제 이주 단계에 들어선 것은 추진계획 승인 13년 만이다. 조합은 2024년 6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뒤 같은 해 11월 말부터 점포 이주를 시작했다. 당초 2025년 하반기 착공해 2028년 하반기 준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일부 상인들이 퇴거에 응하지 않으면서 본격적인 철거 작업은 시작되지 못했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각자의 이유로 시장에 남아 있었다.  오랫동안 찾아온 단골 때문에 마지막까지 장사를 이어가는 상인이 있는가 하면, 보상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상인도 있었다. 

40여 년간 그릇 가게를 운영한 80대 A 씨는 “장사를 오래 하다 보니 단골이 많다”며 “단골들이 계속 찾아오니까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 주인 B 씨는 보상 수준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B 씨는 “남아 있던 사람들이 안 나간 이유는 보상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있겠나”며 “누가 100% 만족하겠나. 다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도 영업을 정리하거나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A 씨는 며칠 뒤 가게를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B씨도 이달까지 정리를 마친 뒤 9월 가게를 옮길 예정이라고 했다.

도로변에서 약 10년간 식당을 운영한 한 상인도 최근 조합과 합의를 마쳤다. 그는 “두세 달 전만 해도 이런저런 할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끝났다”며 “합의도 끝났고 갈 자리도 정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새 점포에 들어가기 전까지 기존 자리에서 영업하고 있다.

공항시장 도로변에서 아직 영업 중인 가게 앞에 손님들이 식사를 마친 뒤 앉아 있다. 사진=정원혁 기자  

반면 아직 조합과 합의하지 못한 점포도 남아 있다. 시장 도로변에서 4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한 C 씨는 현재 제시된 조건으로는 다른 곳에서 영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비슷한 규모의 점포를 찾기 어렵고, 이전하더라도 새 점포를 구한 뒤 내부 공사를 다시 해야 해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C 씨는 “이 근방에서 지금 가게만 한 크기의 점포를 찾기가 어렵다. 다른 데로 가면 가게도 새로 구해야 하고 인테리어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상금 산정 기준에 대해서도 “무슨 기준으로 정해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퇴거를 둘러싼 법적 절차도 진행 중이다. C 씨는 오는 9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나가고 싶지 않지만, 판사가 판결을 내리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지난 4월 기준 공항시장에는 상가 세입자 7곳과 조합원 상가 3곳 등 10곳 안팎의 상가가 조합과 협의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후 일부 상인이 조합과 합의하거나 폐업·이전을 준비하고 있어 현재 남은 미합의 상가는 당시보다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C 씨의 사례처럼 아직 조합과 합의하지 못한 곳도 있어 실제 착공 시점은 잔여 상가의 이주와 철거 절차가 언제 마무리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강서구는 7월 1일 기준 공항시장정비사업을 행정상 ‘이주·철거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강서구 관계자는 “현재 이주가 진행 중”이라며 “이주가 완료되면 철거를 진행하고 이후 곧바로 착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즈한국은 공항시장정비사업조합 측에 현재 사업 진행 상황과 향후 일정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정원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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