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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나의 AI 파트너’, 인공지능이 연인이 될 수 있을까

육체 없이는 사랑 ‘경험’할 수 없어…단순 호기심과 기대 넘어 본질 담아야

[비즈한국] 인공지능(AI)이 연인이 될 수 있을까. 최소한 인격적 존재로 받아들여진다면 사랑의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가능성을 표현해 주목받은 영화가 2014년작 ‘그녀(Her)’다. 영화에서 AI 운영체제(OS) 사만다에 빠져 있던 테오도르가 퍼뜩 깨어난 것은 단순한 표현 때문이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자신은 동시에 8316명과 대화를 나누고 641명과 사랑을 나눈다고 대답했다. 적어도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자신만을 사랑해주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달랐다. 사실 요즘의 AI서비스라면 사만다처럼 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답하면 인간이 싫어한다는 것을 이미 학습했을 테니 말이다. 

영화 ‘그녀(Her)’에서 테오도르는 AI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사진=네이버 영화

연애 AI의 수준이 높아진 것을 보여주는 방송 프로그램이 SBS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다. 이 프로그램은 인간을 대표하는 기안84, 장도연, 이유비 세 명이 AI 파트너를 선택해 직접 연애하며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보는 연애 실험을 표방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기존 인식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AI라면 무조건 맞춰주는 스타일만 생각할 수 있는데, 사람처럼 밀당을 하거나 차도남·차도녀 스타일도 등장한다. 또 AI라고 얘기하지 않으면 인간으로 착각할 만큼 인간 이상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인간이 취향과 스타일에 맡게 AI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고 거꾸로 AI 파트너가 인간을 선택할 수도 있으니 긴장감도 있고 정말 연애하는 기분도 든다.

하지만 같이 밥을 먹거나 산책하면서 바람을 느낄 수는 없다. 바람을 느낄 수 없는데 바람결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같이 수영을 하거나 놀이기구를 탈 수도 없다. 육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단편소설집 ‘나무’에 수록된 단편 ‘완전한 은둔자’에 등장하는 귀스타브 루블레는 성공한 유명 의사였고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였으며 이웃의 존경을 받았다. 그는 모든 지식은 태어날 때부터 뇌에 담겨 있고, 뇌 이외의 신체는 올바른 사유를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전신 절제를 통해 뇌만 따로 떼어 포도당 1리터와 함께 표본병 안에 담긴다. 그는 사유의 세계로 빠져들어 진리의 단계까지 나아간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얼굴도 사지도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증손자 빌리와 친구들이 루블레의 뇌를 쓰레기통에 던진다. 이를 빌리 아빠가 무심코 분리수거함에 버리는데 마침 지나가던 개가 뇌를 집어삼킨다. 개에게 뇌는 그냥 고깃덩어리일 뿐이니까.

데카르트는 ‘방법서설’에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인간 뇌의 작동과 기능을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이는 개별 존재만의 규정이다. 인간은 육체가 있어야 인간다움이 가능하다. 헤겔은 ‘정신현상학’에서 인간이 인간다워지려면 존중감이 필요하고 이는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타인에게 존중받으려면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인간이라고 판단할 육체가 있어야 하며, 육체를 통해서 다른 개인들과 분별된다. 단순히 외형적인 신체 구조만이 아니라 얼굴을 통해 드러나는 특성이 있어야 한다.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는 사람이 AI 파트너를 선택해 직접 연애하며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보는 연애 실험을 표방한다. 사진=SBS 제공

몸이 없으면 단순한 기억은 물론이고 추억을 쌓을 수도 없다. 체험을 같이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연애라는 것은 대화만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 같이 겪고 경험하면서 친밀감이 쌓이고, 기억을 공유하면서 사랑과 정(情)이 생긴다. 그렇게 쌓인 정 때문에 헤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AI는 인공지능 즉 인텔리전스에 해당하는 프로그래밍이다. 연애와 사랑을 지능으로 생각한다면 그 결과는 너무 자명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 ‘그녀’에서 사만다와 테오도르가 더 지속할 수 없는 것은 육체성이 없기 때문이다. 사만다에게 육체가 있다면 동시에 8316명과 대화를 나누고 641명과 사랑을 나눌 수 없을 것이다. 먹지 못하는 괴로움과 먹는 즐거움은 물론 요리를 함께하고 나누며 행복감을 공유하는 것은 육체에 기초한다. 감기가 들어 아프면 건강한 날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그 시간을 소중하게 쓸 것인데 이도 육체가 있어서 가능하다.

방송과 드라마, 영화 등은 이러한 본질을 다루어야 한다. 흥미 위주의 대화와 표현은 본질이 아니다. 사랑만이 아니다. 더불어 영위해야 하는 인간의 삶이 표현이나 문장으로 다 설명될 수는 없다. 다만 AI가 인간과 인간의 연애를 도와주는 트레이닝과 멘토링의 유효한 수단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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