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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다음은 피지컬 AI”
정부 ‘산업 대전환’ 팔 걷어붙였다

6일 ‘경제구조혁신 추진방향’ 발표…철강 석화 조선 등 주력산업별 AI 고도화 방안 순차 공개

[비즈한국] 정부가 반도체에 편중된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 철강·석유화학·조선·자동차·바이오 등 주력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산업 대전환에 본격 착수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구조혁신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구조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앞으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구조혁신 장관회의’로도 운영해 매달 관련 방안을 논의·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8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희의 겸 경제·구조혁신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 제공

잠재성장률 하락 위기감…피지컬 AI로 돌파

정부가 산업구조 전반의 혁신에 나선 배경에는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가 겹치며 성장 하방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여기에 최근의 경제 성과가 민생 전반으로 고르게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소득 5분위배율은 2023년 5.72배에서 2024년 5.78배로, 순자산 지니계수는 2024년 0.612에서 2025년 0.625로 악화됐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지금이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구조전환의 골든타임”이라며 국가정책역량을 현안관리와 경제구조혁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목표는 산업구조 혁신을 통한 초격차 경쟁력 확보와, 자산·소득·노동·세대·지역 간 격차 해소를 통한 ‘모두의 성장’이라는 두 축으로 설정됐다.

정부가 제시한 산업구조 혁신의 핵심 축은 ‘피지컬 AI’다. AI 패러다임이 연산·추론 단계를 넘어 로봇 등 물리적 행동 영역으로 확산되는 흐름에 맞춰, 반도체를 넘어 전 산업에 AI를 접목하겠다는 구상이다. 철강산업은 AI 기반 제조공정 혁신과 함께 수소환원제철, 특수탄소강 등 고부가·친환경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올해 4분기 중 철강산업 기본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석유화학은 같은 시기 사업재편과 대체원료 도입 등을 아우르는 종합 지원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이 밖에 바이오는 AI 신약개발 종합 로드맵을, 가전은 특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각각 4분기 전후로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용접로봇 등 특화 휴머노이드 개발과 완전 자율운항 핵심기술 개발이 병행 추진된다. 자동차 분야는 전기차 제조 AI 공통 플랫폼과 자율주행 AI 모델 개발이 예정돼 있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로봇산업 육성에도 힘을 싣기로 했다. 새만금에는 로봇 파운드리와 부품 클러스터가, 대구·경북권에는 로봇 실증 테스트필드가 각각 조성된다.

‘제조업 AI 대전환’ 1년 성과는?

이번 발표에 앞서 산업통상부는 지난 4일 업무보고를 통해 제조업 AI 대전환, 이른바 ‘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정책의 1년 성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M.AX 얼라이언스에는 현재 1500여 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며 AI팩토리, AI로봇, 자율운항선박 등 11개 분과 체제를 갖췄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6월 22일 호텔현대 바이 라한 목포 루비홀에서 MINI 얼라이언스 간담회 이후 부대행사로 개최된 ‘M.AX 카라반’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산업부에 따르면 그간 AI팩토리 사업을 지원받은 170여 개 사업장 가운데 상대적으로 일찍 착수해 성과가 가시화된 42개 사업장을 점검한 결과 생산성은 평균 30.1% 높아지고 불량률은 평균 15.5% 낮아졌다. 개별 사례를 보면 반도체 분야에서는 신한다이아몬드가 웨이퍼 연마 공정 소모품 검사시간을 33% 단축했고, 서플러스글로벌은 반도체 장비 재자원화 공정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66.7% 끌어올렸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아산성우하이텍이 전기차 배터리 무인 자율제조 시스템 도입으로 품질검사시간을 90% 줄였고, 화신은 배터리 케이스 생산공정에 설비 예지보전시스템을 적용해 불량률을 20% 낮췄다. 조선 분야에서는 HD현대삼호가 러더트렁크 용접·생산공정에 AI 기반 자율용접·검사 솔루션을 도입해 생산성을 50% 향상시켰고, 이엔케이는 AI 비전검사 시스템으로 고압 실린더 검사시간을 22% 단축했다.

산업부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220개 제조공정을 AI팩토리로 추가 전환하고, 2030년까지 500개 구축을 목표로 잡았다. 아울러 사람의 개입 없이 AI가 제조 전 공정을 자율 운영하는 이른바 ‘풀스택 AI팩토리’의 핵심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생산성은 높이고 불량률은 낮추는 성과가 현장에서 실제 확인된 만큼 검증된 모델이 중소·중견기업과 지역 산업단지까지 빠르게 확산되도록 하겠다”며 “제조데이터와 숙련자의 노하우를 축적·활용하고 AI와 로봇으로 운영되는 풀스택 AI 팩토리를 구현해 우리나라가 2030년 M.AX 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과제는 부품과 모델, 누가 쥐고 있나

성과 이면에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격차도 있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1위국 대비 국내 기술격차를 구체적 수치로 공개했는데, 차세대반도체는 2.51년, 지능형로봇은 1.79년, 자율주행차는 1.64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로봇산업 육성 과제로 액추에이터·센서·로봇손 등 ‘3대 핵심부품’ 전용 연구개발(R&D)을 신설하고, 국산 로봇 파운데이션모델(RFM) 개발을 별도로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격차를 좁히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 스스로 로봇 산업의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 상당 부분이 아직 국산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화려한 현장 성과 지표 이면에서 이를 구동하는 핵심 기술의 자립도가 어느 수준인지는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정부가 로봇산업 육성을 위해 제시한 생산기반 구축 계획도 구체적이다. 새만금에는 로봇 파운드리와 부품 클러스터 인프라가, 대구·경북권(대경권)에는 로봇 실증 테스트필드가 각각 조성된다. 두 곳이 로봇 양산 기반의 양대 축이 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로봇 산업의 생산기반을 신속히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언급한 3대 핵심부품 국산화와 10대 주력산업 특화 휴머노이드 개발이 실제 양산 단계로 이어지려면, 결국 두 거점이 얼마나 빠르게 자리를 잡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고 모두의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경제구조혁신’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반도체를 넘어 철강 등 기존 주력산업의 구조 혁신과 더불어, 신산업 육성, 자산·소득·노동·세대·지역 간 격차 해소를 통해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매달 ‘구조혁신 장관회의’를 열어 철강·석유화학 등 업종별 후속 방안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김민호 기자

중화학공업·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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