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9일 열린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6’에서 김봉찬 대신증권 이사는 ‘질문하는 디자인’을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첫 회의 마지막 연사였던 김 이사는 10주년을 맞아 다시 연사로 나섰다. 인공지능(AI)이 클릭 한 번에 수많은 결과물을 쏟아내는 시대, 김봉찬 이사는 고유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질문의 힘’을 강조했다.

김봉찬 이사는 현대카드를 거쳐 대신증권 브랜드전략실에서 기업 브랜딩과 디자인을 이끌어왔다. 딱딱하고 보수적인 문화에 무형의 자산을 다루는 금융업계에서 그가 만든 디자인은 유의미한 흔적을 남겼다. 지금은 익숙해진 클립형 목걸이 사원증, 대신증권의 투자 철학을 담은 감각적인 에코백, 금융사 굿즈임에도 ‘완판’을 기록한 컵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생성형 AI는 그럴듯한 결과물을 쏟아내지만 결과물은 신선하지 않다. 김 이사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낸 힘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렇게 찾아낸 질문의 답이 바로 ‘질문’이었다.
카드 크기에 정면 사진이 들어간 목걸이 사원증. 얼굴을 보여주기 싫은지 사원증을 굳이 뒤집어 목에 거는 직원들을 보며 김봉찬 이사는 “왜 사원증은 카드 형태여야 할까?” 질문했다. 크기를 줄이고, 뒷면에는 회사 로고를 넣었다. 언뜻 목걸이 같지만 신분증, 출입증, 브랜딩 역할을 모두 해내는 새로운 사원증이 탄생했다. 세상에 없던 사원증은 특허 출원까지 이어졌다.
대신증권의 명동 신사옥에 들어갈 라운지 공간을 디자인할 때였다. 400평대 좁은 공간에 각종 복지 시설과 더불어 강당까지 넣기 위해 고민하던 김 이사는 70%에 달하는 강당의 공실률에 집중했다. “왜 강당은 비워둬야 할까?” 의문을 가진 김 이사는 신사옥 5층 라운지가 창밖으로 명동성당과 남산타워가 보이는, 건물 내 가장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라는 점도 떠올렸다.
대신증권 신사옥의 ‘열린 강당’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평소엔 임직원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풍경을 즐기는 쉼터지만 필요할 땐 이동식 벽을 치고 계단의 등받이를 올려 강당이 되는, 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 김봉찬 이사가 디자인한 대신증권의 신사옥 강당은 타사가 남몰래 벤치마킹할 만큼 업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증권사 굿즈를 대체 누가 쓸까’ 싶지만 완판 행렬을 이뤄낸 배경에도 질문의 힘이 있었다. “에코백은 왜 ‘에코’가 아닐까?” 고민한 김 이사는 원단 공장의 창고에 쌓인 자투리 원단을 모아 ‘진짜’ 에코백을 만들었다. 다만 대신증권의 로고는 최소화하고, 회사 투자 철학은 영어로 넣어 감각 있는 디자인을 더했다. 그러자 대신증권 에코백을 어깨에 걸고 소셜미디어에 자랑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금융사 굿즈였지만 ‘패션’으로 인정받았다.
김봉찬 이사는 20년 가까이 디자인과 브랜딩 현장에서 뛰면서 치열한 고민과 수많은 ‘왜?’ 끝에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냈다. 그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왜 이것을 만드는가’, ‘정말 필요한 것인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방식은 정말 당연한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듯한 답이 쏟아지만 시대지만, 답을 의심하고 당연한 것을 뒤집으며 질문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처음엔 ‘모두가 잘 만드는 시대에 브랜드는 무엇으로 고유해질 수 있을까’라는 강연 주제를 받고 암담하다고 생각했다”라며 “AI에게 굿즈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도록 시켰지만 진부한 것만 만들었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세상에 없는, 고유한 디자인을 만들었는지 되돌아봤더니 핵심에는 항상 질문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대(大) 유튜브의 시대, 이제 김봉찬 이사는 대신증권의 유튜브 채널 ‘대신TV(Daishin TV)’를 맡아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최근 개설 10주년을 맞은 대신TV는 누적 조회수 1억 회, 구독자 수 26만 명을 달성하며 증권업계에서 또다시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는 중이다.
김봉찬 이사는 “대신TV나 대신증권은 몰라도 ‘수요시장’ ‘인사이트아웃’ ‘지식343’ 등 채널 프로그램은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금융사는 고객과의 지속적인 접점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콘텐츠와 디자인이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이 되길 바랐다. 지금도 끊임없이 시도하는 과정에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