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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만든 ‘AI 탑건’, 200초 공중전에 뛰어들다

항공대학교 주최 ‘AI파일럿 탑건 챌린지’...세계 최초 민간 AI 공중전 대회로 주목

[비즈한국] AI가 전쟁을 바꾸고 있다. 무인 드론이나 자폭보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휘통제부터 군수지원, 운영에 이르기까지 미래전에 필요한 모든 요소에 생성형 인공지능(LLM)의 등장으로 과거의 전쟁과는 비교도 안되는 혁신이 다가오고 있다.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임무 중 가장 극한 상황에서 가장 깊은 사고력이 필요한 항공기 운용, 그 중에서도 적과 공중전을하는 전투기도 예외는 아니다. 옛날 영화 ‘탑건:매버릭’에서 주인공 매버릭(톰 크루즈)는 이제 인간 파일럿이 필요없어질 것이라는 케인 제독의 말에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Maybe so, sir, but not today)”라고 했다. 하지만 실체는 미래 공중전은 AI와 인간이 융합된 새로운 전투기 조종사를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항공대 ‘AI 파일럿 탑건 챌린지’는 대학생들이 설계한 AI 에이전트가 가상 공중전을 벌이는 국내 최초의 공개형 대회다. AI와 인간이 함께 싸우는 6세대 전투기 시대를 준비할 기술과 인재 양성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사진=한국항공대학교 제공

이런 와중에 전국 80여 개 대학 290개 팀·873명이 접수한 제1회 한국항공대학교 총장배 AI 파일럿 탑건 챌린지(2026 AI Pilot Top Gun Challenge)는 단순한 대학교 경진대회를 넘어선 ‘미래 공중전의 모습’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준다. 이 대회는 8월 27~28일 예선을 치러 본선 16팀을 확정했고, 9월 17일 한국항공대 대강당에서 결승전이 열린다.

유튜브에 올라온 대회 예선전 영상을 보면 단순한 비행 시뮬레이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대학생이 도전해야 하는 대회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수준의 치밀한 기술적 판단과 미래 AI 기반 항공전의 힌트를 보여준다.

참가팀이 실제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공식 매뉴얼로 뜯으면, 이것이 그냥 “F-16 시뮬레이터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비행역학(FDM)은 JSBSim 커널이 담당하고, 학습 프레임워크는 Ray RLlib 기반의 PPO·SAC다. 정보 관측 수준은 12차원부터 37차원까지 5종 모드가 제공되며, 액션(Action) 공간은 롤·피치·러더·스로틀 4축으로 고정돼 있다. 커리큘럼 학습 스테이지는 총 15단계, 생존·추격·무기접촉지대(WEZ) 진입을 거쳐 이원선회(head-on) 각도 스윕, 최종 완전 도그파이트까지 점진 난이도로 구성돼 있다.

전문용어가 많아 이해하는데 어려울 수 있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AI는 많은 정보를 받는다. 적의 위치와 자신의 위치가 투명하게 공개된 상태로 시작한다. 이 상황에서 AI는 복잡한 전투기 조작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어떻게 적에게 기관포를 쏠 것인가’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전투기의 방향과 자세를 결정해야 한다. 즉 근접 공중전을 뜻하는 영어 단어 ‘도그파이트’(Dog Fight)에서 개가 상대방의 목을 물어뜯기 위한 행동을 AI가 결정하게 시키는 것이다.

경기는 200초 1:1 기총 도그파이트. 기관포 사거리 안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사격 판정을 받는다. 재미있는 부분은 공중전의 달인이 참여했을것이 분명한 기관포의 시간대별 능력이다. 초반 100초는 타격각, 즉 나와 적기가 직선상으로 2도 이내로 각도가 맞아야 사격 판정을 받는다. 마지막 50초가 되면 이 각도(사격범위)가 6도로 넓어진다. 기관포 사거리도 3천 피트에서 4천 피트로 늘어난다. 초반에는 정밀 추적 없이는 사격이 불가해 기어 AI에이전트의 제어 능력이 시험되고, 후반에는 회피·소모전의 기대값이 낮아져 결단이 강요된다. 커리큘럼 학습을 규정 안에 심어 놓은 설계다.

출제자가 시키지 않은 문제는 더 중요하다. 아군과 적군의 상태 정보가 통째로 주어지니 레이더 탐지·추적 문제가 없다. 무장은 기총 하나에 발사 결정 자체가 액션 공간에 없다. 상대는 늘 하나, 통신 두절과 전자전도 없다. 이 대회가 훈련시키는 것은 무인 전투기의 뇌 전체가 아니라 근접 전투의 기하학이다.

이런 대회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르파(DARPA)의 2020년 ‘알파독파이트 트라이얼’이 바로 이런 AI 파일럿 대회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대회도 항공대 탑건 챌린지와 유사하게 AI 에이전트들이 시뮬레이션에서 토너먼트로 싸웠고, 우승팀 헤론 시스템스(Heron Systems)의 F-16 에이전트가 경험 많은 공군 조종사 ‘뱅거(Banger)’를 5:0으로 꺾어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항공대의 탑건 챌린지가 알파독과 다른 결정적인 부분은 개방성이다. 알파독파이트는 8개 기업·연구기관 초청형이었고 최종 기술보고서는 기밀보류(FOUO)로 묶였다. 한국항공대 대회는 84개 팀 공개형에 전 경기를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수상팀 알고리즘 공개를 권장한다. 세계 최초의 ‘오픈형 AI 파일럿 공중전 대회’가 바로 항공대의 탑건 챌린지인 것이다.

물론, 알파독파이트의 경우 경기 결과에서 나온 AI에이전트를 실제 비행기로 조종하는 X-62A를 만들어 AI 파일럿의 능력을 실증한 점은 항공대 탑건 챌린지와는 다른점이었다. 이 때 X-62A는 단순히 AI 자율비행을 넘어서 사람이 탄 F-16과 실제 공중전을 벌이고, 21회 동안 진행된 시험비행에서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10만 라인 이상을 업데이트했다. 미국과 달리 아직은 우리가 만든 AI 에이전트로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은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AI 공중전 대회를 교내 대회부터 처음 기획한 한국항공대 임상민 겸임교수(방위사업청)는 본지에 “이번 탑건 챌린지에서 진행된 시뮬레이션 상에서 펼쳐지는 200초의 공중전은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곧 등장할 ‘Physical AI 파일럿’의 첫걸음이자 기술적 출발점”이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미래 대한민국 항공우주 및 국방 AI 분야를 이끌 핵심 리더로 성장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상민 교수의 말처럼, 이번 항공대의 AI파일럿 탑건 챌린지는 단순한 대학교 공모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최초로 AI 에이전트로 전쟁에 투입될 무기에 적용 가능한 데이터를 얻었다는 점, 그리고 이 데이터로 학습하고 도전한인력을 양성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는 미래의 6세대 전투기를 만들 핵심 인력을 키운 시작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앞으로 갈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강화학습·모방학습·지도학습·행동트리·휴리스틱·하이브리드를 모두 허용했는데, 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대규모 언어모델(LLM)기반 AI로는 행동의 예측가능성을 정하기 어렵고, 학습과 일관성을 주입하는데 굉장한 난이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건에 맞춰 행동을 결정하는 비헤비어 트리(Behavior Tree)방식 AI는 적에게 알고리즘이 노출되는 순간 행동의 예측이 매우 쉬워지는 약점을 노출할 수 있다. 신뢰성과 창의성이 같이 양립하여 적에게는 알고리즘을 숨기면서, 나는 적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AI를 완성하는것이 미래 6세대 전투기의 공중전의 승리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이번 대회가 AI 파일럿의 기본을 확인하고, ‘에이전트 중심 공중전’을 한국에서 꽃피는데 하나의 시초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김민석은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둔 에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의 한국 특파원이자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국방일보 등 여러 매체에서 방위산업·국방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달란트 투자’, ‘신사임당’, ‘경제한방’, ‘증시각도기’, ‘와이스트릿’ 등 경제·시사 유튜브 채널과 KFN TV ‘리얼웨폰 K’, ‘디펜스 프라임’에 출연해 국제정치와 방위산업 현안을 진단해왔다. 저서로 방위산업 투자 안내서 ‘K-방산에 투자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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