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비즈한국

밀덕텔링단독
군집 드론의 ‘두뇌’를 태운다, ADD ‘전자 대포’ 첫 공개

출력 50만 kW급·유효 사거리 500m…전자회로 손상시켜 군집 드론 동시 무력화

[비즈한국] 국방부가 9월 16일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개최한 ‘2026 국방드론기술전’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지상 배치형 고출력 전자기파(HPM·High Power Microwave) 무기 체계를 최초 공개했다. HPM 무기는 강력한 전자기파로 드론의 회로를 손상시키는 전자기 무기로, 총이나 미사일, 레이저와 달리 동시에 여러 대의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어, 실전 배치될 경우 북한의 ‘군집 드론’ 공격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능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9월 16일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6 국방드론기술전’에서 처음 공개된 국과연의 HPM 무기. 강력한 전자기파로 드론의 전자회로를 손상시키는 방식으로, 군집 드론의 동시 무력화를 목표로 한다. 사진=김민석 제공

원래 현대전의 무기 체계는 개발하는 데 10여 년이 걸리는 것은 예사이고, 한번 만들면 30년 넘게 운용하는 것도 흔하지만 드론은 예외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등장하는 드론은 연 단위 진화가 아니라 몇 개월 단위마다 이전 세대의 드론을 뛰어넘는 급속한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군용 드론이 점점 더 지능화되고, 치명적으로 진화하는 만큼 대드론(Anti-Drone)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효과적인 대드론 체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6월 23일 공군이 진행한 군집 드론 대응 실사격 훈련에서 8문의 20mm 발칸 대공포를 쐈을 때, 국민들은 ‘정지한 드론 50대를 향해 수천 발의 발칸포를 쏴도 제압이 안 된다’면서 우리 군을 질타했지만, 실제로 소형 군집 드론은 대응이 극히 까다화시스템의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과 기동형 레이저포, LIG D&A의 다계층복합대드론통합체계 등 다양한 무기 체계가 선보인다.

ADD가 처음 공개한 HPM은 이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대드론 무기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난 2020년 국방과학연구소 창설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최초로 HPM 무기를 전시한 것으로 보도했으나, 사실 이때 공개한 장비는 EMP 단발성 펄스 발사기로, 지속적으로 강한 전자기파를 내뿜는 HPM 무기는 아니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지상 배치형 고출력 전자기파(HPM) 무기 개념도. 대형 접시형 안테나와 전원·제어 장비를 견인형 트레일러에 탑재한 구조다. 사진=국방과학연구소 제공

반면, 이번에 공개되는 HPM 무기는 단발성 EMP가 아닌 전자기 출력으로 적 드론에 대응하는 ‘진짜 HPM’으로, 무기급으로 사용될 수 있는 대형 접시형 안테나와 전원·제어 장비를 견인형 트레일러에 올린 지상 배치 형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값싼 드론 수십~수백 대를 동시에 밀어 넣는 ‘군집 공격’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에서 현실화된 뒤, 레이저와 함께 가장 유력한 대응 수단으로 꼽혀온 무기가 이번에 실물로 등장한다.

현장 자료에 따르면, ADD가 개발한 HPM 무기의 출력은 50만 kW급, 유효 사거리는 500m다. HPM은 강력한 마이크로파를 넓은 빔으로 쏴, 범위 안에 들어온 드론들의 전자회로에 과전류를 유도해 통째로 태워버린다. 쉽게 말해 전자레인지가 음식을 익히는 원리를 드론의 두뇌에 적용하는 셈이다.

즉, 기존의 전파를 사용하는 대드론 무기가 방해 전파(Jamming)를 사용해서 통신이나 항법을 방해하는 ‘소프트킬’(Soft Kill)이라면, HPM 무기는 직접 파괴하는 ‘하드킬’(Hard Kill) 무기인 것이다.

특히 HPM 무기는 다른 하드킬보다 군집 드론(Drone Swarm)에 특장점을 가진 무기이다. 기관포나 총은 정밀히 타격하지 않으면 초소형 드론을 맞추기 어렵고, 직접 충돌하는 하드킬 드론의 경우 미사일보다는 저렴하지만 역시 가격이 문제이다. 레이저 무기는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발사 속도에 한계가 있어 동시 다목표 대응을 위해서는 여러 대의 레이저 무기가 필요하다. 일부 연구에서는 레이저 무기를 마치 커튼처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빛 에너지를 활용하는 레이저의 특성상 무기급 위력을 만들기 쉽지 않다.

반면, HPM 무기는 현재 존재하는 그 어떤 하드킬 대드론 체계보다 동시 다목표 공격 능력이 뛰어나다. 전자기파의 특성을 활용해서 초고전압으로 회로 고장을 일으키기 때문에, 드론 표면을 녹여야 하는 레이저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존하는 최고의 HPM 무기를 만드는 에피루스(Epirus)사의 앤디 로어리(Andy Lowery) 최고경영자는 “광섬유 유도 드론의 확산은 대드론 방어에 새로운 작전 공백을 드러냈다”며 “전자기적 간섭을 무기화해 이를 격추한 것은 중요한 돌파구”라고 언급했다.

‘2026 국방드론기술전’에 전시된 HPM 무기(왼쪽)와 주변 장비. 군집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레이저·재밍·요격 드론과 HPM을 결합한 다층 방어체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김민석 제공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이미 HPM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에피루스(Epirus)의 ‘레오니다스(Leonidas)’는 지난해 8월 미 인디애나주 캠프 애터버리(Camp Atterbury) 실사격에서 드론 61대를 100% 무력화했고, 이 중 49대는 단 한 번의 펄스로 떨어뜨렸다. 이 외에도 미국은 미 공군연구소(AFRL)가 개발한 토르(THOR)에 이어 후속작 묠니르(Mjolnir)를 개발하고 있고, 무인기용 HPM 무기도 개발 중이다.

다른 국가들도 HPM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 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와 방위장비지원국(DE&S)이 추진한 무선 주파수 지향성 에너지 무기(RFDEW)는 지난해 시험에서 드론 100여 대를 무력화했고, 사거리 1km에서 발당 비용 10펜스(약 180원)를 기록했다. 중국 노린코(Norinco)사가 내놓은 트럭 탑재형 ‘허리케인 3000’은 유효 사거리 3km를 넘는다고 중국은 주장한다. 여기에 최근 중국에서는 100GW급 HPM 무기 개발도 연구 중이다.

다만 HPM 무기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자파 차폐 처리가 잘되어 있는 군용 미사일 같은 경우에는 잘 먹히지 않고, 드론의 안테나 등을 통해 드론 내부에 전류를 흘려보내기 어려우면 잘 작동이 되지 않는다. 군용 EMI(Electromagnetic Interference) 보호 체계가 잘 적용된 군사용 무인항공기에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적 드론의 ‘공진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드론 내부에서 전류가 어떻게 흐르는지에 따라 드론 회로를 태우기 쉬운 주파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적 드론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대응하는 전자 정보 수집(ELINT) 능력이 없으면 효과를 잘 발휘하기 어렵다. 여기다가 초고출력 펄스를 만들기 위한 전력원을 야전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이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북한 무인기 침투가 보여줬듯 소형 드론 위협은 기존 방공망이 완벽하게 걸러내지 못한다. 기관포는 탄약이, 미사일은 비용이, 재밍은 자율비행 드론에 한계가 있다. 레이저·재밍·요격 드론에 HPM까지 얹은 다층 방어 체계의 필요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최근 논의되는 HPM 무기 고도화를 위한 갈륨 나이트라이드(GaN) 반도체 소자의 적극적 사용, 현재 개발 중인 국산 소형 제트엔진을 활용한 소형 가스터빈 발전기 개발, 미사일 탄두 및 항공기 탑재형 HPM 무기 및 유선 케이블을 활용해서 전력을 공급받아 전자파를 쏘는 일명 ‘HPM 하드킬 드론’ 등 여러 신기술 개발에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김민석은 미국 워싱턴에 본사를 둔 에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의 한국 특파원이자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국방일보 등 여러 매체에서 방위산업·국방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달란트 투자’, ‘신사임당’, ‘경제한방’, ‘증시각도기’, ‘와이스트릿’ 등 경제·시사 유튜브 채널과 KFN TV ‘리얼웨폰 K’, ‘디펜스 프라임’에 출연해 국제정치와 방위산업 현안을 진단해왔다. 저서로 방위산업 투자 안내서 ‘K-방산에 투자하라’가 있다.

writer@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형광펜 추가
✕ 형광펜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