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화생명과 매각을 협의 중인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이 기존 대표를 나란히 재선임하며 경영 안정에 나섰다. 애큐온캐피탈은 지난달 31일 임기가 끝난 이중무 대표 연임을 7월 30일 공시했고, 애큐온저축은행 역시 지난달 31일 임기가 끝난 김희상 대표 연임을 11일 공시했다. 이들은 1일부터 1년 임기를 시작했다.
새 주인을 맞기에 앞서 애큐온저축은행은 수익성 회복, 애큐온캐피탈은 자산건전성 관리라는 과제 해결에 힘쓸 전망이다. 한화생명이 잇따라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가운데, 금융 포트폴리오 확장과 자금 조달 역량을 강화할지 주목된다.

애큐온이 리더십 교체 대신 안정을 택한 건 매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애큐온캐피탈은 지난 6월 30일 “당사 최대주주는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라며 “매각 주관사는 우선협상대상자를 한화생명보험으로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한화생명도 같은 날 공시를 통해 인수 추진 사실을 밝혔다. 애큐온캐피탈은 애큐온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캐피탈 인수 시 저축은행을 함께 품게 된다.
애큐온의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있다. 애큐온캐피탈의 최대주주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아고라 L.P.로 지분 96.06%를 보유하고 있다. 아고라 L.P.의 최대주주는 또 다른 SPC인 아고라 애그리게이터 L.P.로 홍콩계 사모펀드인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가 설립했다. BPEA는 2019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JC플라워로부터 애큐온캐피탈을 인수했는데, 2022년 EQT파트너스가 BPEA를 인수하면서 최종적으로 EQT파트너스가 애큐온을 확보한 상태다.
2006년 KT캐피탈로 출발한 애큐온캐피탈은 여러 차례 외국계 사모펀드로의 손바뀜을 겪었다. 2015년 8월 KT캐피탈을 사들인 JC플라워는 이듬해 HK저축은행을 인수하고 사명을 각각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으로 바꿨다. 저축은행 인수는 애큐온이 몸집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현재 애큐온저축은행은 자산 규모 5조 원대로 국내 저축은행 시장에서 SBI·OK·한국투자·웰컴저축은행에 이은 5위 업체로 꼽힌다. 애큐온캐피탈의 매각가는 1조 원대로 거론된다.
EQT파트너스가 매각에 성공할 경우 애큐온은 한화그룹 금융 부문으로 편입된다. 엑시트가 목적인 사모펀드에서 대기업집단으로 소속이 바뀌면 비교적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출 수 있다. 이 때문에 매각을 앞두고 경영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애큐온저축은행과 애큐온캐피탈의 현황에도 눈길이 쏠린다.

특히 김희상 애큐온저축은행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리테일 금융 전문가인 김 대표는 2025년 6월 처음 취임해 애큐온저축은행의 건전성 개선에 나섰다. 실제로 애큐온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건전성 지표·NPL)은 2024년 6.78%에서 2025년 6.01%로, 같은 기간 연체율은 5.36%에서 4.52%로 낮아졌다. 2026년 1분기에는 NPL과 연체율이 각각 6.03%, 4.93%로 소폭 상승했으나 저축은행 업계 평균에 비하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은 2025년 당기순손실 59억 원을 기록하면서 2024년 370억 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5대 저축은행 중에서 유일한 적자였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0억 원으로 흑자를 냈으나, 전년 동기(47억 원) 대비 57% 감소했다.
애큐온캐피탈은 실적은 양호하나 자산건전성 관리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애큐온캐피탈의 2025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456억 원으로 전년(390억 원) 대비 17% 증가했다. 1분기에도 당기순이익 12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다. 기업금융과 대체투자 펀드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 덕이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중심으로 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온다. 애큐온캐피탈의 1분기 부동산 PF NPL은 7.1%, 부실 PF 잔액은 344억 원을 기록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적극적인 건전성 개선 노력에도 부동산 PF 대손 부담과 경기 양극화 심화로 기업금융의 건전성 저하 위험도 있다”고 짚었다.

한편 애큐온 인수 후 한화생명의 금융 포트폴리오 확장도 주목된다. 한화생명은 애큐온뿐만 아니라 KDB생명보험의 매각 본입찰에도 참여하면서 적극적으로 금융사 M&A에 나서고 있다. M&A가 성사될 경우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자금 조달 역량도 강화될 전망이다.
한화생명은 이미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나 한화저축은행은 자산 규모 1조 4000억 원대에 업계 20위권 후반의 중소형 저축은행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업계 5위 업체인 애큐온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키울 수 있다. 더불어 한화저축은행의 영업 구역은 경기권(인천·경기)이고 애큐온저축은행은 서울, 경남(부산·울산)이기에 영업 구역 확장도 가능하다.
캐피털 시장으로의 진출도 주목된다. 그룹 내 캐피털사가 없어 신규 포트폴리오 확대가 가능한 데다, 캐피털사는 일반 은행에 비해 규제에서 자유로워 자금 조달, 수익성 창출 등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이므로 투자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과거와 달리 캐피털사가 자금 소싱, 펀딩 등에 유리하다는 시각이 커지면서 매력 있는 매물로 꼽힌다. 보험업계의 성장성이 정체된 만큼 돌파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