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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코스피 5000! 한국 증시 역사적 장면 만든 원동력 3가지

단기 유동성 랠리 아닌 구조적 변화…차익 실현 등 변동성 확대 가능성 경계해야

[비즈한국] 코스피가 22일 장 시작과 함께 5000선을 돌파했다. 1980년 지수 산출 이후 처음이다. 지수는 최근 수개월간 가파른 상승 흐름을 이어오며 연초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이날 5000선 돌파로 또 하나의 분기점을 통과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을 단기 랠리로만 보기 어렵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흐름을 가늠할 변수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반도체·AI·자본정책…세 개의 엔진 동시에 작동

이번 코스피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동력은 반도체 업종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개선됐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코스피가 22일 최초로 5000선을 돌파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중심의 실적 가시성 확대, 외국인 중장기 자금 유입, 기업들의 자본정책 개선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진=생성형 AI
코스피가 22일 최초로 5000선을 돌파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중심의 실적 가시성 확대, 외국인 중장기 자금 유입, 기업들의 자본정책 개선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진=생성형 AI

과거 반도체 업황이 가격 사이클에 따라 급격히 흔들렸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라는 비교적 장기적인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구조 변화가 코스피 전체의 이익 전망을 상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회복된 가운데, 한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이번 외국인 수급의 특징은 단기 차익 거래보다는 중장기 성격의 자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AI, 반도체, 방산 등 일부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한국 증시가 단순한 저평가 시장을 넘어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만한 시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과거 외국인 자금이 환율과 글로벌 유동성에 따라 빠르게 이탈하던 국면과는 다른 흐름이다.

기업들의 자본정책 변화도 이번 상승 흐름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이 점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할인 요인이 일부 완화됐다. 단기간에 지수를 끌어올리는 재료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신뢰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한국 증시는 실적 대비 낮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제도 개선 논의와 기업들의 대응이 누적되며 밸류에이션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시작과 남은 과제

코스피 5000선 돌파 이후 시장의 핵심 관심사는 추가 상승 여부보다 이 수준이 유지 가능한지에 맞춰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흐름을 단일 방향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완만한 상승, 레벨 부담에 따른 횡보·기간 조정, 대외 변수에 따른 변동성 확대라는 세 가지 가능성을 함께 열어두고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이익 흐름이 지수 방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긍정적인 경우에는 대형 반도체주의 실적 개선이 이어지며 외국인과 기관의 중장기 자금이 유지돼 5000선이 새로운 범위의 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반면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이 이어질 경우 지수는 급락보다는 횡보에 가까운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며, 이 과정에서 실적이 확인되는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 간 차별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는 글로벌 통화 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거론된다. 다만 과거와 달리 현재 시장은 실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강화된 만큼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제한적인 범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 이후 국면에서는 지수 자체보다 기업의 이익과 산업 구조 변화를 중심으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봉성창 기자

기업이 말하는 성장의 언어와 그 뒤에 놓인 현실의 간극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의 변화는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투자와 고용, 기술과 규제, 혁신과 책임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비로소 기업의 진짜 얼굴이 드러납니다. 그 균열을 놓치지 않고, 복잡한 산업 이슈를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 맥락으로 풀어내는 일을 해왔습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장의 소음 속에서도 끝까지 물어야 할 질문을 붙들고, 비즈한국 산업팀만의 날카롭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산업의 현재와 다음을 기록하겠습니다.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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